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진짜 사나이’라는 TV 프로그램 보신 적 있습니까?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매주 일요일 오후 전파를 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꽤 유명한 연예인 7명이 신병으로 군생활을 체험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해군교육사령부로 전입된 연예인들이 ‘호랑이 소대장’ 밑에서 군기 바짝 든 상태로 리얼하게 병영생활을 하는 모습이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시청률 18.1%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 일요일 리얼 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리얼하지 못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진짜 사나이 PD라면 저 연예인들을 국군사이버사령부에 리얼 입대시켜볼 텐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생각해본 연출 기획안입니다. 전입해 온 연예인 신참병들에게 지급할 보급품은 최신 사양의 컴퓨터 한 대면 오케이. 주특기로 삼을 훈련내용은 인터넷과 SNS에 정치 성향 글 올리기와 리트위트하기. 꼭 숙지해야 될 수칙은 ‘누군가 왜 이런 글 올렸냐?’고 따져 물을 때 ‘무조건 개인적으로 한 일입니다. 절대 조직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상부에서 어떤 지시도 받은 적 없습니다’라고 목청 높여 대답할 것. 이 정도 기획이면 진짜 ‘진짜 사나이’를 뛰어넘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질없는 공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TV 속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그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방부가 촬영에 협조해 줄 가능성도 제로입니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지난 대선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 상황이 TV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상황은 ‘리얼’입니다. 이 사건은 철저히 은폐돼 있다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갖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가 스스로 꾸린 조사본부의 손에 맡겨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들이 제대로 된 수사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들에게 멸사봉공 위국보민 같은 군인 정신을 기대하십니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불법적 상황에 맞서, 이 헌법 파괴적 상황에 맞서 용기를 내 양심선언을 해줄 ‘진짜 사나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사 외압에 맞설 수 있는, 상관의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는 윤석열 여주지청장 같은 이가 국방부에는 없습니까? 우리 군에 진짜 사나이가 필요한 때,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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