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긴장 해소용이라는 법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2부가 내린 판결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셉니다. 해당 재판부는 어제 쉰여섯 살의 남성 A씨가 도로교통공단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무효 확인 소송에서 “파면은 지나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전면허시험관으로 일하던 A씨가 파면을 당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서울 강남면허시험장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9월 도로주행시험을 치르던 한 여성 응시자의 차량에 동승했습니다. A씨는 여성 응시자에게 “합격하면 술을 사라. 내가 2차를 사겠다”고 한 뒤 2차에 가면 성관계를 하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또 A씨는 여성 응시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도 했습니다. A씨는 해당 여성 응시생이 시험에 떨어지자 다음에 올 때 연락하라며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달 뒤 또 다른 여성 응시생에게 명함을 달라고 하거나 시험 도중 무릎에 자신의 손이 갈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은 A씨가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여성 고객을 성추행하고 성희롱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며 지난해 11월 파면했습니다. 그러자 A씨가 불복해 소송을 낸 것입니다. 해당 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여러 법리를 따져 “파면은 지나쳤다”고 판단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재판부의 판단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시험 감독자로서 응시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어 비위의 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 같은 발언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보면 파면은 지나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이 송사를 다루는 법관의 판결에서 나왔다는 게 놀랍습니다. 여성 응시자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합격하면 술 사라”고 하고, “2차 가면 성관계를 하겠느냐”고 묻는단 말입니까? 또 긴장을 풀어줄 생각으로 여성 응시생의 허벅지를 만진단 말입니까? 응시생의 긴장이 풀어지기는커녕 되레 더 긴장돼 결국 피해 응시생이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노파심에 해당 재판부에 당부합니다. 혹시라도 소송에 휘말려 법원 찾아오는 여성들 긴장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승소하면 술 사라”거나 “2차 가면 성관계 갖겠냐”고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랬다가 파면 당하면 당신들 구제해 줄 재판부는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