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작년에 고3이었던 딸이 고3후배에게 보낸 편지

만두부인 조회수 : 3,143
작성일 : 2013-09-08 13:09:21

우연히 얼마전 딸래미 페이스북을 보다가 발견한 글이예요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짠하네요

 

 

OO야 나는 고등학교 때 많이 외로웠어.
중학교 때 만큼 깊이 사귄 친구가 없다고 느꼈던 까닭에...
쉬는 시간만 되면 같이 놀 친구가 없다고 느꼈고, 쓸쓸했고, ㅎㅎㅎ
모르겠어. 내 옆엔 친구들이 많았는데 내가 그냥 혼자서 외로움을 자초한건지도 ㅎㅎㅎ 이런 글 보면 내 친구들이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당ㅎㅎ (완전 서운해 하는 거 아님??;;; 걱정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말이야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까지만 해도 공부 안 하는 척 하기에 바빴던 것 같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잘 안나오면 비참해지잖아. 사람들한테 보이기에도 뭔가 머리 좋은 애로 보이고 싶었나봨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진짜 안하게 되더랔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그러다가 2학년 2학기 때부터 결심했땅 ㅎㅎㅎ '그냥 앞으로 1년은... 내 인생에서 버리는 날들로 생각해야겠다. 집에서는 어떻게 할지 몰라도 사람들 앞에서만은 엄청 열심히 하는 애로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애로 보여야겠다. 최선을 다하는 1년을 만들자. 그러고나서도 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땐 그건 진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깨끗하게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괜히 결과가 열심히 했어도 안좋을 수 있는 결과가 두려워 열심히 안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결과가 안좋았을 때, 내가 열심히 안해서 그래, 좀만 했어봐 훨씬 잘했지 이런 변명거리를 만들려고하지 말자. 머리 안 좋은 애로 보이더라도 괜찮다.' 그리고 나서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맨날 그러니까 애들이 대단하게 보더라ㅋㅋㅋ 그리고 애들은 나를 공부만 하는 애로 인식하기 시작 ㅋㅋㅋㅋㅋ 전에 내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 까먹었나봐 ㅎㅎㅎㅎ 그냥 공부... ㅇㅇ;; 공부를 하니까 난 절대 외로워보이진 않을 거라고 그냥 열심히 하는 애로 보일거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안외로웠지. 좋았어.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애들이 날 외롭게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ㅎㅎ 많이 힘들지? 외롭지? 그런데 나에겐 외로움이 공부를 하는 동력을 제공해주었나봐. 집중 안할 때도 공부하는 척을 했어. 애들은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나는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외로워 보이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척을 했었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 생각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었는데;;. 난 그렇게 사는게 더 안 외로웠단다. ㅎㅎ 공부는 나에게 다른 걱정거리를 잊을 기회를 제공해주었지. 나에게 가장 힘든 건 외로움이었나봐. 공부를 할 때 난 그 크나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음???? 글쎄.... ㅋㅋㅋ 이런 얘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엌ㅋㅋㅋㅋ 그냥 지금 힘들고 외로울 수 있는 너에게 나 또한 그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그 종류는 살짝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힘든 법이지 ㅎㅎㅎ 그럼에도 항상 내가 가장 힘든 것 같이 느껴. ㅠㅠ 누가 달래줘도 안괜찮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언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구나.....으힝 ㅠㅠㅠㅠ
어짜피 고3.... 뒤로 물러설 곳은 없어. 그냥 앞만 보고 가시덤불을 헤쳐나가야 할 시기이지. 부정적인 결과를 계속 상상하면 정말 끝도 없당. 열심히 하면 넌 그 가시덤불에서 조금이라도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길에 다가설 수 있겠지. 하지만 포기하면 그저 가시덤불 안에 그대로 있을 뿐이야. 다른 학년이라면 돌아갈 길을 찾을 수도, 길을 뚫을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고3 시기란 자기에게 이미 주어지 길과 도구만을 이용해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시간 밖에는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이판사판이지. ㅎㅎ 이왕 이렇게 된거 결과는 생각하지 마렴. 너에게 주어진 건 단 하나의 길 밖에는 없단다. 그냥 앞만 보고 나아가는 거야. OO야,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겠지만 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험생들 중에 그 수험생 모두가 원하는 △△대를 꿈이라도 꿀 수 있고, 그 꿈에 가까이 다가와 있기까지한(그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만 그럴 뿐일지라도) 너는 정말 행복한 경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난 그렇게 위로했었음ㅋㅋㅋ). 조금만 더 노력하렴. 넌 나보다 훨배 훌륭한뎅 이 모자란 언니가 위로해주는 꼴이라닝@.@ 화이팅♡
-절대 과제가 하기 싫어서 이러는게 아니라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

IP : 116.34.xxx.1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제
    '13.9.8 1:22 PM (119.71.xxx.20)

    힘들때 진실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이곁에 있을까? 그런 생각 늘 한답니다..
    좋은 선배네요.

  • 2. 그쵸
    '13.9.8 1:56 PM (116.34.xxx.109)

    제딸이 그런 역할을 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고3시절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잘 이겨낸 것도 대견하고 지금 수험생들도 생각해보면 안타깝고.. 그러내요

  • 3. ᆞᆞ
    '13.9.8 2:10 PM (218.38.xxx.86)

    저장해두었다가 딸에게 보여줄래요

  • 4. ..
    '13.9.11 11:07 PM (110.4.xxx.81)

    따님이 참 기특하고 대견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2677 응사 질문 하나 김슬기? 나왔던 에피 5 궁금이 2013/12/19 1,669
332676 추운 환경에 오래있으면 피부가 상하나요? 2 루나 2013/12/19 1,364
332675 나홀로산다'에서 김민준이 사는 집 어딘지 아시는 분. 30 63787 2013/12/19 33,796
332674 제작진들께 감사드려요! 변호인 2013/12/19 782
332673 혹시 일본어 잘 하시는 분 계시면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7 맑고향기롭게.. 2013/12/19 1,095
332672 샤워커튼..비싼게 좋은가요? 2 궁금맘 2013/12/19 1,409
332671 공영방송의 대국민 조롱..... 6 ........ 2013/12/19 1,333
332670 부산국제고등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5 부산국제고 2013/12/19 3,340
332669 생리대 꼭 일본산 원료 쓰는지 확인하고 사세요 3 진짜 2013/12/19 2,786
332668 캐나다 단기유학... 6 희망 2013/12/19 1,665
332667 생활자기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자기 2013/12/19 553
332666 옥도장 잘못 새긴 이름 어째요? 7 도장 2013/12/19 1,873
332665 가방 구매 대행시 관세 질문입니다. 4 .. 2013/12/19 1,714
332664 양천구비행기소음 1 양천구 2013/12/19 1,860
332663 서울광장 집회 잘 다녀왔습니다. 30 잘 다녀왔습.. 2013/12/19 2,756
332662 오래된 냉장고 세탁기 버릴려고 하는데요 3 서울입니다 2013/12/19 1,673
332661 출발 비디오 출발에서 김 경식이 하는 코너 보세요.. 5 반마안 2013/12/19 1,680
332660 재방송 - 1219부정선거 범국민촛불집회,철도민영화반대 집회 lowsim.. 2013/12/19 753
332659 82님들,대학내 대자보에 호응할 좋은 아이디어 2 기발한 2013/12/19 1,113
332658 봄가을날씨가 일년내내인 나라가 있나요 10 2013/12/19 12,850
332657 의사가 얼굴에 바르면 안되는 연고를 처방... 혀기마미 2013/12/19 1,315
332656 저만 이런가요? 자식얘기하는거.. 6 메기 2013/12/19 2,174
332655 턱 여드름...산부인과 치료가 있나요? 2 000 2013/12/19 2,928
332654 직장들어간지 삼개월 지나니 5 그냥 수다 2013/12/19 1,818
332653 5세후니가 서울시장이었다면 서울광장에서 철도노조 파업을 할수 있.. 2 ... 2013/12/19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