저희 동네 지하철역 앞에 그 '도를 아십니까' 팀(?)이 좍 깔려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세요.
저한테 '덕 있어 보입니다.' 혹은 '복 있게 생기셨어요.' 뭐 이런 상투적인 말을 하는데 화가 나더라구요.
전 지지리 복도 없고 지병도 있고 요즘 딱히 되는 일도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짜증을 내긴 미안하고
화장실이 급하다든지...(참 없어보이는 변명...ㅠㅠ) 약속 있어요...(당근 없었죠) 뭐 대충 이렇게 무마하는데
끈질기게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참다 못해서 대꾸를 안 하거나 화난 표정으로 못 들은 척을 했는데
그것도 안 먹히는 날이 오더라구요. (인내심의 한계....;;;;) 결국 '전 말을 못합니다.' 그걸 수화는 아니고
손짓, 발짓까지 하면서 그 열통 터지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연기까지 했는데 (장애인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반전은....!!!!
그분이 진짜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저를 따라오면서 '전 수화가 가능하니까 말씀하세요.'
저는 수화는 두어 가지 밖에 몰랐는데 이분이 입으로 말씀하시면서 수화를 같이 하시는 겁니다. 레알 대박 사건이죠.
쪽팔린 건 둘째 치고, 볼이 화끈거리는 데다 그 다음에 연기력이 안 따라주는 거죠...한 마디로. ㅠㅠ
결국 전 꽁지가 빠지게 뛰어서 가까운 쇼핑몰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래서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하는구나...;;;
그걸 절감했습니다. 그후에 같은 상황이 닥치면 정중하게 최대한 거절을 하거나 대답을 안 하는 걸로 떼웁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억이 있으셨나요? 야심한 밤에 이런 저런 사연이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