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지난 5월 총기·시설 타격 발언 안해”
[8월 30일자 조간브리핑] 소모임 발언을 ‘내란음모’ 규정…실행능력 구체적 증거 있나
‘내란음모죄’는 그동안 형법에서 사문화하다시피 한 조항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유신 시대에나 적용한 혐의여서 형법 교과서에도 설명이 몇줄 안 나온다”고 말했다. 듣기에도 섬뜩한 ‘내란음모’ 카드를 국정원이 빼들면서 과연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오늘자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국정원이 확보했다는 이른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이 사실일 경우 이석기 의원의 문제 발언이 없지 않다. 우선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 지배 세력한테는 그런 거야”라는 부분이다. 국가보안법상 고무 찬양죄를 적용할 수 있다. 아마도 내란음모로 볼 수 있는 발언은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기술 준비가 필요하다”가 아닐까 싶다.
“이석기, 지난 5월 총기·시설 타격 발언 안해” [한겨레 1면]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에서 당원 등 13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해 ‘강연’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이 ‘총기를 준비하고 국내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도 준비하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남한 내 세력들이 파출소나 무기저장고 등을 습격해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하라’ 등의 ‘지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의원의 강연 뒤 모임 참석자들이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당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간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얘기했고, 그 과정에서 ‘주요 시설물을 타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고 사정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폭동 계획 정황 상당수… 국정원은 자신감 [한국일보 3면]
국정원은 이 정도로도 자신감을 표시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은 별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의원 등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법원의 판결 추세가 수사기관이 100%에 가까운 유죄 입증을 하지 않는 이상 무죄로 본다는 쪽으로 가고 있어 국정원 등에게는 불리하다는 관측이다. 검찰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실제 범죄에 적용한 사례가 없어 경험이 적다는 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민경한 변호사는 "그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아직 구체적으로 실행에 들어가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에 이들의 계획이 실제로 국가를 전복하겠다는 목적이었는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러 의견 중에 하나일 뿐, 조직원들이 공유해 행동에 옮길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녹취록 가운데도 '총을 준비해야 한다'는 등의 일부 발언에 '뜬구름 잡는다'며 회의적인 답을 하는 참석자들도 여럿 있었다.
소모임 발언을 ‘내란음모’ 규정…실행능력 구체적 증거 있나 [한겨레 3면]
국정원의 의심을 키우는 이유 중에 또 다른 하나는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구성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내란음모를 꾀할 수준의 조직이라면 반국가단체 성격을 띠어야 하는데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법정형만 놓고 볼 때 보안법의 최고 사형도 가능한 반국가단체 구성이, 3년 유기징역 정도인 형법의 내란음모보다 훨씬 높다. 결국 국정원이 ‘내란음모’라는 낱말을 사용해 정치적 충격과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이 혐의를 적용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압수수색영장에 내란음모 혐의를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음모 정국’ 공안 올드보이 4인방이 주도 [한겨레 3면]
1990년대에 공안검사였던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첫 대형 공안사건이자 ‘내란음모’라는 죄명이 붙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수사는 김기춘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올드보이 공안통’들이 청와대 핵심 요직에 포진한 직후 터져 나왔다. 야권 한 핵심 인사는 “과거 경력을 볼 때 이번 사건을 핸들링하는 정점에는 김기춘 실장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1989년 서경원 의원 방북 사건 당시 ‘좌익 발본색원’을 총지휘한 ‘전력’이 있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터졌을 때는 법무부 장관으로 수사 방향을 최종 결정했다. 1992년 대선 때는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로 ‘모의’한 초원복국집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국정원이 이번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에 견줘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 직속기관이어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청와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더구나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불만이 많았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이번 사건만은 확실히 틀어쥐고 국면을 주도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별명이 ‘육사 3년생도’일 만큼 군에서도 강경보수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경기동부연합 6~7명 최소 2차례 몰래 북한 들어갔다” [국민일보 1면]
어제 국민일보가 온라인에서의 가판 엠바고를 걸었던 기사다. 특종이라고 여긴 기사인 것.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 수사의 핵심 대상인 경기동부연합 인사 6~7명이 2011년 이후 최소 2차례 밀입북한 정황을 포착해 공안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사인데. 이들은 탈북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루트를 통해 중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으며, 남한에 돌아온 직후 경기동부연합 조직원 등이 참가한 비공개 회합을 두세 차례 가진 것으로 공안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회합의 녹취록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공안 관계자’가 출처인데 그대로 받아 싣기에 과연 신빙성이 담보돼 있겠나 싶다.
이정희 대표 “경향신문이 매카시즘에 동조” 주장 [경향신문 1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언론인들께 특별히 당부한다. 국가정보원이 부르는 대로 받아쓰지 말아 달라”며 “‘경향신문’은 진보언론을 자처하면서 그런 보도를 하고 있다. 매카시즘에 동조하는 ‘경향신문’의 자성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걸 경향신문이 1면에 실었다. 의도가 궁금하다. ‘우리는 상대의 반론권을 존중한다’일까 ‘우리는 이런 소리를 들을만큼 종북과 거리를 둔다’는 것일까. 사설을 보자.
[사설] 통합진보당 수사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안된다 [경향신문 31면]
“아직도 우리 기억에는 생생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 당시 ‘종북’의 색깔론까지 덧씌우며 무분별한 폭로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부정경선의 주도자로 난도질했으나, 결국 두 의원은 무혐의로 판명났다. 특히 국정원이 수사한 공안사건들은 처음에 공개됐을 때 ‘혐의’가 증폭·왜곡돼 선전되었다가 나중에 기소단계 또는 재판단계에 가면 무죄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1년 10년 만의 간첩단 사건으로 발표된 소위 ‘왕재산 사건’은 핵심적 공소사실인 ‘반국가단체 결성’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얼마 전 국정원과 검찰이 기소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도 무죄 판결이 났다. 이건 공안정국을 조성할 목적으로 국정원이 조작한 공안사건의 목록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렇다면 전자일까.
☞ 2013-8-30 김용민의 조간브리핑 팟캐스트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