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운주사] 하늘의 드라마가 온다

스윗길 조회수 : 874
작성일 : 2013-07-10 05:58:46
    ▲ 원형다층석탑(보물 제789호). 일명 호떡탑이다. 이 석탑은 지대석과 기단부터 탑신부의 탑신과 옥개석까지 모두 원형으로 되어 있다. 현재 6층까지 남아있으나 원래는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탑의 구성이나 전체적인 형태에 있어 일반적인 석탑의 형태를 따르지 않은 특이한 모양의 석탑으로 고려시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곳, 강릉 경포대에 가면 밤하늘의 달뿐 아니라 호수와 바다, 임의 눈동자와 술잔에 비취어 뜨는 달을 볼 수 있다. 전라남도 화순의 어느 작은 사찰에는 지상에 내려온 달처럼, 별들이 석탑에 내려와 자리하고 있다. 하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운주사, 그 수수께끼 절에게 다시 다가간다.


지금까지 봐왔던 사찰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전조사를 통해 운주사가 어떤 곳인지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특이했다. 불상들은 스스로 서있기보다 큰 돌덩이를 등받이 삼아 기대어 서있는 게 많았고, 석탑은 군병들이 도열한 듯 나란히 서있었다. 그 중에 ‘원형다층석탑’을 보고선 참았던 웃음을 ‘빵’ 터뜨리고 말았다. 정교하게 깎아 만든 탑만 보다가 밀가루로 반죽해서 만든 호떡을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을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푸핫, 푸하핫”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에는 석탑뿐 아니라 곳곳에 돌부처들도 있다. 그런데 이 돌부처들도 조금 익살스럽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파인 만큼 길쭉한 코만 도드라져있는 불상들. 불만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무표정한 것 같기도 하고,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곤란한 표정인 것도 같고…. 개그맨들이 자신들은 웃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웃게 만드는 것처럼 표정 없는 불상들은 그렇게 중생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었다.

기자가 불자가 아니라서 돌부처와 석탑을 향한 경건한 마음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웃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주사가 무작정 웃어 넘길 수 있는 곳은 결코 아니다. 설렁설렁 만든 것 같은 돌탑과 돌부처 안에 그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칠성바위와 와불’은 밤하늘의 별들을 지상에 구현해놓은 유물로서 하늘의 깊고 오묘한 뜻을 담고 있을 것만 같다.

    ▲ 거북바위 아래 모셔진 석불군. 10여기의 돌부처가 바위를 지붕삼아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돌부처에 비해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운주사에는 이처럼 돌부처가 법당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야트막한 산과 골짜기 등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야외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부처님이 좀 많이 못 생겼다. 중생이 부처요, 부처가 중생인 듯한 운주사에는 원래 일주문이 없었다. 천왕문도 사천왕상도 없다. 한마디로 격식을 차리거나, 세속과 성스러움을 나누고 구분 짓는 그 어떤 상징물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느 절과 다름없이 일주문도 있고, 운주사 안내지도에 보면 있지도 않은 천왕문도 그려놓았다. 사천왕상도 지으려고 그러나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사찰의 모양새를 갖춰가니 주지스님은 좋을지 몰라도 운주사를 창건했던 사람과 감독관도 좋아할까싶다. 운주사는 원래 절 같지 않은 절이니까.

운주사의 불상은 법당 안에 안치되어 위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 야외로 나와 중생과 더불어 햇볕도 쬐고 궂은 날에는 비바람도 맞는다. 부처님 가부좌한 다리를 간지럽히며 크고 작은 돌탑을 그 위에 촘촘히 쌓아올려도 넉넉히 이해해주는 그런 부처님들이 모여 있는 곳이 운주사다. 정교함보다는 소박함과 다정함이 느껴지는 운주사를 파격의 조형미라고도 하는데, 그곳에 다시금 ‘격’을 갖추는 건축물이 들어서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돌부처 이야기를 좀 더 하자. 우리가 익숙히 보아왔던 돌부처와 운주사의 돌부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얼굴모양도 모양이지만 우선 덩치의 차이가 큰 것 같다. 보통의 불상은 굉장히 입체감 있고, 아기 살처럼 통통한 편이다.

그런데 운주사의 불상들은 작대기처럼 키만 크고 말랐다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깡마르고 못생긴 부처님을 만나니 문득 기독교 경전에 묘사되어 있는 예수가 생각난다. 예수님의 외모 또한 만만치가 않다. 구약성경을 보면 ‘어찌하여 이 땅에서 거류하는 자 같이, 하룻밤을 유숙하여 놀라 벙벙하는 자 같으시며 구원치 못하는 용사 같으시나이까’ 또는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라고 되어있다.

어쩌면 중생을 구원하는 분은 높직이 앉아 예배를 받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낮고 낮은 모습으로 중생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진리를 깨우쳐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많은 불상과 석탑들은 누가 왜 지었던 것일까.
 

출처: 글마루7월호

IP : 203.171.xxx.113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3487 왜 오바마에게 위로를 보내죠? 2 오잉 2013/07/10 1,152
    273486 근데 집이 더러워도 병에 안걸리는 이유는 뭔지요 7 더러운집 2013/07/10 3,296
    273485 노대통령 가족들은 왜 일베애들 고소 안하는거죠? 11 의아 2013/07/10 1,725
    273484 이혼후에 저는 더 잘 삽니다. 7 그래도 인생.. 2013/07/10 5,144
    273483 맞선남 집안 분위기가 아주 가부장적이라는데... 15 고민중.. 2013/07/10 5,290
    273482 금으로 온 몸을 .. 1 초복 2013/07/10 1,074
    273481 너무 무섭네요.. 7 .. 2013/07/10 2,429
    273480 이것도 가정폭력인가요? 3 우울남 2013/07/10 1,564
    273479 발볼넓은 운동화 추천해주세요. 3 2013/07/10 2,615
    273478 좋은 생들기름 파는데 추천해주세요 4 지현맘 2013/07/10 1,812
    273477 서울시, 전경환 씨 체납세금 1억8천 원 징수 3 세우실 2013/07/10 986
    273476 장어 인터넷구입가능한곳 4 추천부탁 2013/07/10 1,134
    273475 콘도같은 집 완성하신 분.. 1 .. 2013/07/10 1,884
    273474 초등학교 수학걱정하는어머니들께 경험담을 3 경험자 2013/07/10 1,868
    273473 이 물건 좀 찾아주세요.(육아용품이에요) ^^ 2013/07/10 1,010
    273472 퍼들점퍼가 구명조끼와 비슷한가요? 2 ㅎㅎㅎ 2013/07/10 1,316
    273471 카레만드는데 당근은 없어요 8 gg 2013/07/10 1,370
    273470 동안피부 비결 자극 받았지만...참았네요 7 피부피부 2013/07/10 3,323
    273469 네일스티커 붙인 후에 발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1 루루 2013/07/10 1,384
    273468 대한항공 취업 준비하시는 분?! 1 tmdand.. 2013/07/10 1,668
    273467 시원한 면 요리는 뭐가 있나요? 7 ㅣㅣㅣ 2013/07/10 1,220
    273466 독신생각하는 간호사인데 뭘 준비해야 할까요? 11 독신준비 2013/07/10 3,823
    273465 키 168 77 사이즈 쇼핑몰 추천 좀 해주세요 18 77 2013/07/10 2,414
    273464 영남제분...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립니다. 6 스스유 2013/07/10 2,136
    273463 전교조,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교육부, 이번엔 "합법.. 샬랄라 2013/07/10 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