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모차 끌고 있는 동안 편하겠구나!
핀란드처럼 유모차 편한 세상 우리도 가능할까
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3-08-28 14:46:40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다섯 번째로 일상생활 곳곳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 짚어봤다.
“그녀가 차를 타려고 했을 때 버스는 대단히 혼잡했고 유모차용 공간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순간 어디선가 ‘여러분, 유모차가 들어오니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동시에 모두가 자리를 피하며 유모차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육아와 보육에서 시작되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담은 서적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전국사립호이쿠엔연맹 보육국제교류운영위원회 편, 박찬영·김영희 역, 아침이슬, 2011년)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의 첫 부분 ‘핀란드에서 아이를 낳고 길러 보니’ 편을 쓴 일본인 후지이 니에메라 미도리 씨가 자신의 친구가 탐페레 시에서 처음 버스를 탔을 때의 일화를 전하는 내용이다. 유모차 이용자를 어떻게 배려하는지 핀란드의 선진 의식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후지이 씨에 따르면 핀란드에서 일반 승객은 앞문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타지만 유모차를 밀고 타면 넓은 뒷문에 그대로 탄다. 버스 요금은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는 물론 유모차를 밀고 있는 어른도 무료다. 문 바로 안쪽에는 유모차 두 대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어서 유모차를 접거나 할 필요도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일도 없다. 타고 내릴 때에는 버스 출입구 바닥이 경사 차이가 작게 비스듬히 설계돼 있어서 유모차용 멈춤 버튼으로 운전사에게 알리면 편안하게 내릴 수 있다.
후지이 씨는 “유모차에 친절한 핀란드 사회에서는 유모차가 있어서 힘들다가 아니라 오히려 ‘아, 유모차를 끌고 있는 동안은 편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유모차를 동반해 편리하게 외출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건 엄청난 모험이다. 사회가 많이 바뀌고 편의시설이 어느 정도 확충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유모차 이용자의 보행권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핀란드에서 한 엄마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버스에 오르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눈치보지 않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의 경우 바닥이 기울어져 유모차가 타고 내리기가 쉽게 돼 있다. ⓒ도서출판 아침이슬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유모차를 동반해 편리하게 외출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건 엄청난 모험이다. 우리나라 유모차 이용자의 보행권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특히 버스의 경우 수년 전부터 저상버스가 도입돼 운행되고 있지만 유모차 이용자들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차량대수도 적을뿐더러 승차거부 사례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경우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아직 지하철역사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몸이 힘들어도 아기띠를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유모차를 갖고 멀리 외출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편은 대중교통을 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반 보도나 횡단보도 등을 이용할 때도 나타난다. 교통약자와 자전거, 유모차 등의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가 있는 곳의 경계석 턱을 낮추자, 얌체 운전자들이 이를 이용해 보도에 주정차를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또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이 너무 짧아 유모차 이용자나 어린 아이의 경우 미처 건너기도 전 신호가 바뀌어 버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 유모차 이용자나 휠체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보행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보행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충북 청주에는 자동차의 전유물이었던 도로를 사람에게 되찾아줘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대중교통 이용자, 자동차 운전자 등 모든 도로교통 수단 이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완전도로’(complete streets)가 연내에 조성될 예정이다.
‘완전도로’는 국내에 처음 도입된 도로 개념인데, 유럽의 여러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보행자 중심의 도시환경 조성 목표를 수립해 생활권 도로에서 차량 속도 제한이나 차로 폭 축소 등 이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청주시에서 ‘그린 스트리트’(Green Street)라 이름 붙인 이 도로는 현재의 왕복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는 대신 차선 옆에 녹지공간과 자전거도로, 보행자 도로로 꾸며진다. 차로는 S자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 사업 대상지역인 분평동 지구는 아파트단지와 3개 초등학교, 1개 고등학교가 밀집돼 있어 주민들의 무단횡단, 어린이 교통사고, 불법 주차 등 민원 발생이 끊이지 않는 지역인지라, 청주시의 이번 시범정책에 지자체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병근(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만들기 연구소장)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영유아의 보행환경에 대한 배려는 장애인의 보행 환경보다 보완해야 하는 점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하철 승하차 시 유모차나 휠체어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열차와 승강장 틈새도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마저도 유아들에게는 틈이 넓어 부모가 대동해도 보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행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한쪽에서는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럴 돈 있으면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경사로가 생기고, 엘리베이터가 생기는 건 유모차를 끈 사람에게만 유리한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더 유익한 것”이라며 “요구하는 쪽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시민들과 제공하는 쪽도 그 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계층을 위한 편의시설은 그들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편의시설 설치가 필요 없도록 하는 ‘무장애 환경’은 영유아를 포함해 장애인, 노인 등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편의시설을 설치하려 할 게 아니라 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장애물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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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유모차 버스탑승에대한 글 봤는데요. 이런뉴스가있네요
야옹 조회수 : 1,633
작성일 : 2013-08-28 20:22:02
IP : 116.33.xxx.1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음
'13.8.29 12:32 AM (123.213.xxx.218)아무리 그래도 출근시간에 유모차는 아닌 것 같아요.
선진국 버스 혼잡해봐야 우리나라 출근시간 버스만할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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