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체력을 보충하는 조화로운 음식, 보양식
우리나라에는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해서 이 복날에는 여름철에 허약해진 몸을 추스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보양음식을 챙겨먹는 풍습이 있다. 사실 보양식하면 다 같은 보양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체질에 맞지 않는 보양식은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보양식을 먹을 때는 체질을 감안해서 고르는 것이 현명한 보양식을 먹는 방법이다. 여러 가지 보양식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알아보자.
여름철 보양식이란?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음과 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긴다. 동양철학에서 음양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하나의 태극에서 분화되어 나온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여름은 양이고 겨울은 음에 속하지만, 겨울에도 밝은 낮은 양이고 어두운 밤은 음인 것처럼 양속에는 음이 있고 음속에는 양이 있다.
다만 조금 그 개념을 나눠보면 양은 움직이고 뜨겁고 활동적인 에너지를, 음은 정적이고 차갑고 물질적인ㄴ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더위로 인해 늘어지고 의욕이 떨어지며, 입맛도 없어진다. 더위로 기운을 소모하고 땀이 나면서 체액의 손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양과 음, 모두 약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는 균형 있는 음식이 바로 보양식인데, 정확한 개념으로 쓴다면 보음양식이라고 해야 한다. 다만, 음식을 먹고 기운이 나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양기의 회복으로 생각해서 일반적으로 보양식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또는, 정력을 강하게 하는, 양기를 불돋는 음식을 일컬어 보양식이라고도 한다.
즉, 여름철 보양식은 여름철에 약해진 기력과 체력을 모두 보충하는 음양이 조화로운 음식인 것이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 삼계탕
예로부터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주곤 했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보다도 육질이 가늘고 연하고 소화흡수가 빨라서먹고 바로 힘을 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닭고기를 육류의 산삼이라고 한다. 또한 닭고기에는 질 좋은 단백질과 지방질이 많아서 충분한 영양공급원이 되기 때문에 기운이 빠지는 여름철에 더욱 각광받는 것이다.
한방적으로 닭은 열성 식품으로, 여름철 냉해진 뱃속을 ᄄᆞ뜻하게 데워줘서 떨어진 소화력과 입맛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은 땀으로 소진된 기운을 보해주고, 대추는 땀으로 빠져나간 진액을 보충한다. 또, 찹쌀은 위장기능을 보호하고 마늘은 피로해소와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만약 땀이 너무 많이 나는 사람이라면 땀샘 기능을 조절하는 황기를 한 줌 같이 넣어서 끓인 황기삼계탕을 먹어보자. 체력도 보충하고 땀도 줄어들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닭 날개에 많은 뮤신은 단백질의 흡수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여름철 허해진 몸에 체력을 보충해주는데 최고이다. 또,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체력을 강하게 하며, 중장년의 경우에도 체력과 운동기능 및 성기능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뛰어나서 옛말에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난다’는 속설도 있는 것이다.
여름철 입맛을 되찾고, 불면증 이겨내는 추어탕
입이 깔깔하고 식욕이 떨어지는 엶철, 산초가루 뿌린 추어탕 한 그릇이면 입맛이 싹 돌게 될 것이다. 미꾸라지에는 소ㅗ하가 잘 되는 단백질, 철분과 비타민 B2가 아주 풍부해서 빈혈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또, 뼈째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칼슘과 비타민 D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아주 좋은 보양식이다.
추어탕에 꼭 들어가는 산초는 독을 해독하고 열성이 강해서 여름철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기 때문에 여름철 추어탕과 찰떡궁합이다.
여름철 신경성 식욕부진과 열대야 불면증이 심한 분들에게는 ‘미꾸리 두부탕’을 권하고 싶다. 땀을 많이 흘리면 기가 허해지면서, 전해질 손실이 많게 된다. 미꾸리 두부탕은 기를 보하면서,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해준다.
질 좋은 단백질이 풍부한 오리
오리고기는 단백질 중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고 다른 육류에 비해서 몸에 좋은 기름인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오리고기는 많이 먹어도 체내의 지방과다 축적에 의해서 유발되는 동맥경화,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리고기는 허한 것을 보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중풍과 고혈압을 예방하고 빈혈을 치료하며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 사상 체질에서는 몸에 열이 많고 성질이 급한 소양인에게 좋다.
정력제로 유명한 장어
장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각광받아 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수많은 후궁을 거느렸던 이집트의 파라오들도 장어를 정력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연산군도 장어를 특히 좋아했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장어를 ‘만려어’라고 기록을 하고 있는데 “오장의 허약함을 보강하고 폐결핵을 다스리며 허리와 다리를 강하게 한다”고 하였다.
스테미너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장어는 고단백 고칼로리 식품으로, 특히 에너지 소모가 심한 여름철에 먹으면 영양 공급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고 또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에 과로해서 체력이 떨어졌을 때 효과가 좋아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최고다.
여름철 설사, 배앓이를 치료하는 매실차
매실을 연기에 그을려 말린 ‘오매’를 한방에서는 여름철 배탈, 설사, 구토, 복통, 소화불량 때 구급약으로 썼을 만큼 매실은 여름을 위한 열매이다. 매실은 장을 깨끗하게 하는 정장작용과 항균작용이 뛰어나고 담즙을 분비시키는 이담작용이 강해서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또, 매실에는 구연산이 풍부해서 무더위로 지친 피로와 갈증을 풀어주고 새콤한 맛이 식욕도 증진시켜주어 여름철 건강을 지켜준다.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