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옷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나 오늘 신경 좀썼지. 뭐 그런 느낌을 주는 옷들에 눈이 가고 또 많이 사기도 했어요.
정장이나 딱 떨어지는 외투, 기본 원피스 같은 것들요.
한데 점점 그런 옷들은 불편하다보니 자주 입어지지 않더라구요. 옷입는 재미도 좀 덜해요.
그래도 일년에 3-4번은 입게 되니까 필요하긴 하죠.
어깨, 허리에 잘 맞아서 늘씬하면서 길어보이는 선을 가진. 옷감이 좋은 자켓,
눈부신 흰 색이 조명처럼 얼굴을 환하게 해주는 흰 셔츠,
몸에 딱 맞으면서도 스판기가 있어서 편안한, 다리가 길어보이는 정장 바지. 치마..
참, 이것들은 윗옷들 바꿔가며 얼마든지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서 반드시 "이건 운명이다, 이건 하늘이 나를 어여삐 여겨 보낸 거다" 싶은 거를 사야 할 것 같습니다.
한데, 사실 " 나 돈 좀 있어, 나 오늘 신경 좀 썼어" 말하는 옷입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거 같습니다. 단순한 선에 촤르르한 윤기와 미묘한 디테일로 변화를 준 차림... 드라마나 영화 속의 싸모님들, 전문직 여성들 차림 눈 여겨 봤다가, 그대로 따라하면.... 아니군요. 돈이 좀 많이 필요하군요.... ㅠㅠ 좋은 소재의 기본 아이템들 사서 멋진 소품으로 포인트를 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점점 더 현재의 나를 잘 드러내고(나의 생활, 직업, 개성, 체형, 심리 등등),
내가 꿈꾸는 나를 슬며시 보여주는 옷들이 좋아집니다.
드라마 '연애 시대"의 유은호 옷도 7년이나 지났는데도 너무 멋지구요.
가수 이상은의 옷도 매번 관심있게 보게 됩니다.
부티나 요상함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옷보다, 자기를 드러내며 "전 이래요. 당신은 어때요?"라며 말을 걸어오는 옷들이 좋아집니다. 쓰고보니 "저 돈 있어보이죠. 저 오늘 멋 좀 냈답니다"도 하나의 메세지이긴 하군요. ㅎㅎ
요 며칠 전 이자벨 마랑에 관한 글이 올라와서 유심히 봤는데... 그 옷이 그토록 인기를 끈 이유도 다 이런 맥락이어서가 아닐까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읊어봤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역시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한다는데 있죠. ㅎㅎ
어쨌건 어서 이 무더위 지나고 가을 겨울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