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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응답하라 1994를 보며 깨달은 진실.

응답하라 조회수 : 12,351
작성일 : 2013-10-26 00:09:46

5살박이 아이를 재우고, 보고 있으니 아련해지더군요.

신입생 엠티. 대성리 엠티촌. 인디안~밥 하며 게임벌칙으로 등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기던 엠티의 밤..  GV2 멜빵 바지.

정성스레 녹음해놓던 삐삐음악..

 

20년이 지난 지금인데도, 엠티가서 묶었던 민박집 앞.. 그 밤공기마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아 그립다. 다시한번 돌아가고 싶다. 그때 참 좋았지...

라고 생각하다고 갑자기 문득 깨달은 진실.

 

그때의 나는.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때의 나는 첫사랑때문에 힘들었고, 용돈 적게 주는 부모님때문에 심술을 부렸고

막연한 미래에 가슴이 답답했으며 내가 뭘 시작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저는 행복한 사람이었네요.

달달하진 않았지만 설레이고 아련한 첫사랑이란 추억을 가질수 있었고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화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무뚝뚝하지만 잔정있었던 부모님 아래에서

따뜻한 밥 먹고 학교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묘하게도 엑기스처럼 행복했던 그 순간들만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누구나 뒤늦게 깨닫는 진실이지만, 전 무엇이든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나이었고

미래는 그냥 다가오는것이 아니라. 제가 만드는것이었네요.

 

올해 서른일곱이에요.

육아에 일에 지쳐있던 저는 생각했었어요.

내 인생은 이렇게 늘 똑같이 흘러가는거겠지. 난 너무 나이들었고 지쳤어.

그리고 재미가 없네..

 

그런데 이십년 후, 57세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것 같아요.

5살 아이의 재롱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했었고

한푼 두푼 모아서 첫집을 샀을때의 설레임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어..

나는 젊었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어.. - 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라는 마법은 이상하게 지루했던 일상이나 지쳐있던 모습..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은

떠올려주질 않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역설적으로 답이 나옵니다.

진부하지만. 이게 진실이네요.

오늘 하루 하루는 내가 20년 후 그리워하게 될 반짝이는 순간이라는것을요.

 

그런 순간에 살고 있는데 어찌 설레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무기력하던 제 몸에 찌릿찌릿한 에너지가 들어오는 오늘입니다.

응답하라 2013. 저는 분명 행복한 순간들을 눈물나게 그리워하고 있을겁니다.

IP : 125.186.xxx.167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르맘m
    '13.10.26 12:12 AM (115.161.xxx.152)

    글을 정말 잘쓰셔요,.... 훌쩍

  • 2. dd
    '13.10.26 12:20 AM (14.45.xxx.43)

    좋은 말씀이세요 ^^ 1997보다 기대가 커져서 그런지 그것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네요
    이번회에는 누구랑 연결될까요? 1997은 우리모두 서인국이랑 되는걸 알고 있었잖아요 ㅎㅎ 오빠? 서울 야구선수? ㅎㅎ 점점 재밌네요 오늘 성시경이 부른 서태지와아이들의 너에게도 너무 좋았구요.. 서태지 버전보다 더 좋은듯.. 이라고 하면 서태지 팬들한테 혼나겠죠. ㅋㅋㅋ

  • 3. 패군마눌
    '13.10.26 12:32 AM (223.167.xxx.15)

    저도 37살, 구구절절히 동감해요.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해요..

  • 4. 글좋아요
    '13.10.26 12:42 AM (223.62.xxx.56)

    순간을 소중히. 타이타닉서 디카프리오의 건배 제의 멘트였죠?

  • 5. 우와..
    '13.10.26 1:08 AM (121.169.xxx.156)

    너무 멋진 글입니다.
    감동했어요 ㅠ.ㅠ

  • 6. 원글
    '13.10.26 1:11 AM (125.186.xxx.167)

    낙엽이님 동갑친구네요 반가워서^^
    참 풋풋했던 나날들이었죠
    저희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린걸까요.

  • 7. ...
    '13.10.26 1:18 AM (49.1.xxx.168)

    저두 38살 1994년 고삼이었죠 무척더웠던 여름. GV2멜빵바지.서태지 이런공감대로 1997보다 더 아련하게 다가와요. 저두 다섯살 아이가 있어요.^^

  • 8. 저도
    '13.10.26 1:30 AM (27.35.xxx.156)

    95학번, 신촌에서 하숙하던 촌스런 여자애..
    집에가고 싶어서 전화기 붙들고 혼자 울던애

  • 9. ㅇㅇ
    '13.10.26 1:36 AM (211.209.xxx.15)

    감동의 눈물...

  • 10. oo
    '13.10.26 1:49 AM (119.194.xxx.119)

    공감가는 좋은글이네요. 나이로는 저번편이 공감갈거라는데 저번편은 보고 별로 공감 안되더라고요. 아이돌 좋아하는것에 감정이입도 안되고. 그런데 신촌은 놀던 곳이고 하숙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농구선수 좋아한적도 있어서 이번것이 공감가고 재밌더군요. 저희때는 한창 하늘사랑이니 세이클럽이니 꽤나 건전채팅이 유행했을때인데 그때 배경으로도 한번 찍어줬음 좋겠어요.

  • 11. 저도
    '13.10.26 1:50 AM (202.156.xxx.11)

    95학번.
    어렸다고찬란했다고 하기엔
    아직더 내겐 내생애 제일 가난하고 촌스럽고 어리버리하고 마음이 무거웠던 시절.
    지방에서 상경하여 사립다니며 하루 한끼 밥은 굶고 한끼는 비스켓과 우유로 떼우며 대학 생활에.

    이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 12. 저도
    '13.10.26 1:56 AM (121.183.xxx.195)

    95학번....

    응답하라 1994 보면 행복하네요...
    비록 그 때 하숙집에서 생활을 고달팠지만.....

  • 13. 저도 공감
    '13.10.26 2:20 AM (175.113.xxx.55)

    1994...
    대성리 새벽 찬공기 저도 느껴지네요.
    졸린데 자고 싶지 않은 밤이에요.

  • 14. 그땐
    '13.10.26 3:26 AM (112.154.xxx.233)

    저한테 용돈주며 행복해 하는 아빠... 늦게 들어오면 안절부절 걱정되는 표정으로 기다려 주었던 아빠가 계셨는데. 지금은 하늘 나라에 계시네요.... 그냥 전 항상 새로운 일과 사랑에 흥분되고 들떠 있던 시절이었는데 아빠가 안계셨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20대를 보내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15. ---
    '13.10.26 4:18 AM (94.218.xxx.191)

    전 어려운 집안 형편에 항상 돈에 굶주리고...대학 생활이 그립지 않아요. 20대조차.
    나이보다는....그 때 상황이 정말 행복하셨던 게 맞습니다.^^
    전 지금도 돈이 풍족하지 않지만..그래도 38살임에도 지금 이 때가 낫네요.

  • 16. 불혹이 뜻이있더라고요.
    '13.10.26 6:46 AM (220.89.xxx.245)

    원글님 그 감정을 저는 마흔되서 어느날 느꼈어요.
    그래서 사십대는 제 인생 처음으로 아까운 시간들이었고요.
    이십대, 삼십대까지도 나에게 사십, 오십은 오지 않을 시간 같았고 모든건 불투명이었는데 정말 사십이 되나 나는 육칠십도 될거고, 심지어는 내일당장 어찌될지도 모른단걸 마음으로 ,진정 알게되더군요.
    그후 저는 이삼십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 때로 아무리 돌아가도 나는 미성숙, 불완전 할 수밖에 없다는걸 알았으니까요.
    살고 있는 현재가 중요해졌고, 내가 살아있을 날 중에 가장 젊을 사십대가 아까와지기까지 했어요.
    ㅎㅎ 그래도 또 더 열심히 살아지지는 않더군요. 그게 나니까요. 하지만 이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지를 알고 산다는건 때때로 스스로를 몸서리 칠만큼 가슴떨리게 한답니다.
    원글님 다가올 시간은 항상 아름다울수 있겠네요.현명한 분이셔요.

  • 17. ....
    '13.10.26 8:12 AM (125.179.xxx.20)

    아~~~~원글이나 댓글이 다 아름다워요!!!!!
    전 94년 봄에 결혼한 늙다리지만
    원글님 글이 맘에 쏙 들어오네요!!!!

  • 18. 으...
    '13.10.26 8:55 AM (121.136.xxx.249)

    그땐 사진도 필름카메라라 엠티가서 찍은 사진도 없더라구요
    그때 과언니들이랑 엄청 비오는데 달렸던 기억이 나요
    그런 장대비를 맞고 달린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었네요 ^^

  • 19. ㆍㆍ
    '13.10.26 9:06 AM (182.215.xxx.148) - 삭제된댓글

    저도37 구구절절 공감해요

  • 20. ...
    '13.10.26 9:22 AM (59.11.xxx.39)

    오늘 하루 하루는 내가 20년 후 그리워하게 될 반짝이는 순간이라는 말 정말 공감해요.

  • 21. ...
    '13.10.26 12:23 PM (118.38.xxx.244)

    오늘 하루 하루는 내가 20년 후 그리워하게 될 반짝이는 순간 2222

    good times never seem so good , sweet-calorine

    for the good tmes

  • 22. ........
    '13.10.26 12:57 PM (221.155.xxx.145)

    구구절절 공감되는 말이네요. ^^

  • 23. ....
    '13.10.26 1:02 PM (110.10.xxx.161) - 삭제된댓글

    왜 그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가서야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뒤늦은 때가 되어서야 현재는 소중했다라는
    진실을 알게될까요 인간이란 존재가 참 어리석지요
    원글님 덕분에 소중한 지금 이순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네요 감사드려요

  • 24. 나는 53세
    '13.10.26 1:35 PM (112.165.xxx.228)

    맞습니다...20년후가 되어보니 반짝거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행복했었다고 느껴지네요.
    하루하루 예쁜 시간들입니다.

  • 25. 토돌누나
    '13.10.26 1:38 PM (211.36.xxx.46)

    글을 너무 잘 쓰세요 공감합니다.

  • 26. ...
    '13.10.26 2:36 PM (39.7.xxx.47)

    눈물납니다 저도 36살 아이 엄마에요 기차 기다리던 강촌의 새벽공기 아직도 생생해요 집 떠나 신촌에서 하숙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었던 행복한 시절이 맞네요 레포트 쓰려고 책이랑 논문 찾던 중앙도서관에서 책곰팡이 냄새 맡으며 햇빛 쏟아지던 창가 자리에서 이어폰으로 듣던 아베마리아... 그 때 생각했었어요 나중에 나이 들어도 지금 이 장면은 행복했던 젊은 날로 기억나겠다고요...

  • 27. adell
    '13.10.26 3:02 PM (119.198.xxx.64)

    95학번들 중에 내가 귀여워 하던 후배들이 참 많았는데~
    참고로 전 92학번 이였습니다
    ㅋㅋ~

  • 28. 전92학번...
    '13.10.26 7:36 PM (182.161.xxx.60)

    신촌그레이스백화점이라는단어가나올때..
    훅~하며 저를 과거로 데려다주네요
    홍대,신촌,이대에서 20대를 보낸 지난날의..어지러움이 새롭네요
    그런날이 있었음에 새롬 감사하고 오늘이 소중하게느껴지네요
    응답하라1994사랑합니다!!!

  • 29. 전 49살
    '13.10.26 10:57 PM (121.184.xxx.196)

    저도 37살때 뭘 시작하는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뭐든지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다는 걸 절감하네요.
    40살도 젊은 나이라는 걸 이제야 느끼니... 그때 느꼈다면... 10년을 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지금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공부!
    뭐든지 해보세요.
    저도 아이들 때문에 응답하라 1994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네요.^^

  • 30. 기쁜날
    '13.10.26 11:36 PM (175.206.xxx.191)

    너무 멋진 글입니다.
    인생살이가 결코 허무하진않을듯 해요.
    기억속의 순간이 행복으로 채워져있으니까요.

  • 31.
    '13.10.27 12:09 AM (183.100.xxx.231)

    아직은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 32. 로사
    '13.11.8 2:05 AM (183.100.xxx.228)

    동감합니다

  • 33. 홍차우유
    '14.3.6 3:34 PM (211.104.xxx.136)

    따뜻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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