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이에요.
방정리를 하면서 20대 때 개념없이 쓴 돈들이 생각나 자괴감이 드네요 -_-;
계획적인 돈쓰기, 절약하기, 가격대비품질 따지기, 저렴하게 사는 방법 알아보기, 세일기간 이용하기....
이런거 일절 없이 무조건 사고싶으면 사고, 최고급으로 사고, 기능성 물건들도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면
디자인 좋고 몇배 비싼 것도 망설임 없이 사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조리 백화점에서 사고(속옷 한장,
면티 한장, 토너 한병, 로션 한병 이런거 전부 백화점 아닌 데서 사면 큰일나는 건줄 알았어요;;)
세일기간 기다릴 것 없이 정가 다주고 사고... 이랬네요. 오로지 할 줄 아는 건 백화점 상품권 타기,
메니저들이랑 협상해서 직원가로 사기 이정도;;;;
저런식으로 사들인 물건이 진짜 머리에서 발끝까지 필요한 모든 물건들이에요.
속옷, 런닝, 잠옷, 스타킹, 츄리닝 등등부터 외출복까지, 화장품부터 샴푸린스, 바디크림, 핸드크림까지,
머리끈 하나, 침구세트, 구스다운이불(그시절에 벌써!!!)까지;;
그나마 구두는 백화점에서 산게 잘한거다 싶고, 명품백은 안좋아해서 안샀네요-_-;;
게중에 한벌에 30~40만원 하는 원피스들, 아우터들 중에 한번도 못입은 것들도 있어요.
괜찮다싶어샀는데 그옷을 입을자리가 몇번 안생기거나(바캉스 패션, 지나치게 샬랄라한 옷들), 그냥
잘못사서 거의 새옷이거나 완전 새옷인 것들이 좀 되는데,
지금 그거다 보면서 정가로 환산하며 한숨이 절로 나와요.
정가는 또 왜이렇게 선명하게 생각나는지-_-;;
피부과는 또 얼마나 꾸준히 다녔으며, 머리에도 얼마나 투자를했으며, 운동도 시설 제일 좋은곳에서
비싼회원권 끊어서 다니고(이건 지금도 그러는데 운동은 항상 열심히 하니까 후회는 없지만 그당시
학생시절이었던걸 생각하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엿죠). 교보문고가서 책은 또 얼마나 사댔는지 몰라요.
예전에 벅스뮤직인가 공짜로 음원 다운받기가 가능한 시절이 있었는데 문화콘텐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장르불문 무조건 CD사서 듣고(저작권 보호는 잘한일이지만 CD를 그리 사대는 것도 역시 학생
신분에 걸맞지 않은 소비였는데 절제는 전혀 모르고 그 많은 CD들을 두번 생각 안하고 전부 다 사서 듣던
내가 참;;)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지금 돈을 많이 버는 편이에요.
과거 수준의 소비는 가능하고 여전히 고급소재 고급디자인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이제 저렇게 생각없이는 안사죠;;;
이번 겨울엔 구스다운 파카 하나! 봄엔 트위드 자켓 하나! 뭐 이런식으로 계획도 하고
가격대비품질 따질 생각도 하고, 조금 불편해도 구매대행 이용하며 기다릴줄도 알고.
보세로 사도되는 건 그리하고. 그러네요.
지금생각하면 완전 돈지랄했던 저의 과거가 심히 부끄럽네요.
남은 것 중에 좋은건.. 좋은피부와 머릿결 건강한 체력, 예쁘옷입고 찍은 사진들, 과거에 인기 많았던
기억들, 나를 자기관리 잘하는 단정한 학생으로 기억해주던 동기들-_-;;
안좋은건 지금 느끼는 자괴감, 한심한 과거에 대한 자책, 나이에 안맞에서 아까워도 앞으로 입을 일 없는
상태 멀쩡한 고급옷들... 이네요. 그나마 화장품 같은 건 전부 끝까지 쓰고 그래서 로션 한방울 헛되이
한적 없어요. 색조는 워낙에 거의 안했고.
와... 쓰고보니 한숨밖에 안나오네요.
지난날들을 반성합니다.
해볼만큼 해봤다는 생각에 앞으로는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차선책을 선택하며 사는 데 전혀 지장없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