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비오는 밤이면 독특한 층간 소음;;

깍뚜기 조회수 : 3,455
작성일 : 2013-07-22 19:06:08
처음 가락을 들었을 땐 환청인가 했어요. 
오늘 데시벨 너무 쎈 공연을 보고 와서 그럴거야...

그러나... 
이것은 생방송. 

처음 소리가 들린 건 지난 주 무슨 요일인가,
새벽 2시 가까이 장맛비가 들이칠 때였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바닥 쪽에서 뭉근한 진동이 느껴지더군요. 
아주 가까이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감지됐어요. 
윗층에서 둥둥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뭐지? 싶었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규칙적인 리듬이 있는 소리였어요!

갑자기 호기심이 일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가만히 집중해 보았습니다.
장구 가락 
그리고 굿거리 장단 -_-;;;

첨엔 이 밤에 그것도 울림이 심한 타악기를 치다니 황당했고, 이웃들이 뭐라 안 하나, 
가족들은 말리지 않나 기이했는데 잠도 안 오고 어느새 저도 모르게 가락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덩 기덕 덩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더러러러"
기본 가락에 두 번째 동기에서 쿵 기덕 쿵 기닥닥 으로 변형 
'닥닥' 부분에서 열채로 장구 변죽 부분을 보들보들한 아기 엉덩이 가볍게 찰싹하듯 찰지게 때리더군요 
한 호흡 쉬어 주고 이어서 쿵기닥닥닥 쿵기닥닥닥 쿵 기덕 쿵그르르르르
이번엔 '그르르르' 부분에서 열채로 가운데 부분을 '그'를 친 남은 힘으로 자연스럽게 떨리도록....
왼손 맨손으로 쳤으면 그나마 울림이 덜할 텐데, 궁글채로 두둥두둥 하니 우퍼 스피커의 깊은 맛이 ㅠㅠ
그러다 잠깐 멈춥니다. 그 때 '끝났구나'가 아니라 악보의 의미있는 쉼표처럼 저건 끝이 아니야
단박에 느껴지더군요. 잠시 긴장감있는 휴지를 둔 뒤, 봉산탈춤 기본에 들어가는 
'덩 따끼 덩딱!' (일명 똥딱기 장단;;;;) 비스므레 짧은 가락이 몇 번 이어집니다. 

저는 층간소음의 고통은 잠시 잊고,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은 대체 비오는 새벽 시간에 처량맞게 혼자 장단을 타고 있는 걸까? ㅠ
무엇이 그 혹은 그녀를 그리 만들었는가?
중년이 넘은 나이, 얼굴엔 고단한 주름살이 패어있고 무언가 초월한 듯한 눈빛과 몸짓... 
20,30년대 한국 단편 소설 등장 인물처럼 생겼을 것 같아요. 
저 가락만큼이나 신산스런 삶을 살아왔기에 자기도 억제할 수 없는 가락을 몸에서 뿜어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프루스트의 마들렌느처럼(갑자기 왠 ㅎㅎ)  빗소리가 들리면 자기도 모르게 굿거리 장단을 베어 문단 말인가...
(만약 어린 학생이면 낭패 ㅎㅎ)
그 쯤되니 어느 집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려가서 
장구 옆에서 말없이 몸짓이라도 해드려야 하지 않나 이런 상상까지;;;;;
낙양동천이화정, 똥딱기 똥딱 얼쑤!
명주수건 훠이훠이 살풀이 춤~~
아니면 굿거리 장단에 맞춤 고성오광대 기본무라도....ㅠ
그리고 마무리로 민요 한가락 뽑던가 같이 맞장구라도 쳐야 새벽 괴이한 장구질의 완성 -_-;;;

불편함과 호기심이 뒤섞인 정체 불명의 장구 가락은 
호우 경보가 발효되기 대략 4시간 전 오늘 새벽에도 들려왔습니다. 
아!
오늘 밤에도 비가 퍼붓는다면?! 
ㅠㅠ


IP : 180.224.xxx.11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ㅜㅜ
    '13.7.22 7:12 PM (1.245.xxx.197)

    무서버요...

  • 2. ......
    '13.7.22 7:18 PM (117.111.xxx.188)

    글 완전 찰지게 잘쓰시네 하고 닉넴 봣더니 깍두기님 역시ㅋ

  • 3. 장구 장단에 맞춘
    '13.7.22 7:32 PM (1.231.xxx.40)

    판소리 한토막이네요ㅎㅎ

  • 4. ..
    '13.7.22 7:41 PM (218.38.xxx.45)

    어디 사셈?? @@

  • 5. ...
    '13.7.22 7:53 PM (119.64.xxx.213)

    혹 환기통이나 배관통 비맞는 소리 아닐까요.
    비가 많이 오는날 낮에는 못느끼다 밤늦은 시간에
    화장실가면 텅텅~~하고 관 울리는 소리가 들려요.

  • 6. 깍뚜기
    '13.7.22 8:06 PM (180.224.xxx.119)

    헉, 배관통소리면... 제가 착각한 걸까요?
    그렇담 이상한 사람은 장구 여사님이 아니라 저네요 ㅠㅠ

    점둘님 댁에서도 비슷한 소리 들리세요?
    전 서울이에요~

  • 7. 깝뿐이
    '13.7.22 8:09 PM (218.238.xxx.195)

    저도 무서워요 >.

  • 8. ...
    '13.7.22 8:10 PM (59.9.xxx.193)

    깍뚜기님 정말 멋스러운 분 같아서
    님 글 보면 반가워서 읽어봅니다 ~

  • 9. 워킹맘
    '13.7.22 9:30 PM (222.108.xxx.74)

    혹시 방배동 거주하시나요?

  • 10. ㅋㅋㅋ
    '13.7.22 10:02 PM (222.106.xxx.152)

    덕분에 오랫만에. 소설 한편 읽었어요

    어떻게 하면 원글님처럼 글을 잘 쓸수 있나요?

  • 11. ...
    '13.7.22 10:33 PM (211.202.xxx.137)

    어쩜 이리 글을 잘쓰시는지요? 혹 작가세요?

  • 12. 콩콩이큰언니
    '13.7.22 10:47 PM (219.255.xxx.208)

    글을 보다가 아 역시 ㅎㅎㅎㅎㅎ
    데시빌이 큰 공연 뭘 보셨는지 그것도 좀 풀어주세요 ㅎ
    듣지도 않았는데 굿거리 장단 들은듯한 이 기묘한 기분.
    배관통소리든 누군가의 장구소리이든 뭔가 애잔한 향수를 불러오네요.

  • 13. **
    '13.7.22 10:50 PM (61.83.xxx.37)

    오늘도 소리나면 후기 올려주셈^^

  • 14. 깍뚜기
    '13.7.24 1:37 AM (180.224.xxx.119)

    (댓글을 늦게 보아서 이제야 다네요)

    기이한 경험인데 재밌게 읽어주시니 다행이에요 ㅋ

    워킹맘님 방배동 아니에요 ^^; 그 동네도 비슷한 분이 있나봐요 ㅠ

    콩콩이큰언니, ㅎㅎ 아시안 체어샷, 아트 오브 파티스 공연 보고 왔어요! 몸도 마음도 후끈했죠~

    어제는 소리가 안 났네요. 걱정되면서도 은근히 기다려지는 거 왜일까요? -_-;;;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8124 디백 잘 아시는 분 1 .. 2013/07/22 1,785
278123 코스트코에 크록스 있나요? 9 크랜베리 2013/07/22 2,609
278122 자동차 밧데리가 갑자기 나가기도하나요?? 7 .. 2013/07/22 1,447
278121 모니터 안사주는 사장님 ㅋㅋㅋㅋ 3 아 맞다 ㅋ.. 2013/07/22 1,564
278120 횡령 배임 혐의 최태원 회장 항소심에 전격 교체된 변호인 sk 재판 2013/07/22 1,201
278119 아이허브에... 3 ... 2013/07/22 1,269
278118 바나나 얼린 거 많이 먹어도 괜찮나요? 6 궁금이 2013/07/22 2,390
278117 갤럭시노트2 번호이동으로 하려고 하는데요... 1 갤럭시노트2.. 2013/07/22 1,078
278116 楽しみにしています 라는 표현 아시나요? 1 뭘까요 2013/07/22 2,131
278115 공황장애면 오랜 친구 만나기도 힘든가요? 9 친구 2013/07/22 4,037
278114 징계학생 150여명 해병캠프 또 예약..."학교폭력 예.. 4 샬랄라 2013/07/22 3,022
278113 낮게 달려있는 벽걸이 티비 1 티비 2013/07/22 3,396
278112 공부할놈인지 안할놈인지는 언제쯤드러나나요? 6 궁금 2013/07/22 3,469
278111 지금 괌에 있는분한테 문자하면 제가 문자비가 많이 나오나요 3 66 2013/07/22 1,603
278110 [김익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있다! yy 2013/07/22 1,064
278109 촛불외면’ KBS, 스포츠 경기 자르고 ‘朴행사’ 긴급편성 ㄴㅁ 2013/07/22 881
278108 익명이니까 작은 자랑하나 할께요 ㅎㅎ 11 중2맘 2013/07/22 2,873
278107 마늘쫑 나오나요? 5 요즘 2013/07/22 1,030
278106 백화점에서 영수증 달라고 하는 사람 14 이상해 2013/07/22 5,810
278105 구제불능 절벽 박정권, 또 사고 쳤다! 2 손전등 2013/07/22 1,340
278104 얄미운 시동생~정말 짜증나요~ 12 정말 코드안.. 2013/07/22 5,904
278103 휴가나 여행, 자유롭게 무계획? 혹은 철저한 준비로 떠난다? 6 8월엔 2013/07/22 1,085
278102 현 중3부터 서울대 입시 때 7과목 이수해야. 2 ㅇㅇ 2013/07/22 2,178
278101 르몽드 “朴, 국정원 사건 은폐 전력분투 중” 8 vv 2013/07/22 1,585
278100 제주 옥돔 어디서 사드세요? 3 *** 2013/07/22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