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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4세 아이 엄마, 강하고 현명해지고 싶어요.

엄마 조회수 : 1,800
작성일 : 2013-07-15 00:06:37

오늘 남편과 4세 아이와 박물관 나들이를 했어요.

휴게공간에 앉아서 설치된 화면으로 아이와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6세 아이 둘이 장난 치며 그 공간으로 들어왔어요.

제 아이는 형누나들에게 안녕~ 하고 인사했지만, 아이들은 장난치느라 못들었고요,

그 형누나들이 맘에 들었는지 다시 그 아이들에게로 다가가 뒤에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어요.

그러다 반응이 없자 제 아이는 다시 제게로 돌아왔고요.

그제서야 제 아이 존재를 깨달은 아이들이 제게로 와서,

얘는 이름이 뭐냐, 나는 여섯살이고 우리는 친구다 어쩌고 말을 걸더라고요.

 

저도 아이들이 귀여워서 남자아이가 가진 장난감이 멋지다고 칭찬도 해주고 몇 마디를 나눴어요.

남자아이는 자기가 가진 장난감 이름이 ooo라고 가르쳐주었고요.

그 때 제 아이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장난감에 호기심도 가고, 형하고 말도 섞고 싶었는지,

"그 장난감 이름이 뭐야?" 라고 되물었어요.

그러자 남자아이가 "어휴, 내가 지금 말했잖아. ooo라고." 하고 대답했죠.   

그러다가 아이들은 금방 뛰어나갔다가 잠시 후 엄마아빠 손을 잡고 다시 들어왔고요.

 

저희 아이가 그 형을 다시 본게 반가웠는지

또 그쪽으로 다가가서 "그 장난감 이름이 뭐야?" 라고 했죠.

그 남자아이는 친구랑 같이 신나게 놀고 있는데 쬐그만게 와서 알짱거리니 귀찮았을거에요.

"내가 몇 번을 얘기했냐. 아까 말할 때 잘 들었어야지. 아까 말했잖아. 어휴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러더니 부모님이랑 친구랑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다시 나가버렸어요.

 

제 아이는 형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혼자 남겨지자 제게로 왔어요.

그런데 표정을 보니 헉! 이 쪼그만게 입술을 꼭 다물고 울음을 참고 있는거에요.

사실 저는 내심 저희 아이가 그 형아한테 "모를 수도 있지~" 하고 함께 호통을 치거나,

그 형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얘는 생각보다 너무 여린 아이였던 거에요. ㅜㅜ

 

얼마나 서운했는지 한참이나 제게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우는 것도 아니고,

꼭 참으면서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계속 제 옷자락에 닦아내는데

가슴이 아파서 혼났어요.

좀 진정이 된 다음에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겠대요.

진짜 모르는 건지, 상처 받아서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

형누나 즐겁게 노는데 자기도 끼고 싶었지만 그게 안되어서 속상했는지,

형한테 꾸지람들은게 속상했는지...  

 

아기를 꼭 안아 다독여주면서 제 마음을 달래는데 앞날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벌써 어린이집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

유치원 초중고 대학 사회생활 거치며 깊고 얕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쿵 내 가슴이 먼저 떨어져서야 어쩌나 싶고.

애가 이리 여린게 다 제 탓 같고...

 

우선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니 속상해하지 말아라.

넌 아직 어리니까 몰라서 물어볼 수도 있는건데, 그 형아는 너무 불친절하고 멋지지 못했다.

너라면 동생에게 안그랬을텐데. 다음에도 누가 그러면 "난 아직 어려서 모를수도 있어!"라고 대답해주렴.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이 정도 다독여줬으면 된걸까요?

튼튼하고 강한 엄마가 되고싶습니다. ㅡㅜ

 

 

 

 

 

IP : 175.211.xxx.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7.15 12:15 AM (221.147.xxx.178)

    잘달래셨네요.
    7살 5살 키우는 엄마에요.
    아이 키우다보면, 그렇게 아이의 감정이 엄마한테 너무 그대로 전해져서 가슴이 아플때가 많더라구요.
    저도 아이가 다섯살때부터 그런 경험을 했었던 것같아요. 유치원에서 첫 사회생활 시작하면서요.
    세상은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사람도 다 내맘같지 않다는걸,
    가정에서 점점 분리되면서 깨달아 가는거에요. 그러면서 나는 남과 어떤 점이 다르구나. 나는 어떤 사람이구나.. 하는 자아개념도 생겨나고요.
    그냥 매번 그렇게 부딪히면서 조금씩 강해지고 나아지는것같아요.
    엄마는 그냥, 베이스캠프로서,
    일희일비 하지 말고, 감정적이지 않게, 덤덤하고 온화하게, 곁에서 있어주는 것만으로 제 역할이다 싶어요.
    한살한살 더 먹을수록
    엄마가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들이 막막 늘어나거든요^^

  • 2. oops
    '13.7.15 12:21 AM (121.175.xxx.80)

    아이가 정말 예민하긴 하네요.^^ 조금 내성적인 면도 보이고....

    세상을 살아가며 한 생명이 치뤄야 할 이런저런 상처를 아득한 연민으로 아파하는 원글님
    의 모습을 보니...
    원글님은 이미 충분히 강하고도 현명하신 것 같은데요.^^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게 아니다..... 어떤 책에선가 읽은 글귀가 떠오릅니다.

    잘 하고 계시는 거고.... 괜찮을 겁니다.^^

  • 3. 아호이
    '13.7.15 12:22 AM (220.73.xxx.161)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그런 경험...앞으로 숱하게 하실거에요.
    그러면서 우리도 어른이 되었고,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유치원때까지야 따라다니면서 목격도 하고,곧바로 달래줄수도 있지만 초등학교가고 커갈수록 우리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일을 겪을까요?
    저도 큰애가 여린편입니다.
    저 닮은거 같구요.ㅠㅠ.
    님 글 읽으면서 저도 마음 다잡습니다.

  • 4. 원글
    '13.7.15 1:18 AM (175.211.xxx.97)

    이힝... 감사해요. 우리 씩씩하게 잘 키워보아요...

  • 5. 저도
    '13.7.15 6:45 AM (193.83.xxx.73)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네요. 근데요 저라면 아이가 형한테 두 번째 물었을 때 그 형이 대답안하고 가버렸을 때 개입했을거 같아요.
    저거 이름이 ㅇㅇㅇ래. 멋진 장남감이네. 너도 집에 멋진 장난감 많지? 하면서 아이 호기심도 충족시켜주고 대화방향도 다르게 이끌었을거 같아요. 그렇게 했으면 아이가 세 번이나 장난감 이름을 안 물어 봤겠죠.
    뭐 사실 아이는 그 형이랑 친하고 싶었던 거였을 수도 있구요. 장난감 이름이 뭐였든지요.
    이렇게 입바른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묘사를 잘 하셔서 제가 더 이입이 되어서 마음이 더 아프네요.
    여튼 화이팅하시길!

  • 6. xm
    '13.7.15 10:33 PM (58.142.xxx.239)

    엄마가 너무 예민하세요. 다른애가 울 아이한테 친절하기를 바라는게 이상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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