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박이 아이를 재우고, 보고 있으니 아련해지더군요.
신입생 엠티. 대성리 엠티촌. 인디안~밥 하며 게임벌칙으로 등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기던 엠티의 밤.. GV2 멜빵 바지.
정성스레 녹음해놓던 삐삐음악..
20년이 지난 지금인데도, 엠티가서 묶었던 민박집 앞.. 그 밤공기마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아 그립다. 다시한번 돌아가고 싶다. 그때 참 좋았지...
라고 생각하다고 갑자기 문득 깨달은 진실.
그때의 나는.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때의 나는 첫사랑때문에 힘들었고, 용돈 적게 주는 부모님때문에 심술을 부렸고
막연한 미래에 가슴이 답답했으며 내가 뭘 시작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저는 행복한 사람이었네요.
달달하진 않았지만 설레이고 아련한 첫사랑이란 추억을 가질수 있었고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화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무뚝뚝하지만 잔정있었던 부모님 아래에서
따뜻한 밥 먹고 학교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묘하게도 엑기스처럼 행복했던 그 순간들만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누구나 뒤늦게 깨닫는 진실이지만, 전 무엇이든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나이었고
미래는 그냥 다가오는것이 아니라. 제가 만드는것이었네요.
올해 서른일곱이에요.
육아에 일에 지쳐있던 저는 생각했었어요.
내 인생은 이렇게 늘 똑같이 흘러가는거겠지. 난 너무 나이들었고 지쳤어.
그리고 재미가 없네..
그런데 이십년 후, 57세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것 같아요.
5살 아이의 재롱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했었고
한푼 두푼 모아서 첫집을 샀을때의 설레임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어..
나는 젊었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어.. - 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라는 마법은 이상하게 지루했던 일상이나 지쳐있던 모습..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은
떠올려주질 않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역설적으로 답이 나옵니다.
진부하지만. 이게 진실이네요.
오늘 하루 하루는 내가 20년 후 그리워하게 될 반짝이는 순간이라는것을요.
그런 순간에 살고 있는데 어찌 설레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무기력하던 제 몸에 찌릿찌릿한 에너지가 들어오는 오늘입니다.
응답하라 2013. 저는 분명 행복한 순간들을 눈물나게 그리워하고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