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382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9863 카시트 두개에 시동생...어찌 됐는지 아세요?(궁금) 3 궁금 2013/09/21 4,199
299862 여행서나 관련 에세이 책 추천 좀 해주세요. 24 시누 보내주.. 2013/09/21 1,941
299861 다섯식구 3인용 압력밥솥..안될까요? 15 뎁.. 2013/09/21 2,827
299860 지방뭉친것같은건 피부과가면 되나요? 9 djwl 2013/09/21 2,494
299859 여중생 화상실에서 어떻게 촬영했을까요? 1 ... 2013/09/21 2,045
299858 휴대폰 갤4.노트2.23만원 하이마트 디지털 프라자 가격 정보.. 7 스마트폰 2013/09/21 6,192
299857 우엉조림 냉동가능한가요? 5 우엉조림 2013/09/21 7,907
299856 왕가네 막장 친정엄마와 재섭는 오현경보자니 .. 4 어휴 2013/09/21 2,625
299855 차기 대권, 안철수 39.4%-문재인 13.6%-박원순 10.1.. 26 탱자 2013/09/21 2,660
299854 행신동에 코커스 파니엘 두 마리가 돌아 다닙니다.. 8 강아지 2013/09/21 3,191
299853 맛있게 먹어 주는 아이 땜에 찡하네요 4 양미리 맛없.. 2013/09/21 1,830
299852 파리행 비행기 언제 예약하는게 좋을까요? 7 딩굴딩굴 2013/09/21 1,283
299851 명절때 코피까지 쏟았어요... 13 shukk 2013/09/21 2,880
299850 옥션 솜씨방 가구 괜찮을까요?? 저렴하고 이쁘고 튼튼할까요?? 2 ///// 2013/09/21 1,226
299849 반대로, 엄만 깨끗한데 본인은 안깨끗한사람 있나요? 21 2013/09/21 3,798
299848 재 클 린 뒤 프 레...... 5 혀니랑 2013/09/21 1,498
299847 내일 국립과학관(대전) 개관하나요? 엄마어디가 2013/09/21 656
299846 가정폭력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이겠죠? 3 눈에띄네 2013/09/21 1,607
299845 갤노트2랑 옵티머스 지 프로랑 어떤 게 좋을까요? 15 핸드폰 2013/09/21 3,331
299844 갤노트2 조건 좀 봐주세요 6 ... 2013/09/21 1,332
299843 엄마고양이가 길을 떠난것 같아요 8 슬프네요 2013/09/21 1,967
299842 명절에 응급실 다녀오신분? 3 에고에고 2013/09/21 1,135
299841 mbn 뉴스에서 사법연수원 불륜커플 뉴스 나와요 13 지금 2013/09/21 5,259
299840 염색약 3 조언 2013/09/21 1,141
299839 진짜 웃겨요 5 2013/09/21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