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드디어 오늘이 그토록 기다리던 마지막 날이군요.
지난 7월, 원래 일하던 곳에서 좀 무리하면 더 일할 수도 있었는데,
이젠 나도 친한 사람과 같은 곳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 는 마음에 억지로 이곳으로 일하러 왔습니다.
3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늘 혼자서 일하거나, 모르는 사람들과 한 팀에서 일해온 터라,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같이 산책도 하고, 같이 차도 마시고 즐겁게 일해야지 하면서 들떠 있었죠..
그 친구는 74년/ 저는 70년 생.. 저한테 언니라고 부르지만, 이번 일은 그 친구가 팀장이고, 제가 외주 직원이었어요.
평소에도 그 친구가 아주 일을 열심히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미혼이니 그렇겠지 했고, 그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죠..
이번 일도 그 친구가 저한테 그런 일이 있으니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했었고, 쉬운 일이니 칼퇴근 보장 이라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처음에 일 시작할 때는 저도 제 일 처럼 찾아가며 일 해 주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친구 일하는 스타일이 팀원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도 고통스러웠습다.
이 친구가 퇴근을 안합니다. 매일 10시 11시 까지 야근에, 조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사람을 다그치고 (전 이 친구가 나긋나긋하고 참 한 스타일인 줄 알고있었음... ), 외주 직원들이 무조건 자기가 하는 말은 다 들어 줘야 된다고 우깁니다. 물론 일하러 왔는데, 해야 되지만, 6시 퇴근인데, 5:58 분에 '그 일 됐어요? ' 하고 물어본다거나, 오늘 급한 일이 있으니 , 남아주세요.. 하고 당당히 얘기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고... 너무나 완벽 주의라, 모든 일을 자기가 이해 할 때까지 일일이 설명을 해달라고 해서, 기술직인 우리 직업 특성상,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설명 하느라 바쁜 시간을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저랑 같이 일하는 다른 2명의 6년차 30대 초반 남녀 외주 직원도 둘다 '학'을 뗍니다.
전 그냥 계속 슬프네요.
제가 이 업계에도 친구가 없고, 원래도 친구가 없거든요.
그나마 (늘 제가 전화하긴 했지만 ) 얘기 나눌 친구였는데, 이번에 같이 일하고 나서는 예전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이 친구를 대할 수가 없습니다.지금도 마찬가지구요.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 친구를 앞으로 대할 수는 더더욱 없을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평소에 어떻게 생활 하는지 알아버려서, 근무시간(하루 종일)에 전화를 걸 생각도 못할 것 같네요..
우리 외주 직원 3명이서 어이없고 힘들 때마다, 오늘을 그토록 기다려 왔는데, 막상 오늘이 오니 실감이 잘 안나서,
그냥 몇자 적어 봤습니다..
아, 오늘 성남 날씨 정말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