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만 5년이 됐어요.
친구들 중에는 제일 먼저 결혼했었는데, 그 친구들 다 결혼하고 이제 아이없는 유부녀는 저 하나네요.
피임안한지는 3년 정도 됐고 본격적으로 난임 병원 다닌 건 10개월 정도 됐어요.
그동안은 아이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원래 애들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구요.
처음 결혼했을 때에는 아예 아이를 안낳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원하니까.. 그래도 아이 하나 쯤은 있어야겠지 생각해서 임신 시도를 하기 시작했는데
제가 너무 임신을 만만하게 생각했나봐요.
애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렇게 생각해서 제가 임신이 안되는 걸까요.
인공수정 3차까지 진행했는데 다 실패했어요.
이제 시험관 하기로 했는데 정부지원도 못받아서 금전적인 부담도 되고..
호르몬제 때문에 몸이 힘든 것도 그렇고.. 매달 피검사 하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요.
조그만 증상 하나만 가지고도 임신인가? 하면서 설레발치고 검색해보고..
아이 없어도 된다면서 이러고 있네요.
어제는 피검사 전에 먼저 피가 비쳐서 생리하는구나 이번에도 실패했구나 하다가
괜히 또 검색을 해보고 왠지 착상혈인 거 같아서 설레발을 또 쳤어요.
남편한테 얘기했는데.. 남편은 항상 안된다 생각해라. 너무 기대하지 마라 이런 식이었는데
막상 착상혈 증상 얘기를 듣고나니 신나서 어쩔 줄 모르고요.
근데 오늘 피검사해보니 또 실패네요.
남편한테 잘 안됐다고 얘기하는데 왜 그렇게 미안하던지요.
처음 난임병원 다니겠다고 결심했을 때 당연히 시험관까지 간다 생각했어요.
내년까지는 해보자. 하고 결심했는데.... 본격적인 임신시도를 시작한지 고작 6달 만에 이렇게 무너지는 거 같아요.
고용량 호르몬제도 너무 힘들고... 호르몬제 때문에 겪는 주기적인 몸의 변화도 너무 괴롭고..
왜 나만 임신이 안되냐- 하는 생각은 안가지려고 노력했어요.
난임인 사람들 보면 지나가는 개가 임신을 한 것 조차도 부럽다는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정말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친구의 임신 소식도 축하해주고, 둘째 고민도 상담해주고. 둘째 생겼다는 친구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어찌보면 자격지심인데 그 것도 나 스스로 인정하자, 부러우면 부러워하자.
아이가 생기면 잘 키우면 되고, 안생기면 힘든 아이들 후원하면서 여행다니면서 살자 이렇게 매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너무 괴롭네요.
피임도 안하면서 둘째 생기면 어떡하지 호호 둘째는 정말 힘들어서 키우기 싫은데. 이렇게 말하는 지인도 너무 짜증나고
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정말 마음이 지옥같네요....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겠죠.
원래 아이는 없었으니까. 어제의 일상이 지속되겠죠.
오늘의 고통도 내일은 과거일 뿐이니까.
그렇게 마음을 달래보는데 오늘은 유난히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