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못했지만, 나이는 아줌마 나이를 넘겼습니다.
결혼 여부, 자식 유무와는 상관없이
외모와 마인드는 자연스럽게 아줌마가 되어가네요.
아줌마의 대표 증상이 저는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과 오지랖이더라구요...
오늘 지하철에서 일입니다.
삼성역에서 2호선을 타고 오는데, 2호선 아시다시피 승객이 꽉 찹니다.
자리가 없어 서서 오고 있었는데
출입문 앞에 어떤 아가씨가 몸을 반쯤 구부리고 힘겹게 서 있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정말 힘들어 보이는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어디 아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다리에 깁스;;....
노약자석 봤는데 이미 인산인해였고요, 아가씨는 그쪽으로 갈 생각도 안하고..
마침 제 눈앞에 20대 싱싱한 커플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어폰 나눠끼고 스마트폰으로 히든 싱어 보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저 아픈 처자를 앉힐 것인가 말 것인가...
'일단 아이들의 관상을 보자.. 음... 착하게 생겼네.
이렇게 한 번 물어볼까? "저기 있는 승객분이 몹시 아픈 것 같은데 잠깐 자리 좀 양보해 주실 수 있나요? "
그랬다가 "아줌마가 뭔데, 꺼져." 이러면 어쩌지?
아니면 기껏해서 애들이 양보해 줬는데 그 아픈 아가씨가 됐다구 하면 어쩌지?...'
하면서 온갖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에, 그 아픈 아가씨가 먼저 내려버리더라고요...
사실 정말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망신 당할 때 당하더라도...
저도 지하철에서 몹시 아플 때 자리 양보 받았었는데,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것두 노약자석 할아버지한테 -_-;;
너무 거절하긴 뭐해서 잠깐 걸터 앉았다 내리긴 했습니다만,
앉았던 거 보다도 그 어르신 마음때문에 아픈 것이 훨씬 덜했고, 아직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야 샬랄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다음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아줌마 오지랖 가동해야 할까요? 어쩔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