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수원을 방문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출퇴근했던 직장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출퇴근하던 길을 따라 오면서, 대학원을 지나면서, 그리고 교수들과 회식하던 식당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또한, 제가 대통령 출마 선언 드린 직후 첫 번째 찾아왔던 현장이 수원 못골시장이었습니다. 못골시장은 제가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많은 것들이 응축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공동체 복원으로 혁신을 이루어내고, 그 혁신으로 위축되었던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그것이 다시 따뜻한 공동체를 더 튼튼하게 하는 선순환의 과정이, 바로 제가 꿈꾸는, 아니 대한민국 모든 분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연대와 협동, 타협과 상생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와 덕목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효율성만 중시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승자만이 웃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차를 좁히고 패자를 보듬을 수 있는 튼튼한 공동체의 울타리와 사회안전망은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는 자살률과 출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률은 현재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고, 출산율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 얼마나 낙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습니다. 그만큼 지금 현실을 각박하다고 느끼고 있고, 우리 미래에 대해 희망 접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각박하지 않고, 마음 놓고 결혼하고 아이들 낳아서 기를 수 있는 나라. 우리 모두가 꿈꾸는 우리나라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새정치입니다.
새정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새정치가 도대체 뭐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정치인은 설명할 책임 있는데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정치적 목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정치적 비하 시도가 있다고 해도 제가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자기반성도 했습니다.
새정치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정치가 원래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새정치입니다. 없는 걸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정치를 제대로 잘하는 것이 새정치입니다. 따라서 ‘새정치가 뭐냐’라는 질문의 답과 ‘정치가 뭐냐’라는 질문의 답은 같습니다. 정치가 뭐냐라는 질문에 대답 못할 국민은 안 계실 테니 모든 분이 답을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5000만 국민께 새정치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5000만개의 답을 하실 겁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은 다음의 세가지 정도일 것입니다.
첫 번째는 민생 위주의 정치입니다.
여야가 치열하게 싸울 때 국민은 빠져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당리당략에 매몰되다보면 민생문제는 방치되기 쉽습니다.
민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
그것이 국민이 가장 바라는 정치의 모습, 새정치의 모습일 것입니다.
둘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정치입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 적게 내는 일 없고, 권력 가진 사람의 아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일 없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감옥에 가지 않는 일이 없는 나라.
정의로운 나라. 그것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새 정치의 모습일 겁니다.
셋째,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천하는 정치입니다.
제가 첫째와 둘째로 말씀드린 민생 위주의 정치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정치는 이미 많은 정치인들이 이야기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말로만 그치고 지켜지지 않다 보니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실천하는 정치가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생, 정의. 실천. 이 세가지는 새정치의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따라서 새 정치의 다른 이름은 좋은 정치입니다.
또는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이야기하는 표현처럼 착한 정치입니다.
새 정치, 좋은 정치, 착한 정치.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제가 등원한지 넉달이 지났습니다. 넉달 동안 제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던 가장 대표적 사건이 NLL 관련 정상 대화록 원본 공개하자고 본회의 투표에 붙여졌던 그 순간입니다.
저는 반대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해야하는데, 다른 사안으로 초점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정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대화록을 공개했지만, 대한민국 국회에서 정식 표결을 거쳐서 비공개 정상회담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대한민국 외교에 두고두고 손해를 끼치는, 국익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거대 양당의 강제 당론 때문에, 국익을 해치고 국민 생각과도 맞지 않는 방향으로 통과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 일을 접하면서, 국회에 등원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제 의견 말할 수 있고 정치인으로서 가장 강력한 행동 중 하나인 반대표를 던질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거대 양당의 강제당론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임을 통감했습니다.
그렇게 넉달 동안 지켜보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전직 대통령의 NLL 발언과 사초 분실, 이석기 의원 문제로 번져 가는 걸 보면서, 국회에서 처리해야할 중요한 문제인 민생 문제와 국정원 개혁 문제가 외면 받는 걸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가 민생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바라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그렇게 가고 있지 못합니다.
누차 말씀드렸지만, 저는 진보를 가장한 반국가세력에 반대합니다.
모든 양심적 정치세력들은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결과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이석기 의원 문제는 검찰에 맡기고 정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합니다. 저는 민생과 개혁의제, 특히 국정원 문제들이 계속해서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야정치권은 민생을 외면해선 안됩니다.
지금 제1야당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의 주장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크든 작든 야당의 뒤에는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 국민을 봐야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의 요체인 소통과 합의가 사라졌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난 대선기간중 가장 강조하셨던 부분이 통합의 정치, 100%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대선때의 공약처럼 조만간 소통과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께 기득권 정치 청산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수도권은 지역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은 곳입니다.
연고나 혈연, 지연을 극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세력들의 적대적 공생구조를 깰 수 있는 곳입니다.
지역주의에서 자유로운 수도권이 과다대표된 한국정치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데 앞장서 주십시오.
고인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보고 계시는 정치의 모습이 바로 고인물 정치입니다.
고인물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적 사고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
낡은 정치로는 새 시대를 결코 열 수 없습니다.
기득권 정치세력은 의회를 장악하고, 정권을 잡고 있지만 그것은 명백하게 과다대표된 것입니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당의 지지율과 기성정치를 반대하는 무당파 국민을 합치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됩니다. 국민정서법으로 본다면 지금 국회의원의 절반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절반의 정치지분은 국민의 정치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뜻에 부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희가 찾고 있는 분들은 전문성과 정치경력에 앞서 세 가지 정도의 기본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 헌신과 희생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분, 즉 개인의 이해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이 필요합니다.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목소리 작고 목소리 내기 지친 분들을 대신해 헌신 하실 분들이 필요합니다.
둘째, 강력한 개혁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 부분에서 개혁이 필요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굴하지 않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을 굳건하게 추진해 나갈 강력한 개혁의지가 필요합니다. 강한 의지들이 모일 때, 수십 년 묵은 기득권 구조를 깰 수 있습니다.
셋째, 확고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선한 의지가 있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 정치인이라면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정치를 바꾸기는 힘들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하기를 저는 소망합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이제 곧 대선출마 회견을 한지 1년을 채웁니다.
가끔 정치 시작한 걸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 순간 제가 무엇 때문에 정치에 뛰어들었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제가 제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수도권은 민심의 바로미터입니다. 늘, 소신 있는 선택을 해주셨습니다.
그 소신과 열정으로 새정치의 중심에 서주십시오.
저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제가 다짐했던 목적지에 도달하겠습니다.
새정치세력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