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윗 시누 얘기에요.
아직 결혼 안하셔서 주말이면 남동생 부부인 저희와 함께 할 때가 많아요.
와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거나,
어디 전시 공연 관람 등 외출을 같이 한다거나.
잦을 때는 평일 저녁에도 와서 주중 한 번 즈음은 저녁 먹고 매주말 어디 같이 가고,
어쩌다 뜸할 때는 2~3주에 한 번.
저도 같이 있으면 이야기도 나누고 재미있고 좋아요.
제가 먼저 시누랑 같이 어디 가자고 제안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정말정말정말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인사치레.
다정다감하신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거 멋쩍어하는 스타일이랄까요.
제가 현관문을 열어도, 올케, 잘 있었어? 나 왔어, 안녕? 하고 눈마주치고 인사 한 번 건네는 적이 없음.
아직 아가인 저희 아들램부터 찾으시죠. 고모왔는데 어디 갔어? 이런 식으로. ㅎㅎ
저녁 차리는 것도 그래요.
당연 손님이니 주인인 제가 차리는 게 맞지만,
남편과 시누가 둘이 거실에 완전 편한 자세로 앉아서 티비 리모콘 쥐고 있을 때
부엌에서 분주하게 식사 준비하고 수저놓고 어쩌고 하고,
차렸으니 먹어라 두세번 얘기하면 와서 티비 보면서 저녁 먹고.
남편 시누 먹고 일어나면, 속도 늦는 애 밥먹이는거 마무리해주고,
식탁 치우고 설거지하는 동안 또 둘은 넘 당연한 듯
제 먹은 밥그릇만 씽크대로 옮겨놓고 느긋하게 티비보면서 깔깔 웃고 스마트폰보고 있고.
그런 시간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은근 부아가 치밀더라고요.
남편한테는 설거지 종종 시키는데, 이 사람이 누나가 오면 평소에 하던 것도 더 안하려고 들고요. -_-a
이럴 때 빈말로라도 인사치레하면 제 맘이 좀 누그러들 것 같은데 말이죠.
너무 맛있었어. 잘먹었어. 내지는, 힘들지 않아? 내가 뭐 도울 거 없을까? 라든가,
집밥을 먹을 일이 별로 없는데 먹어서 좋다 라든가
수저라도 좀 놓을까 라던가
어쩜 그리 당연한 듯 밥만 드시는 것입니까!!
남편 혼자 그러는 것도 미운데, 셋트로 그러고 있으니 더욱 미워지더라고요. -_-a
결정적으로 지난 주말.
제가 둘째 임신해서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첫째 때랑은 너무 다르게 정말 숨쉬는 것도 힘들고, 둘째는 예정일보다 빨리 나온다고 해서
오늘내일오늘내일 하고 있는 금요일 저녁. 시누한테 문자가 한 통 왔어요. 한 2주 못봤거든요.
문자는 다른 말 없이
"오늘 저녁 메뉴는?"
!!!!!!
네, 제가 평소 시누님의 쿨하고 담백간결한 스타일 잘 알지만, 이건 아니다 싶으네요.
결혼 출산 경험없어서 만삭 몸상태가 어떤지 그런거 잘 모르실 수 있지만,
결혼 안 한 이십대 남자 친척들도 저한테 연락하면 비록 용건은 다른 데 있을지라도
출산 다가온 거 같은데 컨디션 괜찮냐고 먼저 물어봅니다.
하물며 마흔의 여자분이요.
며칠 못봤는데 몸은 좀 어때. 더운데 힘들지? 정도는 해줄 수 있자나요.
저녁 같이 먹을까?도 아니고, 내가 뭐 좀 사갈까?도 아니고
오늘 저녁 메뉴는? 이라니.
내가 백반집 아줌마로 보이냐!!!
그날따라 남편도 늦는다고 했고, 마침 아이 친구 엄마가 출산 전에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한 날이라,
외식하고 들어간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ㅎ"
쿨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소유자 분들,
스타일은 스타일이고, 위로건 아래로건 예의는 챙깁시다.
마음씨가 아무리 따뜻해도 스타일 땜에 점수 다 깎아먹어요.
우리 적당한 빈말과 인사치레는 챙기고 살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