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자가자 조회수 : 1,235
작성일 : 2013-09-18 23:34:11

저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아기 본 적 있어요. 시골이라 아기가 귀하다보니 어른들이 보면 다들 귀여워했거든요. 그걸 당연하게 즐기는 아기였는데 제 언니가 그런 꼴을 못 봤어요.
그래서 언니는 일부러 외면했죠. 아기가 온몸을 비틀며 시선을 끌려고 할 때마다 더 외면하고, 그럴수록 아기는 그걸 못 견뎌서 나중엔 엄마품을 벗어나 기어코 사랑을 받아내겠다고 언니 옆으로 기어가 무릎을 건드렸는데 끝내 외면하더군요. 말 못하는 아기는 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울고, 언니는 고개를 돌린 채 피식피식 웃고 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민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언니가 애정결핍에 사춘기라서 애정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대상을 견디지 못했어요. 아기든, 동물이든, 여자든......

예전엔 언니를 보면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미운 말, 미운 짓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면서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사랑 받고자 하는 대상에게 못 하는 화풀이를 제일 만만한 저에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연민만 남아 있어요.

언젠가 제 둘째 언니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 난 네가 싫어. 나나 넷째가 죽어라고 노력해도 얻기 힘든 걸, 너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거져 받고 살면서도 그걸 모르니까."


언니는 사춘기를 꽤 오래 보내야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제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대요. 저를 너무 심하게 괴롭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전해줬어요.

'신이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누구를 용서 못하겠나.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니 부디 편히 살아라.

언니는 이미 용서 받았다.'

아마 아기는 잘 지냈을 거예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간혹 언니같은 사람도 만났겠지만 균형을 찾아갔겠죠.

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제 언니같이 마음이 추웠던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아기는 그래도 나름 풍요로울 거라 믿어요.

아기가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서 주변 곳곳이 모두 행복으로 물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IP : 1.246.xxx.6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8 11:42 PM (183.91.xxx.42)

    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용서가 안되요.
    빨리 지금 엮인 관계 다 끝나고
    더이상 서로 안보고 죽는 날까지 살면
    죽기 전에 용서해줄래요.
    그 전에 용서 못하는 이유는 죽기 전에 또 엮길까봐 무서워서예요.

  • 2. 자가자
    '13.9.18 11:51 PM (1.246.xxx.67)

    .../ 저도 안 보니까 용서한 건지도 몰라요. 언니가 외국에 있고 동생편에 말을 전한 거라서 저도 답을 한거거든요.
    안 보고 살게 된 것도 고맙고, 억울하고 슬펐던 감정도 없어져서 고맙고, 늘 그랬듯이 기억 못한다고 우길 줄만 알던 언니가 용서를 구한 것도 고마워요.
    정말 자기자신에게 만족했다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그래도 가깝게 지낼 마음은 없어요. 언니의 너무 오래 몸에 밴 습관이 혹시라도 튀어 나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멀리 있어서 좋은 관계도 있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8555 아기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2 자가자 2013/09/18 1,235
298554 어휴..너무나 깔끔떠시는 어머님~~~ 11 숨막힌다 숨.. 2013/09/18 4,876
298553 명절만큼은 남의편이 아닌 제편인 남편 14 명절 2013/09/18 3,750
298552 손석희씨 뉴스 기대이상이네요~ 27 ... 2013/09/18 5,075
298551 팔다리가 다 쑤셔요 투윅스 땜에..ㅠ.ㅠ 20 휴우우우우 2013/09/18 3,085
298550 cc크림 추천해주세요~~ 5 ... 2013/09/18 3,457
298549 눈 밑떨리는 현상이요 5 ㅔㅔ 2013/09/18 1,942
298548 "바라는 바다" 보신 분들 중에 마지막에 나온.. 땅콩 2013/09/18 901
298547 상한 고기를 받았어요 9 고민중 2013/09/18 3,386
298546 풍성한 한가위 보내셔요~~~~ ^^ 3 세우실 2013/09/18 799
298545 봄베이 + 진 칵테일이요... 2 인도 2013/09/18 3,211
298544 왜 고양이는 산책을 안시키나요? 22 고양이 2013/09/18 12,745
298543 고추땜에 손이 따가워요 어떻게하나요 6 죽을것같아요.. 2013/09/18 3,340
298542 공주병(?) 8개월 아기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30 지침 2013/09/18 9,093
298541 긴연휴 친정은 언제가세요?? 4 11111 2013/09/18 1,598
298540 정말 차남이 편해서일까요? 11 장남이 벼슬.. 2013/09/18 2,835
298539 자궁적출 복강경수술..드디어 소변줄 떼었어요^^ 7 수술 2013/09/18 24,177
298538 운전할때 가장 지리는 상황 2 우꼬살자 2013/09/18 1,562
298537 수제화 구두 쇼핑몰 솔딥..이용해보신 분? 2 구두 2013/09/18 2,066
298536 시댁 화장실에 걸레랑 옷이 썩어있어요 18 .. 2013/09/18 8,259
298535 우결보는분 ? 4 ㅇㅇ 2013/09/18 1,478
298534 적우씨 위키백과에 소개 좀 보세요. 4 g2 2013/09/18 3,913
298533 문이과 통합 확정이 된건가요? 1 dma 2013/09/18 3,060
298532 도와주세요ㅠ출산 후 계속 배가 아파요. 어느 병원 가야하나요?.. 5 .... 2013/09/18 2,458
298531 이 원피스좀 봐주세요... 11 79스텔라 2013/09/18 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