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옥상이에요
공기가 싸늘하게 차가운 구름낀 날이에요
쌀쌀한 바람이 불어서인지
목에는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제가 재일 좋아하는 하얀 긴팔의 와이셔츠를 입고 있네요
먼 하늘을 처다보다
살짝 눈을 감고 지난날들을 생각해보는 나의 모습은 너무 많이 쓸쓸해 보여요
결국은 서러움을 참지 못하는듯
한두방울씩 눈물이 흘르고
아주 아주 조용히 화단을 밟고 올라서서
아무말도 없이 10층 아래로 떨어져요
그리고는 영화가 클로즈업에서 쫙~ 멀어지듯이
뒤에는 아파트 전체가 비추며
댕글댕글 목매달아 죽은 저의 모습이 보여요
그리고 다시 클로즈업으로 저의 가슴에 붙어있는 유언장(?)
"윤ㅊ엽, 장ㄱ자.. 너때문에 내가 죽는다" (시댁)
카메라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며 조금씩 저의 얼굴이 들어나고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의 얼굴이 정면으로 비추어질때
갑짜기 고개를 든 저는 눈을 너무 무섭게 뜨고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그 모습에 너무 놀래 잠에서 깨어나네요
할딱할딱 숨은 가쁘고 머리는 깨질것 같이 아푸고... 정말 너무 놀래서 깨요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 선명하고 잊어지질 않아요
보통 꿈을 꾸면 잘 기억도 못하는데
벌써 몇번을 똑같은 꿈을 꾼답니다
지금 그런 꿈을 3개를 번갈아 가면서 꾸고있어요
두번째 꿈은...
폭풍이 부는 추운 늦가을이에요
집 옥상에 방이 있는데
제가 그방 베란다문 앞에 서있어요
그때 또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비가내리며 바람이 세게 부는데도 신발하나 신지않고 창문앞에서서
방 안을 들여다 보고있어요
등뒤쪽에 있던 카메라가 카트가 되고 다음은 방안에서 창문쪽으로 보여요
젖은 머리가 얼굴에 반은 가리고있고
왼쪽으로 살짝 돌린 얼굴은 방 한가운데를 처다보고 있어요
카메라는 서서히 얼굴에서 손으로 내려가며
손에는 무엇인가 쥐어져 있어요
갑짜기 번쩍 번개와 천둥소리와 함께
손에 칼이 들린것이 보여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카메라는 다시 저의 얼굴로
그리고는 저의 시선을 따라 방 한가운데로 옮겨집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있는 부부
다시 서서히 저의 모습에 카메라가 비추는데
하얀 와이셔츠는 피로 물들어 있고
시퍼렇게 번뜩이던 칼은 저의 배에 꽂아져있고
옛날에 일본인들이 자결을 할때와 같이
저는 그 칼을 옆으로 그리고 위로 돌리고 있어요
내장이 흘러나오는 저의 모습에 경악하고는 잠에서 깨어나요
항상 너무 놀래서 땀에 흠뻑 젖어있고
다시 잠을 들지 못하네요
그리고 3번째의 꿈...
아주 짧아요
화장실 욕조에 차가운 물이 받아져있고
그 물안에는 벌써 파랗게 핏기를 잃은 제가 두러누워있어요
손목을 갈라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금방 욕조가 핏물로 변하네요
습기가 차서인지
눈을 뜨고 죽어있는 저의 얼굴에 한방울 물방울이 떨어지고
그 차가움에 놀래서 깹니다
심난하게 만드는 꿈 풀이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