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라 이런 말할 자격이 있을까 싶지만요,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이 왜 이렇게 어려워진 걸까요?
2학년 수학책 내용은 쉬워요. 수학 익힘책은 어려운 문제들이 있는데, 익힘책 내용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고 숙제를 냅니다. 수업시간에 익힘책을 스스로 풀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르는 것은 아이들이 서로 가르쳐주거나 아예 익힘책 뒤의 해답지를 처음부터 보고 베끼는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학교 시험 문제가 어려워요.
어른인 제가 읽으면 이해가 가지만 아이가 과연 이 문제의 뜻을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문제들을 꽤 출제하더라구요. 물론 그런 문제들 중 많은 수가 문제집에 비슷한 유형으로 나와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 학년 아이들이 이런 난이도의 문제까지 풀어야 하나 하는 문제가 심심찮게 나오네요.
일례를 들자면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올해부터 중간고사 대신 창의지성 상시평가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바꾸고 서술형 문제로만 국어와 수학 두 과목 시험을 봤는데, 수학시험에서 퀴즈네어 막대 문제가 나왔습니다.
게으른 엄마 탓에 퀴즈네어 막대를 가지고 배워본 적도 없는 저희 아이, 그나마 어찌어찌하여 비슷하게는 했는데 결국 끝까지 해결은 다 못했더라구요.
상시 평가 출제된 몇 문제는 쉬운 걸 어렵게 물어봐서 이해를 못 해서 틀린 아이들도 많았다고 2학년 수학 문제가 많이 어려웠다고 다른 학년 엄마들까지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학교에서는 쉽게 가르쳐주고 시험은 어렵게 출제하는데 아이들 성적은 좋아요.
어렵게 시험이 나오는 만큼 엄마들이 알아서 공부시키고 준비시킨 덕분이 크겠죠.
새로 바뀐 수학교과가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창의적 인재 육성에 목표를 두고 문제해결, 의사소통, 추론능력을 통합한 상위능력을 요구한다는데 뭐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어른들의 언어로 그 교과들을 정하고 만든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에 저희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때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공수하고 인사."
공수라는 말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리 없는 아이들, 꾸벅 인사만 하고 말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어리둥절함을 알아차리지도 못하신 건 당연하고 사실 손을 어디에 두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으시더군요.
그러니까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의 교과서를 만들고 평가기준을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거나 못하거나 아이들이 필요로 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런 건 그다지 상관않고 말이죠.
해야하는 것도 꽤나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인증제. 줄넘기 인증제. 한자 급수 인증제, 리코더 인증제, 독서 인증제.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1학년부터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왜 줄넘기를 하고 리코더를 부는데 책을 읽는데 굳이 인증까지 필요한 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것만이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놔두면 안되는 건가요?
물론 학교에서는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다 알아서 해야되는 문제입니다.
매 해마다 탐구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발표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엄마들의 과제가 되어버립니다.
매 주에 한 번씩 주제글 쓰기도 합니다. 2학년이 되니 논술대회도 한다 합니다.
또 왜 하는 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독서 골든벨이라는 행사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10권 내외의 책을 읽고는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처럼 한 학년이 모두 강당에 모여 앉아 선생님들이 만들어낸 말단지엽적인 문제를 맞춰나가는 행사입니다.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고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점점 더 심해지겠죠.
아이들이 견뎌낼 수 있을지 정말 걱정입니다.
교과 과정 연구하고 집필하는 분들은 지금 내가 아니라 그 교과 과정을 공부했던 나이의 내가 어땠는지 생각하고 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녕 예전에 우리가 배우고 당신들이 배웠던 내용이 지금처럼 어려웠단 말입니까. 창의적이라는 미명아래 제발 이리 꼬고 저리 꼬는 것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