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취재하고 싶습니다.
[305호] 승인 2013.07.25 08:48:22
안녕하세요. 주진우 기자입니다.
저는 기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7월12일)도 법원에 다녀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1억5000만원짜리 굿판 인터뷰 때문에 새누리당이 고발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 건은 검찰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국정원이 고소한 사건도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기자의 소임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민주주의를 뒤흔든 국기문란 사건보다 더 큰 범죄가 되나 봅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만약 문재인 후보의 5촌 간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저는 기자입니다. 이 사회가 조금 나아지는 데 벽돌 두 장을 놓겠다는 사람입니다. 사건이 장맛비처럼 쏟아지는데 현장이 아니라 검찰청, 법원에 끌려 다닙니다. 취재를 해야 하는데 취조를 당하고 있습니다.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으면 속이 탑니다. 검찰청 철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울화가 치밉니다. 수갑을 차고 유치장에 들어갔을 때는 분하고 서글펐습니다.
기자를 마뜩잖아하는 사회. 그럴수록 진짜 기자는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다시 좌절하게 됩니다.
한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신발끈을 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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