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369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4991 식탁보 방수천으로 쓰면 흉잡힐까요? 5 .. 2013/10/07 1,962
304990 6개월남은상태에서,, 스마트폰. 2013/10/07 399
304989 대장내시경 9시에 예약이면 속 비우는 약은 언제 부터 먹나요? 5 내시경 2013/10/07 2,112
304988 고양이때문에 11 냐옹 2013/10/07 1,151
304987 제 아이폰이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1 ... 2013/10/07 575
304986 고1아들 걱정~ 3 ~~ 2013/10/07 1,257
304985 왜들 그러세요 ㅎㅎㅎ 6 아량이 필요.. 2013/10/07 1,023
304984 주변에 남자가 윤민수씨같은 성격 드물죠? 18 인격 2013/10/07 5,525
304983 김석기가 죽였다...공항공사 사장 선임 안돼 2 국민 우롱’.. 2013/10/07 1,151
304982 초등생 독서 같이해줄 사람 있을까요? 8 초등 2013/10/07 796
304981 KB스마트폰적금 추천릴레이~ 6 스마일 2013/10/07 576
304980 산 꽃게에 간장 콜라.부어두고 3일 지난후에 끓여도 될까요 4 간장게장 2013/10/07 1,681
304979 영화 깡철이 보신 분 계신가요? 관상이랑 고민 중 - 플로우식 2013/10/07 423
304978 40대에 라이너자켓.괜찮을까요? 6 나도이뻐지고.. 2013/10/07 2,001
304977 결혼후 사랑이든 바람이든... 9 버스커 2013/10/07 4,308
304976 박근혜는 일베 싫어하겠죠? 7 기러 2013/10/07 687
304975 20년된 문학전집들요 19 .. 2013/10/07 1,724
304974 날개가퇴화된새를지칭하는말 2 무엇? 2013/10/07 1,267
304973 밀양송전탑문제는 단순한것 1 참맛 2013/10/07 542
304972 가네보 화장품 백반증 들으셨어요? 2 유봉쓰 2013/10/07 2,202
304971 캐리비안베이 이번주에 가면 어떨까요? 2 도움 2013/10/07 622
304970 외환은행 항공마일리지 적립카드 쓰시는분있나요? 4 아자아자 2013/10/07 807
304969 정읍 구절초 축제 꽃이 너무 아름다워요 꽃사랑 2013/10/07 2,268
304968 드라마 '맏이' 보시는 분 계신가요? 정말 너무너무 재밌네요 9 드라마 맏이.. 2013/10/07 2,444
304967 냄비완전히 태워서 집안이 냄새로 가득한데 어떻게하면 냄새 빨리 .. 5 난 주부도 .. 2013/10/07 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