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포 미드나잇을 보고 있자니 배우들의 세월과 나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누구나 나이 먹고 시간에 스러져 한해 두해 보내면서두 와 닿지 않다가
부지불식간 정돈되지 않은 적나라한 나와 마주할 때 있잖아요.
매무새 다듬으려 거울 보는 건 진짜 자기얼굴이 아니라네요.
거울을 보는 행위 전에 표정을 만든다고...
순식간에 스치는 내 모습...가끔 지하철 유리에 비친 모습보고 놀란 적 있었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의 나는 그리고 우리는 참 건조하고 무심합니다.
처음 비포 시리즈 봤을 때 유럽 열차 여행에 대한 낭만이 부풀었죠.
하지만 제가 줄리델피가 아닌 이상 에단 호크를 만날리는 만무..ㅋㅋ
그렇게 환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즐거운 맘으로 배회했던 영화였습니다.
어긋난 헤어짐 이후 다시 재회한 그들의 비포 선셋...
전 그 마지막 장면 줄리가 에단 앞에서 떠나야함을 종용하면서도 야릇하게 춤을 추던 그때 알았습니다.
둘이 뭔 일 난다고...ㅋ
그렇게 그림같이 만난 둘의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져 그 일상성의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비포 미드나잇은
이상적인 연애에서 가장 현실적인 결혼의 이상을 제시합니다.
일상성에 대한 지루함이나 사랑의 감정이 식어 상실감에 허덕이는 무기력한 남녀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는 그들의 무심함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들...
그들은 정말 "대화"를 하고 있더라구요.
나중엔 저 대사들이 시나리오야..두 배우의 실제 대화야 ..할 정도로...
연애든 결혼생활이든 시간에 반비례해 대화는 줄잖아요.
꼭 말해야 아느냐며...
말해야 알아요, 또 말을 하며 살아야 하구요...
약간의 갈등을 소재로 집어넣긴 했지만 저 두 커플이 이혼하겠구나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금을 얘기할 줄 알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더라구요.
그냥 주거니 받거니 한다고 대화는 아님을 이 영화가 깨우쳐 주네요...
두 배우의 자연스런 주름이 주는 위로도 참 좋았습니다.
떳떳하게 흘러가는 거... 그게 용기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