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사정을 구구절절 적자니 너무 길어 지루할 것도 같고 해서....
그냥 이번 명절에 겪은 일만 적어 보겠습니다. 도대체 이분 제게 왜 그런 걸까요?
남편과 시누들이 숙모라 부르는 분입니다
제사를 안 지내는 저, 결혼 반대로 시댁과 각별한 애정이 없는 저(물론 시댁에서 돈 1원 한장 안 받고 친정에서 도움 많이 받으며 지내고 있는 많이들 올라오는 그런 사연을 가졌습니다. 거기다 남편은 친정의 도움에 감사할 줄도 모르는 것 같고, 그나마도 언제 집살 때 돈 받았냐, 언제 장모님이 해줬냐... 는 형편... )
암튼... 결혼하고 13년 정도 됐나 그러네요...
매번 명절엔 7~8시간 차 타고 시댁에 내려가 잠깐 눈 부치고 전 부치기부터 시작하는데 5~9시간동안 전 부치고, 어머님 음식 만드시는 거 심부름하고 설겆이 하고....
시댁 부엌 형편도 좋은 편이 아니라 더 힘들구요...
그냥 시댁 가면 난 왕따구나 싶어요..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나를 대접해 주는(뭐 굳이 받겠다는 건 아닌데, 적어도 사람 대접은 해줬으면 싶은데, 그냥 가면 난 죽어라 설겆이에 음식하고 부엌일 안 하면 죄인 취급 받는 터라)
그래도... 막 아는 체 하면서 커피 같이 마시자고 '질부 커피 한잔 하자=커피 타와라' 하는 숙모가 있었어요
막 혼자 일 엄청 하는 척하는데, 전날 온 적은 한번도 없었고 차례 당일날(시댁 근처 살면서) 와서 '형님 수고 많으셨죠?'하고 들어와요.... 그래도 나한테 아는 척하고 커피 같이 마시자고 해줘서 고마워서 많이 따랐어요
그분 하는 일은 차례 지내고 남은 음식들 접시에 나눠 담으면서 갖고 가라고 시키는 거, 밥과 나물을 간장과 참기름 넣고 비비는거.... 그리고 남자분들 밥, 디저트, 커피 다 드시면 부엌에 갖고 온 그릇 설겆이 통에 넣거나 음식 정리하는 거....
막 혼자 바쁜 척해요... 전 그 모든 걸 다 뒷받침 하거나(안 하실 때는 제가 음식 나눠 담기도 하구요) 정리 돕거나, 음식 나르거나....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산 같은 설겆이....
뭐 다 이해했고.... 어쩔 수 없다 싶어 포기하고... 그나마 명절만 가서 뼈빠지게 일 하고 오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차례 지내고, 남자분들 아점 드시고 나면 디저트와 차 상차림 하고 다 치우고, 그제야 우리 밥 먹고, 다시 몇 차례나 오는 손님 치르고 마실 다녀온 남자분들 저녁 차리고 술상이나 디저트, 찻상 차리고... 또 찾아오는 무슨 조카 내외들. 등등 상 차리고... 다 치우고...)
상을 하루에 몇 번을 차리고 치우는지.. 암튼 그랬다가 몇 년 전인가 남편하고 엄청 크게 싸우고(부부 사이의 일과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등의 일로)... 싸울 때마다 친정 가서 일러대는 남편 짜증나서 저도 한번 시댁에 알린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친정에 이르는 건 좀 잠잠해 지더군요
암튼 큰 부부싸움 이후... 시댁에 내려가는 시간도 늦추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전 다 부쳐 놓으셔서 전 다른 음식 만드시는 거 시중 들었다가 차례 당일 갖은 심부름(위에 언급한)과 설겆이만 하고 왔어요... 그것도 힘들지만.. 그래도 일년에 몇 번 안 가니까.... 그정도는 당연히 하는 걸로...
근데, 이번엔 차가 막혀서 차례 전날 오전 11시경 도착했어요... 새벽 2시 좀 넘어서 출발했는데 막히더라구요...
새벽에 못 일어날까봐 전 아예 밤을 샜더니 죽을 맛이더라구요... 쌍커풀을 넘어 아예 눈 주름에 다크써클 내려 앉고 눈꺼풀 자꾸 주저 않고 ㅠ.ㅠ;;; 그런데 남편이 영화 보고 싶다고... 애들 맡겨두고 영화 보러 가자고 일 빨리 끝내라더군요
어머님은 천천히 하자고 하시더니, 남편이 절 데리고 나가고 싶어하니까 다 했다고 낼 아침에 하면 된다고 얼른 나갔다 오라고 해서 가서 영화도 한 편 보고 차도 마시고, 저녁 늦게는 시댁 필요하다는 거 마트 가서 장도 봐 오고....
그 동안 숙모 내외가 다녀가셨다고 하더군요.. 오셔서 어머님이 주로 하셨겠지만 음식 만드는 거 돕고 가셨다고.
주로 산적(고기, 오징어, 작은 전복, 홍합 등을 간장에 졸인 걸 그리 부르더군요)하고 팔뚝만한 조기 5마리인가 굽고... 그 외에는 새롭게 준비된 음식이 없었어요
암튼.... 그리고 차례 당일.... 인사를 하는데, 제 얼굴도 안 보고 인사도 안 받아요. 이상한 거죠...
항상 가면 아는 척하고 어떻게 지내는 지 제 생활이며 남편 회사 일이며 물어보는데... 전혀 말을 안 해요
그래도 울 애들한테는 막 친한 척 말 걸길래.... 아무 일 아닌 줄 알고 숙모께 말 걸었는데, 한마디로 생까는 느낌?
차례 지내고 나면 어머님은 부엌일 하지 마시라고 그 숙모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하는 분위기라...
나와 숙모랑 둘이서 부엌에 있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뭔가 화난 분위기... 몇 번 말 걸고 분위기 전환 하려다가
'내가 왜 이래야하나' 싶어 말았어요..
걸리는 거라고 전날 남편이랑 영화보러 간 동안 숙모 내외 왔다가 요리 좀 돕고 간 건데...
그거 때문에 화난 거라면 좀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냥 묵묵히 전 설겆이 하고 그릇 닦을 건 닦아서 넣어두고.... 그 숙모는 계속 정리하면서 설겆이 할 그릇 개수대에 넣고....
그렇게 절 불편하게 하는 것 말고도 나 들으라고 기분 나쁘게 몇 가지 툭툭 내볕은 말이 있긴 한데, 그냥 못 들은 척 하고 넘기고(안 넘기면 어쩌겠어요..)
부엌일 다 하고 거실에 있기 가시방석이라 우리 애들 낮잠 자는 방에 누워서 잠깐 눈도 붙이고 있다가
또 손님들 계속 띄엄띄엄(주로 시누네, 큰집 시누네, 남편 고모 딸네... 등) 오고, 마실 갔던 남자분들 와서 저녁 먹고....
나가기가 뭐하더라구요... 막 절 투명인간 취급하고 자기들끼리만 사이 좋게 얘기하고...
그래서 방에 쳐박혀 있으니까 남편이 조금만 더 있다가 출발하자고 해서 고속도로 뚫고 왔어요....
예전에도 좀 늦게 시댁 도착한 적이 있는데, 그때 어머님이 전 대부분 부쳐놔서 전 조금만 부치고 평년보다 일을 더 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시누 셋이 모여서 수근대고 저한테는 말한마디 안 시키고 그랬거든요(물론 제가 먼저 인사하고 말 거는데, 무시하고) 그때부터 시누들과의 관계도 서먹해지고...
오면서 좀 많이 서러웠고, 앞으로 명절에 시댁 갈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요... 내 나이 마흔이 넘었구만 이러구 살아야 하나 싶고....
전 가서 종처럼 일 하지 않으면 죄인인 건가요?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속상하네요...
아 쓰다보니 길어져서 좀 지루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