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거절하기 시작하니 인생이 달라진다.

햇살 조회수 : 3,816
작성일 : 2013-07-12 14:48:25

크면서 거절하는 걸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거절하려면 늘 핑계를 대는 식이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거절을 해도 통하지 않는 부모님이었어요.

싫다고 하면

"왜?"

"뭐가 싫은데?"

"싫은 이유를 대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라고!"

이런식으로 다그치기 시작했어요.

싫은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그리고 이유를 대더라도 엄마가 납득하지 못하면 그대로 하라고 하곤했죠.

그러다보니 남들과의 관계에서도 거절하는게 어렵고 이유 대기 바빴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나와 똑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뒤부터 거절하기 연습을 시작했어요.

친정엄마가 오라고 하면 예전엔 애가 아파도 가고 내가 피곤해도 가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참 병신같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여하튼 예전엔 그랬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 상황에 맞춰서 어떤건 전부다 거절하고 어떤건 일부만 거절하면서

사는것도 조금씩 편해지고 수월해졌어요.

예전엔 마트에 가서 시식하고 거절을 못해서 사들고 왔던 음식도 많았는데

지금은 맛보고 아니다.싶으면 아무리 사라고 해도 "좀더 생각해볼께요."라는 말로

적당히 거절할줄도 알게 되었고

백화점 옷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아니다.싶으면

"이건 이 부분이 저랑은 어울리지 않네요.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세요."라고 할수도 있고

다른 디자인이 없다고 하면서 "잘 어울리는데 그냥 사세요."라고 점원이 말하면

"그럼 다음에 올께요.제가 원하는 옷은 아니에요."라고 당당히 말할줄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대접받습니다.

예전처럼 네.네.할때는 오히려 더 무시당하고 호구노릇만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싫을땐 싫다고 거절하게 되니 오히려 존중받는다는 기분을 많이 느껴요.

다른것보다도 아이가 많이 달라졌어요.

저희부부가 거절하고 싫은 소리라도 내 생각을 말할수 있게 되면서부터

아이도 자기 생각을 말하고 친구관계에서 거절할줄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도 사회성이 확실히 좋아졌고 교우관계도 오히려 더 좋아졌어요.

거절할줄 모르고 거절하면 안되는줄 알았던 시간이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달라진 삶을 살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IP : 1.236.xxx.7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7.12 2:54 PM (175.121.xxx.109) - 삭제된댓글

    정말 자식들 너무 순종형으로 키우지 마세요
    잘못은 엄하게 꾸짖되, 좀 너그러워 지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사는 남편 효자병에 이혼생각 몇번이나 하며 살고 있는데
    남편이 스스로 효자가 아니라
    철저히 사육된 효자라는걸 얼마전 깨닫고
    참 불쌍하게 생각 되더군요

  • 2. 맞아요.
    '13.7.12 3:29 PM (58.236.xxx.74)

    미국소녀들은 잎파리를 따면서, 그가 나를 사랑한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요렇게 중얼거리는 반면,
    프랑스소녀들은 같은 경우에 그는 나를 약간 사랑한다, 그는 나를 많이 사랑한다, 그는 나를 미칠듯이 사랑한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요렇게 중얼거린대요.
    거절이 어려웠을 때는 흑과 백만 있는 세계였다면 거절이 쉬운 지금은 내 욕구에 대해 좀더 세련되고
    다채로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요.

  • 3. 미칠듯이 감사해요
    '13.7.12 4:23 PM (124.28.xxx.36)

    "맞아요"님 댓글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요?

    비오고 오랫만에 82쿡 들어왔다가
    참 좋은 글을 보았네요.

    제게 너무너무 요긴한 글이어서 "미칠듯이" 감사해요.

  • 4. ^^*
    '13.7.12 4:44 PM (61.74.xxx.161)

    가볍게 거절하기!
    정말 중요한 삶의 지혜 같아요.

    다채로운 권리 행사하기.
    상상만 해도 정말 좋은 말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3433 [급질]미국 원피스 싸이즈좀 알려주세요 2 직구는 어려.. 2013/07/12 1,286
273432 귀태발언 깨끗이 사과하고 끝내야 합니다 14 냉철 2013/07/12 2,212
273431 시할머니의 경로당 자랑용 맛있는것은 머가 좋을지.. 7 kokoko.. 2013/07/12 2,163
273430 입으로 숨안쉬시는 분 있으세여"?(이빨에 힘주는 습관... 6 턱관절 2013/07/12 2,040
273429 된장14키로에 27900,고추장6.5키로에 16900원 6 .. 2013/07/12 1,679
273428 짜장밥이랑 곁들일 메뉴 뭐가 좋을까요? 11 샤코나 2013/07/12 2,030
273427 청계산 자주 다니시는 분들께 코스 질문합니다. 3 수국 2013/07/12 1,057
273426 화정이나 일산쪽에 괜찮은 몸보신메뉴 있는집 추천부탁드려요.. 5 불로장생 2013/07/12 1,259
273425 견과류와 치즈로 만드는 안주 찾아 주세요 1 안주 2013/07/12 824
273424 바질페스토요 만드는게 맛있나요 사는게 맛있나요 6 몰라요 2013/07/12 2,077
273423 빨래학개론... 날마다 연구.. 2013/07/12 1,026
273422 7월말 에버랜드 롯데월드 어디가 좋을까요? 3 어디로갈까 2013/07/12 1,537
273421 조카 결혼식 이모 한복 색상 7 2013/07/12 3,075
273420 오마르보르칸,아랍간지남 웃고가요~~.. 2013/07/12 1,338
273419 손창민 오대규, '오로라공주' 돌연 하차, 왜? 61 .. 2013/07/12 16,473
273418 남양유업 매출 끝모를 추락 5 쌤통 2013/07/12 2,046
273417 어제 글 보니 저도 영어 문법 신세계 열렸어요. 진짜 감사요.... 9 // 2013/07/12 3,804
273416 박근혜 대통령, 위안부 할머니 만남 요청 '거절' 논란 8 샬랄라 2013/07/12 1,879
273415 카톡으로 받은 음성, 사진 영원히 보관해야 하는데.. 12 궁금이 2013/07/12 2,636
273414 용인 사건 범인놈 초범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5 무섭다 2013/07/12 2,732
273413 이쯤에서 방학대비 일품&초간단 요리 공유 해보아요 14 습하네요 2013/07/12 3,051
273412 강용석씨...왜 욕을 먹었는지.. 30 아이린 2013/07/12 3,660
273411 미친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느낌 들지 않으세요 9 .... 2013/07/12 2,299
273410 거동 불편하신 93세 시아버님 9 요양병원 문.. 2013/07/12 2,903
273409 맞벌이 고민 3 하나 2013/07/12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