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에 친정보다 시댁이 더 편했던 1인입니다.
일단 시부모님은 굉장히 부지런하지시만 그걸 자식들에게 강요하지 않으시고, 시댁친척어른도 없으며, 며느리에게 적당히 선을 지키시는 분들입니다. 그게 약간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 친정은 자식들에게 희생적이고 정도 많으신 분들입니다.
이번 추석에 내가 우리 엄마에게 불만이었던 점은
1. 친척들도 많은데 본인이 덥다는 이유로 브라도 안하고 나시 홈웨어를 (요즘 많이 입는 냉장고 소재) 내내 입고 있어서 (엄마는 몸집이 있고 가슴이 풍만한 편입니다. --;;) 제가 참고 참다가 가슴 다 보인다고 눈치를 줬으나 옷을 갈아 입지는 않더라구요.
2. 본인이 나서서 일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로 다 떼우는 스타일) 작은 집 식구들, 큰 집 식구들, 그 집들의 며느리까지 2끼 먹었으면 됐지,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하고...(그러면 힘든 건 각 사촌들 올케들과 울 올케인데. 심지어 작은 엄마는 부지런해서 본인도 일합니다. 그러니 엄마빼고 모두가 힘든 셈이죠. 각각 집에 가서 쉬고 싶을텐데 말이죠.)
3. 이번에 막내 작은 아버지네 며느리가 첫 명절을 맞아 서울에서 내려갔습니다. 명절 다음날 우리 집 식구들은 늦게 일어나고, 폐 끼칠까봐 그냥 서울로 올라가고 막내 작은 아버니 내외 분만 아침 식사 하러 와서 그 얘기를 엄마에게 했더니 엄마가 애들 교육 그렇게 시키는 거 아니라고 하길래 완전 어이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친정 와서 우리 집에서 식사하고 먼저 댁으로 돌아가신 (친정과 같은 지역) 큰아버지께 찾아가서 인사는 커녕 전화도 안 드렸건만 저에겐 암말도 안하셨음서 남의 집 며느리 훈계라니요...
4. 올케가 결혼한지 꽤 되었는데(한 6년) 아직 없어서 식사 준비하면서 엄마가 하는 얘기를 들으니, 대놓고 애 가져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제 과학의 힘을 빌려 보는게 어떻겠니 등 며느리가 들으면 맘 상할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내가 보기엔 미국 비만인 뺨치게 살쪄버린 내 동생이 문제인 거 같은데 말이죠.
사실 엄마는 굉장히 외향적, 활동적, 자기주도적인 스타일이고, 저는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스탈이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결혼 전엔 우리 엄마처럼 똑똑한 사람이 없고, 엄마말은 다 옳은줄 알았던 순종적인 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혼 후 내 주관이 생기고 객관적으로 보니, 우리 엄마같은 시어머니를 만났으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의 행동이 맘에 안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편으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엄마의 좋은 벗이 되어주지 못하고 너무 차갑게 구는 거 아닌가하는 내적갈등도 굉장히 심합니다.
저 같은 고민 하는 분 없으신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