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하기 전에는 뭐 그럴수도 있지 이유가 있으면 시부모 처부모와 같이 살수도 있지 생각했는데요.
간접적으로 며칠 같이 지낸다거나 몇시간 함께 보낸다거나 하면서 아 절대 같이 못살겠구나 느낀 이유는,
일단 시부모는 아들밖에 안 보여요.
아들이 외벌이면 아들만 부양의 책임 지느라 넘 고생하는거 같고
아들이 맞벌이면 맞벌이라고 집안일 잘 안해서 우리 아들이 집안일 많이 해야하고 밥도 안 챙겨주고 해서 고생하는거 같고
이들이 원하는 상황은 며느리가 돈도 벌고 그 돈을 쓰지는 않고 모아주고 집안일도 하고 내조도 하고 다같이 (여기서 다같이란 시부모도 포함) 외출하고 여행할때만 즐겁게 지내고 며느리 본인의 친구나 가족이랑만 즐겁게 보내는건 싫고
아들은 왕처럼 집에 오면 손하나 까딱 안했음 좋겠고 육아도 며느리가 애기 델고 자고 업어서 달래고 아들이 육아를 한다면 오로로로 까꿍만 하면서 지냈음 좋겠고
이런 이기심이 있어요.
이걸 교양없이 자제 안하고 다 드러내냐 이성의 힘으로 그건 불공평하잖아?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데...하고 지내냐 차이인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내 아들이 손해본다
(아들이 야근하고 들어와서 잠투정하는 애기를 달래고 있는데 며느리는 목욕을 길게 한다든지
아들은 오래된 구두 신고 다니는데 며느리는 네일아트하고 새 샌들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그날따라 아들의 오래된 구두가 마음에 걸린다든지)
싶으면 며느리가 미워지고 내 아들이 손해보는게 싫지만
반대로 며느리가 약간 손해보는 상황 (이런 상황들은 보통의 부부라면 서로 약간씩 손해보는 듯한 상황들이 번갈아 가며 있잖아요)은 뭐 그러려니, 며느리란 그런 존재니까, 우리 아들 결혼 잘한듯... 이렇게 되는 거지요.
아마 처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요.
둘다 일하고 왔는데 우리 딸은 몸도 약한데 둘중에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 된다면 사위가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겠지요.
우리 딸이 매일 얼굴에 기미가 펴서 동동거리면서 어린이집 맡기고 찾아오고 어린이집 식판 닦고 수첩쓰고 준비물 챙기고 혼자 다 하는거 같고 사위는 나몰라라 하면서 술마시고 골프치고 하는거 같으면
속으로라도 자네는 이 아이 부모 아닌가? 어쩜 그렇게 무심하나? 싶겠지요.
반면 사람 마음이, 상대방의 고충이나 힘든점은 안 보이고 사위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남자가 좀 해야지 남자가 체력이 더 좋은게 사실이니까 뭐 이렇게 생각하게 되겠지요.
시부모/처부모는 우리아들, 우리딸한테밖에 관심이 쏠리고 우리아들, 우리딸이 행여나 손해보나 혼자 힘든거 아닌가 그런거만 보일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당연히 그 우리아들, 우리딸의 배우자는 얼마나 서럽고 힘들겠어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같은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하고 그 우리아들, 우리딸이 아 내 홈그라운드라고 좋아하다가 이혼당하겠네? 하고 그나마 중심을 잡으면 다행이고요. 그래도 원초적인 불편함은 여전히 남는거고... 이걸 싫어하는게 왠만한 사람이면 너무 당연한건데 제가 너무 시니컬하게 보는걸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