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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0년 알던 동생같은 친구와 3달 일한 소감..

프로젝트 마지막날 조회수 : 2,656
작성일 : 2013-10-16 10:23:23

아.. 드디어 오늘이 그토록 기다리던 마지막 날이군요.

지난 7월, 원래 일하던 곳에서 좀 무리하면 더 일할 수도 있었는데,

이젠 나도 친한 사람과 같은 곳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 는 마음에 억지로 이곳으로 일하러 왔습니다.

3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늘 혼자서 일하거나, 모르는 사람들과 한 팀에서 일해온 터라,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같이 산책도 하고, 같이 차도 마시고 즐겁게 일해야지 하면서 들떠 있었죠..

그 친구는 74년/ 저는 70년 생.. 저한테 언니라고 부르지만, 이번 일은 그 친구가 팀장이고, 제가 외주 직원이었어요.

평소에도 그 친구가 아주 일을 열심히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미혼이니 그렇겠지 했고, 그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죠..

이번 일도 그 친구가 저한테 그런 일이 있으니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했었고, 쉬운 일이니 칼퇴근 보장 이라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처음에 일 시작할 때는 저도 제 일 처럼 찾아가며 일 해 주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친구 일하는 스타일이 팀원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도 고통스러웠습다.

이 친구가 퇴근을 안합니다. 매일 10시 11시 까지 야근에, 조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사람을 다그치고 (전 이 친구가 나긋나긋하고 참 한 스타일인 줄 알고있었음... ), 외주 직원들이 무조건 자기가 하는 말은 다 들어 줘야 된다고 우깁니다. 물론 일하러 왔는데, 해야 되지만, 6시 퇴근인데, 5:58 분에 '그 일 됐어요? ' 하고 물어본다거나, 오늘 급한 일이 있으니 , 남아주세요.. 하고 당당히 얘기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고... 너무나 완벽 주의라, 모든 일을 자기가 이해 할 때까지 일일이 설명을 해달라고 해서, 기술직인 우리 직업 특성상,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설명 하느라 바쁜 시간을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저랑 같이 일하는 다른 2명의 6년차 30대 초반 남녀 외주 직원도 둘다 '학'을 뗍니다.

전 그냥 계속 슬프네요.

제가 이 업계에도 친구가 없고, 원래도 친구가 없거든요.

그나마 (늘 제가 전화하긴 했지만 ) 얘기 나눌 친구였는데, 이번에 같이 일하고 나서는 예전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이 친구를 대할 수가 없습니다.지금도 마찬가지구요.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 친구를 앞으로 대할 수는 더더욱 없을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평소에 어떻게 생활 하는지 알아버려서, 근무시간(하루 종일)에 전화를 걸 생각도 못할 것 같네요..

 

우리 외주 직원 3명이서 어이없고 힘들 때마다, 오늘을 그토록 기다려 왔는데, 막상 오늘이 오니  실감이 잘 안나서,

그냥 몇자 적어 봤습니다..

아, 오늘 성남  날씨 정말 좋네요...

 

 

IP : 203.236.xxx.22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0.16 10:26 AM (118.221.xxx.32)

    친한 사이엔 동업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일이 얽히면 안좋은 모습도 보고 틀어지기 쉬워요

  • 2. 일이란 건
    '13.10.16 10:40 AM (58.78.xxx.62)

    아무래도 다르죠.
    그냥 친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거랑
    같이 일하는 건 완젼 다른 문제 같아요.

    이번에 일은 어쩔 수 없으셨으니 다음엔 같이 일 할 꺼리를 만들지 마세요.
    그럼 되는 거고
    친분 관계야 유지하시면 되는 거고요.

  • 3. 일이란 건
    '13.10.16 10:41 AM (58.78.xxx.62)

    참..그리고 상대를 평가할때 내 기준으로 평가가 들어가니 애매한 거 같아요
    일하는 스타일에도 서로 다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요.
    누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있나요.
    퇴근시간은 지켜주는게 좋지만 급한 일이면 야근을 할 수 도 있고
    일이란게 그렇잖아요.

  • 4. 쾌청
    '13.10.16 10:45 AM (175.209.xxx.22)

    얼마나 속상하실까요
    친구를 잃은것같은 그 마음 이해됩니다
    가뜩이나 마음나눌이 발견하기도 어려운 게 삶이지요
    그런데 이해하자고들면 이해못할것도 없어요
    아직 그분이 미혼이시라니.
    남자중심의 사회에서 빽없는 보통 미혼녀가 살아남기란
    얼마나 힘든지요..

    아마 권력에 줄서서 속물처럼 이리저리 붙던가
    아니면 완벽하게 일을 해내야 하거나..

    아마도 힘없는 미혼녀로서 생존하기위해
    철두철미 하게 사는것이 그녀에겐 하나의
    생존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전과 같은 관계가 되긴 쉽지않겠지만
    이제 힘든시간 끝났으니
    님과는 이제 그런식으로 얽히게되진 않겠지요

    마음이 움직인다면
    기회봐서 술한잔 하며
    그녀의 슬슬 이야길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좀 더 가까워질수도 있고
    그녀에게도 자신의 객관적인 모습을 볼수있는 좋은기회가 될수도 있고요

    잘안된다면 좀 마음아프겠지만
    그냥 인연이 거기까지인가부다.. 해야겠죠

  • 5. ...
    '13.10.16 11:09 AM (218.234.xxx.37)

    친한 친구와 동업은 절대 안하는 것이 진리라잖아요.. 돈 잃고 우정 잃고..

  • 6. 그냥 공과 사는
    '13.10.16 11:16 AM (125.176.xxx.188)

    구분하시는 건 어떨런지요.
    사적인 부분에서도 이기적이고 완벽주의로 사람을 힘들게 했다면
    모르겠지만,
    공과 사는 좀 다르게 구분지어야하는것 아닐까요.
    특별히 도덕성의 문제도 아니고
    눈치없이 일을 열심히 해서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인거잖아요.
    저라면 평소 인성을 떠올려 생각해보고 판단 할것 같아요.

  • 7. .....
    '13.10.16 11:30 AM (125.133.xxx.209)

    그래도 일 못하는 민폐녀임을 알게 된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위안해 봅니다.
    원글님 토닥토닥..

  • 8. ..
    '13.10.16 12:42 PM (119.69.xxx.3)

    저도 15년 넘게 알던 선배 일을 2년 도와줬는데
    아예 연락 끊고 살아요.
    속이 넘 후련합니다.

    친구가 없어서 걱정이신 것 같은데 저도 비슷한 상황임에도
    안보는게 더 나을거라 결론 을 내렸어요.

    10년 넘은 친한친구들... 일에 맞는 친구. 여행에 맞는 친구.
    맘을 털어놓는 친구... 이젠 구분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상은 기대 안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같은 업종이면 몰라도 한 직장 안에서.. 그것도 같은 팀원이 친구로 지내는건 모든 감정을 무뎌지게 할 만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그 동생분이 팀장의 위치면 더욱 그렇죠.

  • 9. 그래도
    '13.10.16 1:24 PM (64.104.xxx.38)

    완벽주의자면 일이 잘못될 염려는 없어서 다행이네요.
    능력없고 성격만 좋은 사람이 더 힘들어요. 차라리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시는게 나을거에요.

    전 그래서 사람의 평판은 함께 일해본 사람들한테 듣는게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본인의 사생활에는 여유롭고 느긋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데 일에서만 완벽주의자라니
    오히려 좋은 친구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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