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전업주부의 궁극의 상징은 바로 장아찌라는 걸 알았습니다.
마침 무언가 프로패셔널한 삶을 동경하던차에 그래 바로 이거야 했습니다.
물론 각종 김치를 철마다 재료마다 만든다던가
매일 빨래를 종류별로 삶는다던가
애들 간식을 몽땅 만들어준다던가
외식을 안한다던가 하는 제가 감히 넘볼수 없는 경지의 세상도 있었으나
그 무엇도 장아찌의 상징적인 매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더군요.
그래서 난 프로다운 주부가 되기로 다짐하고
장아찌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마늘장아찌, 양파장아찌, 곰취장아찌, 오이피클...
이 모든 것들을 하고 있자니 이루말할 수 없는 성취감과 자부심에
무척 황홀하더군요.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나 장아찌 하고 있어. 나 이런 마눌이야..
남편도 흐뭇한 표정을 지어줍니다.
그 흐뭇한 표정을 남편의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읽은 저는
내친김에 딸기잼도 만들고 냉동실에 잠자던 참깨도 볶았어요.
그러고는 뿌듯한 피곤함에 우쭐하면서 깊은 잠을 잤습니다.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잤습니다.
장아찌는 맛이 잘 들었습니다.
새콤달콤 짜지도 않고 맛이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먹습니다.
남편도 안먹고 애들도 안먹고
저도ㅠㅠ
프로주부가 되기는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