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어려서부터도 엄마랑 안 친했어요.
그 이유는 엄마가 항상 우리(저랑 언니)의사를 존중해주지 않아서..
저희 의견에 단 한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주신 적이 없어요.
여기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건, 모든 걸 수용해주지 않는다는게 아니죠.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인정해준다는 거에요.
이를테면 저 중학교 올라갈 때 흰 패딩이 유행했었는데
겨울옷 필요해서 사러가서 저한테 뭐 입고 싶냐고 물어서
흰 패딩이라고 했더니, 점원 붙잡고 '우리애 흰 패딩입으면 딱 북극곰 그 짝 나겠죠? 하하하하'하고..
(그래서 제 어렸을 적 사진들 보면 다 검은색 회색 이런 옷만 입고 있어요.
엄마는 제가 뚱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저 표준 몸무게에요. 예나 지금이나..)
탈의실에서 속옷만 입고 옷 갈아입고 있는 중에도 '다 입었지?'하면서 문 왈칵 열고 그래서
졸지에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한테 스트립쇼한 꼴 됐는데(주변 사람들이 더 민망해함)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어 아니네'하고 별 일 없다는 듯 문 닫고..
저는 그 안에서 펑펑 울면서 나오고.... 엄만 얘 웃기는 애라고.. 꼴에 소녀라고 깔깔깔 웃고...
뭐 많아요. 예전에 제가 뭐 훔친줄 알고 막 몰아세워놓고
나중에 아닌게 드러나서 억울함 폭발에 목놓아 울었더니 미안하다는 말 그 말을 안 하고
'아니면 다행이다 하고 그치면 돼지 왜 더 크게 울어? 너 감성이 그렇게 여려? 얘 귀엽네 아하하하...'..
대학 들어간 후 구두 사러 갔는데 제가 힐 고르니까
'이런건 어른들이나 신는거야'해서 '나 성인인데?'했더니, 그래도 안 된다고..
.....
그런게 쌓이고 쌓여 트라우마가 한 두개가 아니에요.
쌍방통행이라는게 없어요.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분이에요.
그러고 자라다 저는 독립했고, 결혼했고, 외국 나가 살아서 거의 얼굴 안 봤는데.
사정상 지금 한국 들어와 있어요. 물론 방 따로 얻었죠.
엄마는 처음엔 제가 말 하면 그래? 하면서 듣는 듯 하더니
결국보면 예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구요.
뭐 같이 순대국밥 먹으러가서 제게 '너 다대기넣을래?'라고 물으면서 동시에
시뻘건 다대기를 한움큼 제 그릇에 이미 탁탁 털어넣는다든가 하는건 일도 아니구요.
(그 자리에서 사람 말이 말로 안 들리냐고 소리지르니까 화제를 바꾸데요)
엄마가 자꾸 뭔가 막 떠 안기면서 저한테 고맙다는 소리 듣고 싶어해요.
밑반찬, 김치, 옷 뭐 이런거요..
근데 저희는 식구가 신랑이랑 단 둘이고, 둘다 집밥 얼마 먹지를 못하는데다,
임시로 살고 있는데가 원룸이라 냉장고도 손바닥만해서 뭐 몇개 집어 넣지를 못해요.
한 번은 이것저것 주는대로 받았더니(신랑 앞에서 친정엄마한테 싫은 티 내는 거 보이고 싶지 않아서)
냉장고에서 다 썩어서 결국엔 음식물 봉투값만 들었어요.
사실 저흰 저희에게 적정한 음식양이 얼마정도 인지 잘 알아요. 다 필요가 없어요.
그 후로 딱 잘라 아무것도 안 줘도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전화해서 뭐 준다 뭐 준다 해요. 제가 싫다고 잘라두요.
며칠 있으면 까먹었다는 듯이 너줄려고 김치 했다, 사위 맛보일려고 식혜했다 하면서.
주려는게 다 저희한테 맞지도 않고, 필요도 없고, 있어도 썩어서 버려요.
조목조목 다 설명 했어요.
이불 한 채 사준다는거, 나중 외국 도로갈때 짐된다고 우리 짐 안 늘릴거라고 했는데,
기어이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사서 차로 싣고와서 내려놓고 가구요.
하루는 파스타 접시 있죠? 무슨 좋은 흙으로 한국식으로 만들었다나?
뭐 그런 접시를 사서 가져온거에요. 아니 저희 삶의 기반이 외국에 있는데.....
거기 이미 좋은 접시 많고, 이 접시가 더 좋은 접시도 아니고,
그런 접시 외국에 들고나가려면....... 이건 뭐 품에 안고 출국해야 하는건데...
제가 사 준다고 할 때 부터 싫다고 계속 조목조목 말 했는데 결국 앵기더군요.
얼마 전에 열받아서 도로 친정에 들고가 놓고 왔지만요.
방금은 김치 준다고 전화왔어요.
제가 세 번 거절 했거든요. 저희 정말 필요가 없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아니 이렇게 해다 바치려는 사람한테 어떻게 그렇게 매몰차게 굴 수가 있냐며..
어제 외사촌조카 아무개 만나 줬더니 고마워서 어쩔줄을 몰라하던데,
너는 어쩜 사람이 그럴 수가 있냐며......
오히려 성을 내네요.
정말 미쳐버리겠어요.
제가 제 살림 하는 걸 인정을 안 하는 거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거기다 고맙다 소리까지 듣고 싶어하니
저 정말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