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서 거절하는 걸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거절하려면 늘 핑계를 대는 식이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거절을 해도 통하지 않는 부모님이었어요.
싫다고 하면
"왜?"
"뭐가 싫은데?"
"싫은 이유를 대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라고!"
이런식으로 다그치기 시작했어요.
싫은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그리고 이유를 대더라도 엄마가 납득하지 못하면 그대로 하라고 하곤했죠.
그러다보니 남들과의 관계에서도 거절하는게 어렵고 이유 대기 바빴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나와 똑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뒤부터 거절하기 연습을 시작했어요.
친정엄마가 오라고 하면 예전엔 애가 아파도 가고 내가 피곤해도 가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참 병신같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여하튼 예전엔 그랬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 상황에 맞춰서 어떤건 전부다 거절하고 어떤건 일부만 거절하면서
사는것도 조금씩 편해지고 수월해졌어요.
예전엔 마트에 가서 시식하고 거절을 못해서 사들고 왔던 음식도 많았는데
지금은 맛보고 아니다.싶으면 아무리 사라고 해도 "좀더 생각해볼께요."라는 말로
적당히 거절할줄도 알게 되었고
백화점 옷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아니다.싶으면
"이건 이 부분이 저랑은 어울리지 않네요.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세요."라고 할수도 있고
다른 디자인이 없다고 하면서 "잘 어울리는데 그냥 사세요."라고 점원이 말하면
"그럼 다음에 올께요.제가 원하는 옷은 아니에요."라고 당당히 말할줄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대접받습니다.
예전처럼 네.네.할때는 오히려 더 무시당하고 호구노릇만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싫을땐 싫다고 거절하게 되니 오히려 존중받는다는 기분을 많이 느껴요.
다른것보다도 아이가 많이 달라졌어요.
저희부부가 거절하고 싫은 소리라도 내 생각을 말할수 있게 되면서부터
아이도 자기 생각을 말하고 친구관계에서 거절할줄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도 사회성이 확실히 좋아졌고 교우관계도 오히려 더 좋아졌어요.
거절할줄 모르고 거절하면 안되는줄 알았던 시간이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달라진 삶을 살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