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활어의 죽음

진시리. 조회수 : 1,455
작성일 : 2013-09-05 16:55:34
활어의 죽음

활어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는 수족관에 일식집 주방장의 손이 들어가면 평화가 깨진다.. 모두 자기만은 잡히지 않겠다고 죽기살기로 도망친다.. 그러나 도망쳐봐야 좁은 수족관 안이다... 뛰어야 벼룩이다..

결국 주방장은 처음에 점찍어둔 놈을 잡아올린다..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활어대가리를 도마 위에 두어번 세게 내리치면 그 버둥거림이 사뭇 줄어들고 거의 포기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일순간의 긴장모드는 해제되고 주방장은 휘파람을 불어제끼며 여유로이 사시미칼을 가져와 도마 위에 얌전히 누워 가쁜 숨만 헐떡이며 죽음의 공포에 떠는 활어를 살아있는 체로 포를 뜨기 시작한다... 

수족관 안에서 이를 쳐다보는 동료 물고기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서 압도적인 공포감에 전율하며 동료의 잔혹한 죽음을 바라본다... 이 다음번에 자신이 주방장에게 낙점을 받지 않을 갖은 방법을 강구한다... 아픈 척도 해보고, 주방장이 주로 오는 쪽 반대쪽으로 숨어있기도 하고, 자신의 동료들을 주방장 손이 오는 쪽으로 밀어내보기도 한다... 그래봐야 순서의 차이일 뿐.. 결국은 다 산 채로 칼로 난도질당하여 인간들의 배속에 들어가게 되는 살육의 현장을 벗어날 수 없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굴복 이외의 단어는 떠오르지조차 않는다..

동료가 주방장 손에 잡혀 올라갈 때... 동료를 구하겠다는 놈 하나도 없다... 동료가 당할 모진 살육.. 그것이 자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오히려 기쁘기까지 하다... 가장 기쁜 것은 한끗차이로 자신옆의 동료가 잡힘으로써 자신의 무사가 결정된 순간이다... 막상 동료와 함께 수족관의 물보라가 가라앉고 수족관엔 평화가 찾아들면 한치앞의 동료의 살육 따위는 관심도 안 갖고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유영을 즐기며 무뇌를 뽐내는 활어들이 사실상 대부분이다...

비좁던 수족관이 넓어져서 좋다고 환호작약하는 놈도 있다.. 그놈이 괜히 팔팔하게 돌아다니고, 생생하게 헤엄도 요리조리 잘 치며 돌아다녀서 '모난 돌이 정맞은 것'이라며 자승자박한 것이라며 횟감이 되어 죽어가는 동료의 치부를 드러내며 난도질하며 '힘이 곧 정의이니 까불고 나설 생각하지 마라' '물지도 못할 거면 뭐하러 짖나... 그냥 쥐죽은 듯 침묵하고 순종하라' 며 설교질을 시작하는 지도자급 활어들의 발언권이 높아진다..

그들이 주방장의 압도적인 힘에 도전할 생각없이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순응하는 한, 그들의 유유자적도, 환호작약도 일순간이다... 다음은 그들 차례다..
IP : 119.71.xxx.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9.5 5:01 PM (175.223.xxx.55)

    도전해도 이길수없잖아요
    계란으로 바위치기인데..
    더 싱싱한척 해야 늦게 죽임당하죠
    아픈척하면 먼저 횟감..

  • 2. 흠...
    '13.9.5 5:03 PM (180.233.xxx.229)

    작금의 정치판에서 우유부단한 처신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 3. dd
    '13.9.5 5:13 PM (39.119.xxx.125)

    시의적절하고 무서운 글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4929 애를 꼭 낳아야 하나... 8 oo 2013/09/09 2,542
294928 사돈네 산소와 집? 18 ??? 2013/09/09 3,348
294927 서울역근처 점심..어디가 좋을까요? 6 맨드라미 2013/09/09 2,491
294926 쌀수입 전면 개방한다네요 8 ㅇㅇㅇ 2013/09/09 1,705
294925 초3 여자아이 은따? 6 ch3 2013/09/09 4,434
294924 잇몸질환 조언 좀 주세요 2 중년은힘들어.. 2013/09/09 1,876
294923 엄지발가락에요.. 1 ㅠㅜ 2013/09/09 1,044
294922 패션 조언 부탁드려요 체형꽝 중학생 아들요 5 고민맘 2013/09/09 1,259
294921 무좀 걸렸을 때 신었던 신발은 버려야 할까요? 1 아줌마 2013/09/09 2,871
294920 홍삼액 차게 먹어도 상관 없나요? 4 질문 2013/09/09 2,234
294919 건강해보이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2 2013/09/09 1,267
294918 기러기아빠들의 현실 7 미시USA 2013/09/09 5,712
294917 장롱면허 13년 차.. 얼마 전 여기 82cook에서 유명하신 .. 26 장롱탈출 2013/09/09 8,887
294916 1억 만들기 적금을 들고싶은데 은행어디가 좋을까요? 8 ... 2013/09/09 6,348
294915 갱년기증상인가요? 자율신경계 이상일까요? 1 마나님 2013/09/09 4,710
294914 뒤늦게 그림을 그려보고싶은데요 10 헛헛한 마음.. 2013/09/09 2,079
294913 9월 9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3/09/09 1,307
294912 자산2억이하에 자유를 준다는데 반대하는 노점상들... 9 탈세천국 2013/09/09 3,396
294911 사기꾼같은 고모 2 2013/09/09 3,310
294910 낚시 부동산 사이트 디자이너 2013/09/09 1,009
294909 망상장애나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잘 다루는 병원/의사 선생님 아시.. 3 질문! 2013/09/09 5,173
294908 결혼전에 힌트준다는 말.. 5 .... 2013/09/09 4,818
294907 kbs 한국어 능력시험 정말 어렵네요 2 /// 2013/09/09 2,157
294906 아이패드 뒷자석 거치대랑 초기갤럭시노트 차량 거치대 추천주세요 2 지키미79 2013/09/09 1,613
294905 초등 수련회갔다온 아들이.. 14 ㅠ ㅠ 2013/09/09 13,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