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다섯살이에요. 열다섯살 아니고, 고작 다섯살요. ㅠ.ㅠ
딸 둘 중에 큰 아이고, 잘 먹고 잘 자고 영리하고 건강해요.
이것만해도 어디냐 애한테 뭘 더 바라리.. 하는 마음으로 참을 인자 팍팍 새기며 지냅니다.
아주 슬그머니 시작된 증세라서 딱히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이 아이 하는 양상이 딱, 저 10대 사춘기 때 저희 엄마한테 하던 짓거리들을;; 얘가 하네요.
일례를 들면,
제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으면 와서 오늘 아침은 뭐냐 물어봐요.
그래서 제가 무슨 국에 무슨 반찬이다, 하면 그때부터 툴툴툴 나 그거 싫은데, 기분 별로야, 등등
그러면 저는 어떤 날은 모든 음식은 감사히 먹는거란다 하며 자애로운 엄마처럼 상대하다가도
저도 사람인데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늘 아침엔 급기야 제가 버럭하면서
그럼 먹지말고 그냥 너 혼자 챙겨서 어린이집 가! 이렇게 성질을 냈더니,
이 아이 자존심에 울지도 사과도 않고, 가만히 있다가 저희 남편을 깨워요.
아빠.. 엄마가 밥 안차려줘요.. 배고픈데.. 이렇게요.
그랬더니 다른 때는 해가 중천에 떠도 코 골고 자는 사람이 (남편이 출근을 오후에 하거든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후라이 해 줄까, 우유 줄까 하면서 부산을 떨며 애들 아침을 챙기더군요.
그때는 또 큰애가 딱 다섯살 아이처럼 너무나 천진난만하게 아빠도 드세요 우유 더 주세요 하면서 먹더라구요.
근데.. 흑흑.. 제가 그랬어요. 고등학교 땐가 엄마가 괜히 밉고 짜증나서
엄마가 뭘 해도 툴툴거리고 음식타박하고 일부러 아빠랑 더 말하고 그랬었죠 ㅠ.ㅠ
저희 엄마도 그 시절에 잘 받아주시다가도 한번씩 제 등짝 내리치곤 하셨던거 같아요.;;
또 최근의 다른 경우,
원래 말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반항을 위한 반항을 하는 경우가 생기네요.
보통 오후 5시에서 6시까지 한시간 정도 교육방송을 보고 그 동안 제가 저녁을 준비하고
6시가 되면 텔레비전을 끄고 저녁을 먹는데, 오늘은 밥 먹자 해도 그 다음 프로를 보겠다며 버티더라구요.
밥 먹을 시간이니까 끄고 밥 먹어야지, 엄마가 끌까 네가 끌래 해도 묵묵부답이어서
제가 끄려고 가까이 가니 애가 리모콘을 꽉 쥐고 버티고 서서 저를 보는데,
아아아.. 딱 그거요..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랑 기 싸움 하려고 바라보는 그 시선요.. 그거인거에요.
제가 엄마한테 고3땐가 그랬던 적이 있어서 그 눈빛을 너무 잘 알겠는거에요. 아휴휴..
이런 비슷한 경우가 최근들어 자주, 점점 더 강하게 일어나는 추세에요.
바보 멍청이 발로 차버릴거야 가둬버릴까 등등 지금까지는 쓰지 않던 말 들도,
딸 아이 본인도 그게 안좋은 말이라는걸 알면서도 입 밖으로 나오니 고민인지
제가 그건 미운 말이야.. 라고 하면 아주 뭐라뭐라 따지고 드는데 얘가 다섯살 맞나 싶게요.
밑으로 두살 터울 동생이 있지만 저희 나름대로 큰애도 신경쓰며 키우고 있고
아이의 뜻을 너무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좀 엄한 그런 엄마로 지금껏 육아를 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이렇게 나오니 뭐랄까.. 제가 아이 기에 눌린달까..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렇게 저랑 티격태격 오후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자기 전에는 한번씩 울 때도 있어요.
자꾸 미운 마음이 든다고, 나쁜 말 하면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못 받는거냐며 울어요;;;
그럴 땐 꼭 제 손을 잡거나 팔 베개를 하거나 제게 의지해서 그렇게 울다가 잠들기도 하네요.
자아가 제대로 생겨나가는 정상적인 과정인지,
제가 뭐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건 아닌지,
이대로 티격태격 하다가 안아주다가 또 싸웠다가 이렇게 지내도 되는건지.
그런 고민이 많이 들어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한데도 막상 아이랑 또 부딪힐거 생각하면..
이제 겨우 다섯살 반항이 이 정돈데 나중에 제대로 사춘기면 아주 미쳐버리겠구나.. 실감하는 요즘이에요.
육아 선배님들.. 저희 아이 이대로 둬도 되는걸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