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을 두고 청와대 배후설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사실상 청와대가 해당 문건을 공개한 것으로 보도해 ‘청와대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26일자 5면 <박 대통령 “NLL은 피로 지킨 곳”…10·4선언 이행 철회하나>제하 기사에서 “회의록 공개가 박 대통령의 ‘세 번째 승부수’라는 말도 나온다”며 “당장 북한의 반발을 사더라도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저자세 대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남북회담 무산에서 보여준 것처럼 과거 방식과의 단절은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출발점”이라며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회의록 공개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우리가 자신감이 없었다면 공개했겠느냐”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청와대 관계자의 ‘우리가 자신감이 없었다면 공개했겠느냐’라는 대목이다. 국정원 관계자도 아닌 청와대 관계자가 우리가 공개했다는 뉘앙스를 언급한 것이 그동안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하던 ‘NLL 회의록 공개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6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대선기간 박 대통령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현 주중대사가 “NLL 가지고 (공세를)해야 하는데…대화록을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언급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청와대 개입설은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이번 회담록 공개는 국정원의 결정이며, 이 결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록 공개 다음날인 25일 국무회의에서 “NLL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번 회담록 공개가 청와대의 지시 혹은 공조 속에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25일 “국정원이 법과 헌법질서를 교란하면서까지 회담록을 공개하는데 새누리당과는 틀림없이 사전교감이 있었지만, 대통령과의 사전교감은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다”며 “그런데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니 상당히 시기적절하게 발언을 맞췄다는 생각으로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쓴 동아일보 동정민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해당 보도가 ‘청와대 개입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 “기사에 나온 그대로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