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