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4년하고 이제곧 결혼 10년차 다 되어가요. 남편을 알고지낸 기간까지 따지면 20년가까이 되구요.
신랑이랑은 처음부터 워낙 달랐어요. 취향도 가정환경도, 여러가지로요.
신랑은 아침형인간에 스포츠맨이에요. 에너제틱하고 활동적이고요. 잘 지치지도 않구 계획짜서 살천하는 거 좋아하고
대학써클에서 알게 되서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어서 아주 20대 초반부터 40바라보는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이인데요..
활동적이고 에너제틱한 것도 한결같아요.
대학떄도 공강시간 가만히 안놔두고, 청강을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신문을 본다든지,, 부지런한타입이죠.
널부러져 있는걸 잘 못봤어요.
이사람이 널부러져 있는 건, 몸이 안좋다는 뜻.
저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편이긴하지만 활동적이지는 않은 편이에요. 완전 오밤중형인간이고.. 신랑이 일어나는 시간에 잘때도 많아요. (신랑 기상 5시에 하던 시절)
음악이나 책을 좋아하고, 계획적이기 보다는 즉흥적인 걸 좋아하죠. 엉뚱한 아이디어가 많기도 하고. 운동은 별로 안좋아하고요. 여가시간으로는 쓸데없는 짓을 잘해요. 까페놀이나 공상이나, 글쓰기. 도서관가기. 똑같은 음악 반복해서 계속 듣기(그러면서 채보해요;). 뭐 그런...
같은건 하나에요. 종교요. 그래도 일치하는 지점이 있으니 참 다행이고, 이 부분이 각자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두고있는 부분이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른 두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쏙 빠져 결혼을 하고 애도 낳고 그럭저럭 잘 살았는데,
결혼은 현실인지라..
큰아이 낳고 세 식구되어 육아에 재미볼때는 정신없어 몰랐는데,
둘째아이 낳고 네 식구가 되어 제가 육아에 치이기도 하고, 신랑은 사회적으로 가장 바쁠 시기.. 성취욕이 강한 남자이니만큼 사회생활도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고 있구요..
기본적으로 둘다 성향이나 취미가 다르다보니
저는 요즘 외로움을 많이 느끼네요. 정신적으로는 신랑이나 저나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인데
현실적으로 서로 공감할 수 있는게 별로 없는 것같아서 좀 서글프달까.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없는, 좁힐래야 더는 좁힐 수 없는 거리만큼의 평행선을 계속 함께 걸어가는 느낌이에요.
저는 좀더 함께 하고 싶은게 많은데, 신랑은 주말이면 운동하며 스트레스 풀기 원하고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육아및 가족시간을 좀 더 확보해주어야 하니까, (안그러면 좀 눈치가 보이나봐요.. 별로 눈치준적없는데, 신랑이 스스로 가정적이어야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요.)
저더러 주말에 자꾸 나가서 놀으래요.
그러면서 자기가 애들을 봐요. 같이 시댁에 간다든가, 자기 친구랑 친구 아이를 세트로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든가...
처음엔 좋았는데 자꾸 반복되니 올해부터는 좀 이상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나하고는 뭐 같이 하고 싶은거 없나.. 그런 서운함도 들고..
지난번엔 몇년만에, 무슨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서 아이들을 맡기고 둘이서만 시내를 나가보았는데
일상적인 대화, 아이이야기 말고는 공통의 대화소재가 많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기(예컨대 커피맛이 어떠냐, 저 여자 봐라. 저옷 괜찮다 같은) 말고는
서로 정서적으로 교감한달까 그런부분이 거의 없다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제 그런 교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되는 건가 싶기도한데, 한편으로는 좀 서글픈거 있죠.
신랑에게 나도,
나에게 신랑도
이성으로써는 이제 별거 없구나... 싶은.
(참고로 부부관계는 자주 하는 편인것 같습니다..)
마침 가을이고.
괜히 남편생각에 서글퍼져 조금 쏀치해지기도 하는데...
이시간 동네친구들과 또 스크린 골프를 가버린 신랑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하네요.
니가 변한것도
내가 변한것도 아닌
그냥 우리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구나... 싶기도한 것이 왠지 마음을 스산하게 해요.
제가 너무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걸까요?
그냥 그런 느낌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결혼 10년차 이상 되신 인생선배님들, 저의 이런 감정이 좀 사치스러운 걸까요?
아예 다른 기질이나 성향의 부부가 뭔가(취미 등)를 함께 한다는것이
바람직한 부부관계를 위해 장기적으로 많이 중요한 걸까요?
남편과 다른 취향을 가진 주부님들, 혹시 이런 생각들이 밀려올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팁이 있는지.. 그런것들도 궁금하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