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고위공무원 등 공직자 15명의 아들 16명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의무에서 면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법적으로 한국인이 아닌 미국·캐나다인으로 살고 있다.
8일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이 병무청 등으로부터 받은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중 국적 상실 병적 제적자 명단'을 보면, 지난 8월 말 현재 정부 고위공무원 등 15명의 아들 16명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다. 이들 중 13명은 미국 국적이고, 3명은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다.
아들이 병역의무에서 제외된 고위공직자 중에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55)과 신중돈 국무총리실 대변인(53), 신원섭 산림청장(54), 강태수 한국은행 부총재보(55)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김우한 정부통합전산센터장(58),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56),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59) 등 정부 산하기관장들도 있다. 헌법재판소 이모 과장 등 공무원 8명도 대상자다. 특히 서기관 1명은 아들 2명을 모두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
유 수석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초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박 대통령의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로 활동하며 새 정부 조직과 주요 국정과제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교수 출신인 신 청장과 언론인 출신 신 대변인은 박 정부 초기 고위공직자로 임명됐다.
이들은 아들을 홀로 유학을 보내거나, 가족이 함께 유학·이민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에 5년 이상 머물러 시민권을 얻는 식이다. 유학 중이던 공직자 중 현지에서 낳은 아들이 미국 국적을 자동취득하게 된 경우에는 두 나라 국적을 복수로 갖고 있다가 병역의무가 주어지는 나이를 전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병역법과 국적법 등은 한국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의 남성은 병역의 의무가 부여되며, 복수국적자는 만 18세3개월이 되는 때까지 한 나라의 국적만 선택하도록 돼 있다. 이번에 확인된 고위공직자 아들 16명 중 9명은 만 18세, 4명은 19세가 되는 시기에 각각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안규백 의원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의 병역을 이행하지 않게 한 것은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보여야 할 고위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직자들은 대부분 "아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며 "아들의 교육을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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