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고되고 힘들 때 나보다 못한 사람도 많다...하고 자위하는 거 사실 억지라 생각했다.
그럴수록 교묘하게 순간을 모면하려는 합리화 아닌가 했다.
생전 겪어보지도 않은 타자의 비극에 위로 받고 그 힘으로 내 일상에 힘을 내자는 건 놀부심보다라고.
게다가 잠깐 종교활동에서 경험한 자비와 사랑이 헌신이라는 이름이 아닌 그에 따른 이익이 계산된 거라는
현실이 회의적인 감정을 더 부추겼다.
속을 들여다 보면 나 또한 이타심이라는 퍼포먼스였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항상 "나"는 진심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불행하고 불운한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뭉클한 맘을 갖고 얼마를 사나?
자고나선 나보다 잘난 누군가를 보고 다시 실의에 빠지고 ,
말 한 마디, 표정변화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
겉으론 웃고 떠들고 끄떡없이 잘 살아..하고 허세를 부리며 마음은 다시 흐물흐물해진다.
누구는 평생을 자신이 바라는 모습만 그리다 살고,
누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산다.
치열한 사투를 치르고 얻은 영적인 평화...
그때 그때 세상과 타협하며 옹졸하게 앞만 보고 달리는 나는 엄두가 안 난다.
삶의 비밀을 깨치는 대가로 그들이 치른 육체적 ,정서적 파괴를 어찌 알 수 있을까..
적나라한 내 맘 깊은 곳에선 '내가 아니라 다행이야..' 라는 비겁한 안도감이 있다.
그들의 불행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건 교만이다.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껴안을 줄 아는 사람...
사랑은 그런 이들이 가져야 할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