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망했다....

조회수 : 1,540
작성일 : 2013-10-26 01:48:46

나는 미용실을 잘 안간다.

머리 한답시고 두 세시간쯤 앉아있다보면 지겹고 지루하고 허리도 아프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진지한 철학적 고민과 성찰의 시간은 개뿔... 머리고 나발이고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원래 그랬다.

대학때도 친구들이 머리하러 가자고 하면, 나는 신체발부수지부모라며 원래 이쁜애들은 머리 좀 안해도 이쁘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다 뒤통수 한대맞고 끌려가곤 했었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삼일전부터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아.. 미용실가야되능데 ㅜㅜ 이러고 있다가 맘을 먹고 집을 나섰다.

보통 집앞 동네미용실서 흰머리 염색하시는 개똥이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머리를 말곤 했었다.

'아줌마 발롱펌 되나요?(어디서 주워 들었다.)'

'아줌마 C컬 되나요?(친구들이 요즘 이게 유행이랜다)'

이래봤자.. '뭐? 굵게 말아달라고?'  '네 ㅜㅜ 굵게 말아주셔요' 했드랬다.

그래도 대세엔 지장 없었다.

집에서 드라이 대충하고 모임에 나가면 머리 어디서 했느냔말도 가끔 듣곤 했으니까.. 헐헐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대따 큰 미용실로 향했다.

어우... 막 번쩍번쩍하다.

남편이 머리하러 간다니까 '띠링~' 카톡을 보내온다.

'당신 이 머리 한번 해봐. 잘 어울릴것 같아' 하며 보내온 것은 아이리스 오연수사진이었다.

난 '훗.. 내가 뭔들 안어울리겠음!' 이럼서 막 겁대가리도 상실했었다.

드자이너 언니한테 사진도 보여주고, 뭐라뭐라 말도 오가고, 커피도 두잔쯤 마시고, 보조가 와서 또 뭐라뭐라 깔깔대고..

잡지도 세권쯤 보고나니 머리다 다 됐단다.  아효.. 힘들다.

'느무느무 잘 어울리셔요'

'훨씬 영~~~~ 하시네요' 호호호

이런 영혼없는 소리를 들으며 거울을 보니.. 허걱!!!!!!!!

 

오연수처럼 캐 시크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상상하고 갔던 나는...

내 얼굴이 오연수가 아니었던걸 잊었던 거야..

내가 더이상 똥꼬발랄한 뭘 해도 어울렸던 이십대가 아니었음을 잊었던거야..

가만보자.....  거울 속에 내가 웬지 익숙한건 왜지??

왜 항상 성경책을 옆에끼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던... 구루푸를 말아 짱짱한 커트머리를 자랑하시던...

옆라인 권집사 아줌마가 생각나는거지..

아.. 쓸쓸한 가을 바람이 불 뿐이고...

나는 왠지 구루푸를 사야할 것 같을 뿐이고..

내손에는 20만원쯤 하는 카드 명세서가 있을 뿐이고...

 

예쁜 모자, 가을 유행 모자, 모자 예쁘게 연출하는법 검색하다 갑자기 울컥해서 올려봅니다.

다시 읽고 오글거리면 지울지도 모르겠어요. ㅜㅜ

IP : 116.41.xxx.13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0.26 1:52 AM (116.39.xxx.114)

    지우지마셈!!!"ㅋㅋㅋㅋㅋㅋ
    엊그제 세팅빠마하고 우울했던 아줌이에요...
    그맘 제가 압니다

  • 2. 포홋
    '13.10.26 2:15 AM (27.35.xxx.156)

    원래 첨엔 컬 빵빵하게 들어가 있고, 또 미용사들이 워낙 드라이해서 띄우는걸 좋아하다보니 그런데
    시간 좀 지나면 오연수 삘이 나실 겁니당 호호

  • 3. 발롱펌으로 ㄱㄱ
    '13.10.26 4:26 AM (182.212.xxx.153)

    푸하~글도 재밌게 잘쓰셨네요.
    심심한 위로를...예쁜 모자 꼭 득템하시길...
    그래도 이시점에 희망이라면 머리는 계속 자란다는 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15517 딸 육아 도와주시는 친정엄마 11 친정엄마 2013/11/01 2,955
315516 정부,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의지 굳혔다.. 6 퍼옴 2013/11/01 1,352
315515 저 속 좁은 며느리인지 조심스레 여쭤볼께요 13 뉴플리머스 2013/11/01 3,100
315514 신세계 스파랜드 질문이요~~ 2 부산가요~ 2013/11/01 1,892
315513 유근피(느릅나무껍질) 끓여먹는 방법 아시는 분요 1 궁금해요 2013/11/01 8,537
315512 글 찾아주세요-학교폭력신고기관 1 dkgb~ 2013/11/01 414
315511 아놔 남편친구 뭐라고 불러야합니꺼??? 43 dkshk 2013/11/01 5,424
315510 미수다 출연 따루씨 한국의 진보정당 = 핀란드의 보수당 4 새누리는 네.. 2013/11/01 1,316
315509 블로거에게 협찬이면 협찬이라고 밝히라는 댓글 달았다가 삭제 당했.. 7 헐.. 2013/11/01 4,022
315508 그만둔 회사에서 안맞았던 인사들이 승승장구? 한다면.. 1 2013/11/01 659
315507 수학과외요.. 아줌마선생님어때요? 7 123 2013/11/01 2,115
315506 커피타먹는 진한 액상 크림...사려고 하는데요 3 포션 2013/11/01 2,312
315505 결혼 25주년 이네요. 3 ^^* 2013/11/01 1,378
315504 한우사러 갈껀데 어디로 갈까요? 10 한우데이 2013/11/01 1,585
315503 고등학생 아들한테 유시민님의 책을 사주려고 합니다. 7 추천해주세요.. 2013/11/01 964
315502 안데르센가구가 망했다네요?? 3 ..... 2013/11/01 10,860
315501 뉴질랜드 여행(밀포드사운드크루즈) 7 내가 모르는.. 2013/11/01 1,757
315500 먹을거로 스트레스푸는 나 1 2013/11/01 550
315499 훌라후프추천이요~ㅋ 샴스 2013/11/01 993
315498 생중계-오후 법사위 국정감사 속개, 부정선거 / 4대강 의혹 lowsim.. 2013/11/01 443
315497 '오싱'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죠? 12 폭풍눈물 2013/11/01 2,730
315496 코스트코, 후쿠시마 인근 식품 가장 많이 수입 환경단체 &quo.. 4 같이봐요~ 2013/11/01 2,028
315495 스마트폰 요금제 뭐로 할까요? 1 스맛폰 2013/11/01 665
315494 갑자기 사과가 너무 땡겨요. 몸에 이상이 생긴걸까요? 9 dma 2013/11/01 2,003
315493 이래놓고 불법선거랑 자기는 상관없다고? 3 표창장 쥐어.. 2013/11/01 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