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말이 정상화 합의이지, 사실상 국정조사를 대충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야는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가진 뒤 다음 달 5일부터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이면 45일 국정조사 특위 활동기간의 15.6%에 해당됩니다.
애초부터 국정원 국정조사에 마음이 없었던 새누리당은 그렇다치고, 민주당은 도대체 어떤 정신상태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정에 합의했습니까? 민주당은 공개를 주장했던 국가정보원 기관보고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들을 필요도 없는 부분만 공개하기로 하고, 본 보고와 질의응답은 비공개 진행하기로 합의해 줘버렸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시청광정에서는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회의 제5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으로 2만 5,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달 말 시국회의가 제1차 촛불집회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을 대표해 국조특위 위원이면서 국회 법사위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이 연단에 섰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발언 말미에 촛불집회에 나온 민주당 동료 의원들을 한명한명 일으켜 세워 시민들에게 인사시켰습니다.
시민들은 정치인 얼굴 보자고 촛불집회에 나온 게 아닐 것입니다. 사실 이제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딱히 듣고 싶은 말도 없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정조사는 의원들이 한다고 보시지만 이끌어나가는 것은 바로 시민 여러분의 힘입니다. 매주 촛불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국정조사는 결코 진행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촛불을 들어 어렵게 이끌어낸 국정조사를 이런 식으로 진행해도 되는지 묻습니다. 국정조사를 대강해서 분노한 시민들이 더 거센 촛불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게 야당의 속내라면, 차라리 당장 국정조사 중단을 선언하고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서 촛불을 들기 바랍니다. 이 시국에 휴가는 무슨 휴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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