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종로가 울음바다-밀양송전탑반대 주민상경투쟁기

집배원 조회수 : 659
작성일 : 2013-10-18 21:18:46
[한겨레]"이렇게 죽이려는 정부가 어딨냐"


정부청사 앞에서 공사중단 촉구


 


한전 본사 찾아 사장 퇴진도 요구


"하루빨리 맘 편하게 수확하고파"

"어렵게 농사만 지으면서 정직하게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돈을 달라캅니까, 옷을 달라캅디까…. 어려워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을 왜 파괴할라는 것입니까."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이크를 쥔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방마을 주민 김기훈(82)씨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여든 노인이 울자 맨바닥에 앉아 김씨의 말을 듣던 다른 주민들도, 사회자도 울었다. 기자회견장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100여명은 직접 서울을 찾아 정부를 상대로 공사 중단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 공사가 강행된지 17일째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밀양 주민들의 공개 서한'에서 "송전탑 갈등이 보상으로 풀릴 수 없다. 일생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노동하며 헌신해온 주민들의 삶터를 파괴하지 말아달라. 현장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가 "나이 많은 어르신은 차 안에 계시는 게 어떠냐"고 권고했지만, 주민들은 "차에 있을라꼬 왔는고"라며 한사코 자리를 지켰다.

주민들은 오후에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 앞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주민들은 신고리 3·4호기의 완공시기가 불투명한데도 한전이 주민들을 속이고 공사를 강행해 정신·물질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조환익 사장은 2일 발표한 대국민호소문에서 "신고리 3·4호기의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전 송변전개발처 팀장을 만나 주민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 쪽이 정문을 열지 않은 채 문 앞에서 건네받으려고 해 주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사 강행 이후 십수일째 밤낮으로 경찰과 대치해온 주민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종분(70·여)씨는 "공사를 밤새도록 해서 소음이 심한 데다, 농성은 새벽 5시에 시작하니까 잠 한숨 못자고 꼬박 뜬 눈으로 보낼 때가 많아서 요즘은 수면제를 먹는다"면서 "아무리 정부 일이라도 사람을 짐승 취급하면 안된다. 이렇게 (주민을) 죽이려는 정부가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례(55·여)씨도 "농성해야지 농사일해야지 힘들다. 공사용 자재를 실은 헬리콥터를 막으려고 절하며 울고불고 하다보니 무릎이 자꾸 시리다"면서 무릎에 붙인 핫팩을 쓰다듬었다.

정치는 실종했고 갈등은 계속된다. 대책위는 17일 동안 주민 33명이 병원에 후송됐고 22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이남우(71) 부북면 주민대표는 "오곡백과가 익은 채 일손을 기다리는데 수확도 못하고 서울에 왔다. 밀양에 남은 사람들도 농성장 움막에서 익어가는 나락을 보며 가슴만 치고 있다. 공권력을 철수시키고 마음 편하게 가을걷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IP : 59.3.xxx.23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jiing
    '13.10.18 11:46 PM (61.99.xxx.63)

    송전탑 막아야 합니다.
    우리 나라도 탈핵 해야 되요. 일본처럼 되기 전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3806 임신했는데 시부모님께 축하한다는 얘기 못 들었어요. 27 섭섭하다 2013/11/26 3,649
323805 어디서파나요? 1 가벼운 곰솥.. 2013/11/26 850
323804 이화여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보내시는 어머님들 조언부탁드립니다.. 14 중 3맘 2013/11/26 22,579
323803 한일스텐레스 제품 괜찮을까요? 5 현명한쇼핑 2013/11/26 2,391
323802 원불교 성직자도 29일 시국토론회 234명 2013/11/26 686
323801 초등 고학년 여아들 크리스마스 선물 뭐 생각해두셨나요 .. 2013/11/26 1,882
323800 스팀세차후 라디오랑 블랙박스가 나오질 않아요. 3 세차후 2013/11/26 1,906
323799 용인쪽으로 이사가려 하는데 도와주세요 5 ? 2013/11/26 1,117
323798 절임배추 어디서 사야 하나요? 절임배추 2013/11/26 710
323797 비싼 후라이팬 제값 하나요? 20 고민 2013/11/26 4,268
323796 수능친 딸..성형상담 16 .. 2013/11/26 3,720
323795 김성주 아내 진수정씨 더 이뻐졌어요. 비결이 무얼까요? 14 알고싶어요 2013/11/26 10,561
323794 1미터 크기의 곰인형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떨까요? 6 초등5학년 2013/11/26 1,337
323793 키큰사람 기모바지 추천 좀 해주세요. 2 밑위긴걸로 2013/11/26 1,263
323792 박근혜가 나선 종북몰이 우리가 알린다. 1 light7.. 2013/11/26 1,181
323791 이혼이 맞는건데 왜 갈팡질팡하는지.. 19 울고싶다 2013/11/26 4,199
323790 크리스마스 즈음 중국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기온 4 .... 2013/11/26 858
323789 새 김치통은 어떻게 씼으면 좋을까요? 김치냉장고 2013/11/26 1,009
323788 훈련소 수료식 음식 5 훈련소 수료.. 2013/11/26 5,246
323787 아래 울산 계모글 너무 가슴아픕니다 3 쉘이 2013/11/26 1,542
323786 부동산 중개수수료 8 2013/11/26 1,242
323785 강아지 3개월 됐는데 질문할게 좀 많아요 13 강아지 2013/11/26 1,558
323784 프라이스라인을 통한 동남아에서 인천으로 편도항공권 예약시...... 그네 2013/11/26 969
323783 호주 한국인 살인사건 범인 이 잡혔대요.. 5 .. 2013/11/26 3,884
323782 전세게 dvd 다 플레이 되는 기기는 없나요 ㅠㅠ 7 dvd 2013/11/26 1,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