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낙, 술... ㅠㅠ

나무아미타불 조회수 : 2,053
작성일 : 2013-06-16 02:17:02

아버지가 알콜중독이세요.

본인은 인정 안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래요.

매일 소주 1병+맥주 700ml 폭탄주 만들어 드시고요.

안 드시는 날은 한달에 한 두번 꼽는 거 같네요. 휴일엔 아침 저녁으로도 드세요.

 

엄마는 늘 "술 좀 줄여라" 말씀하시지만 뭐 전혀 안 먹히죠.

아버지 말씀으로는 술이 아버지 삶의 낙이라네요. 

엄마가 "건강 생각해서 그만 마셔라" 라고 하시면

"왜 내가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 안 하면서까지 오래 살아야하냐.

난 그냥 먹고 싶은만큼 먹다가 살다가 명대로 죽을 거다" 대답하세요.

실제로 건강검진 결과도 당뇨가 약간 있으신 거 말고는

간은 이상하리만큼 건강하고 체력도 좋으십니다.

 

그래도 보는 입장에선 역시 불안해서요. 저러다 훅 가실까봐 ㅠㅠ

허나 엄마나 저나 아버지와 엄청 부딪히면서까지 닥달할 명분이 없는 건.. 잘 못하고 계신 게 없거든요.

늘 회사 끝나면 일 약속 있지 않으신 이상 집으로 곧장 오시는데

들어오시는 길에 술과 본인 드실 안주거리를 직접 사오거나 엄마한테 미리 부탁을 해두신다음

집에서 반주로 드시는 패턴. 술을 드신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두어 시간 가량 엄마를 말벗 삼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시다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 좀 있음 방에 들어가 잠드시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고도 늘 새벽 5시 전엔 반드시 일어나서

좋아하시는 골프채널이나 낚시채널 시청 1시간 정도 하시다 여유있게 출근하시는데

이 점이 가장 미스테리예요. 어떻게 저러시는지 모르겠음 -.-

 

암튼 저 생활을 매일같이 반복하시고요.

간혹 밖에서 많이 드시고 들어오는 날도 자정을 넘기지 않습니다.

꼬박꼬박 대리운전 불러 안전하게 오시고, 술 자리에 돈을 많이 쓰시는 것도 아니에요.

1~2주에 한번은 꼬박꼬박 휴일마다 엄마랑 여행 다니시고

엄마나 제가 원하는 건 언제나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는 좋은 가장이시고요.

 

그러니........... 아버지는 당당하신 거예요 ㅠㅠ

내가 너희들한테 피해주는 게 뭐냐. 아님 지금 당장 아프길 하냐.

왜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걸 포기하라고 하냐.

 

이해는 해요.

사실은 저도 예전에 아주 사랑하던 것을 포기해봤거든요. 담배요 -.-)

실제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불행에 대비하느라

당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포기한다는 게, 우습지만 당시엔 진심으로 억울(?)했어요 ㅎㅎ

 

하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의 건강은 자기 것만이 아니잖아요.

제가 담배 피울때마다 엄마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게 불편했고

뭐 1시간에 한 번은 뭘 빨아줘야하는 내 모습이 약물중독자 같아서 맘에 안 들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 사람이 살다보면 사고나 병이 닥칠 수야 있다해도

그게 우연이 아닌 '자초한' 거라면 정말이지 용서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았어요.

막말로 한 방에 가면 그나마 다행이지, 몸져 눕기라도 하면 그 수발 다 식구들 몫인데요.

그래서 끊었는데........... ㅠ.ㅠ  그때 그렇게도 잘 한 선택이라며 칭찬해주셔 놓고. 왜 정작 아버지는..

 

그래서 좀 화가납니다.

아버지가 술을 줄이시지 않는 게요, 이기적으로 느껴져요.

근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좋아하시는 걸 빼앗겼을때의 아버지가 가여워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셨을때 가장 먼저 부르시는 이름은 엄마도 저도 아닌 강아지 이름.

그냥 그 모습이요. 소주 한 잔이랑, 강아지 재롱이랑, 스포츠 채널로 하루 피로를 푸시는 아버지가.

 

에혀.

오늘도 아버지는 열심히 드시고 저는 열심히 헛개차 달이고 있네요.

좋으시다는데 그냥 하시게 두자... 쪽으로 대게 마음을 잡으면서도

항상 아버지 술 문제는 머리에 껌 붙여둔 것처럼 찝찝하고, 걸리고...

 

전 꼭 술 안 마시는 남자랑 결혼할 거예요 ㅠ.ㅠ

이건 지켜보는 사람에 대한 정신 고문임 ㅠ.ㅠ

 

IP : 122.37.xxx.11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년전
    '13.6.16 2:29 AM (122.35.xxx.141)

    저희집을 보는것 같네요.
    여러가지로 저희아빠랑 비슷하시네요.그땐 저희집도 평온했었어요.
    회사다니시는 내내 매일 새벽6시 기상 1등출근을 하시던 술외엔 정말 성실그자체였던 아빠..

    그러나 가정에 위기(=실직,질병,....)가 닥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 님이 인지를 하고 있어서 다행인거 같네요.
    전 그냥 술을 좋아하신다는 생각만 했지 그게 문제가 될지 정말 몰랐고
    알콜중독은 길거리 노숙자의 병인줄 알았던....ㅠㅠ

    저희집은 아빠실직이후 술이 아주 크게 문제가 되었어요.
    일 1병이던 주량이 일 3-4병으로 늘어나더란.......

    술이 과해도 몸이 해독능력은 있으신것 같네요.저희아빠도 그러셨지요.
    그런데 간의 침묵의 장기라는건 알고 계시는지...

    술이 너무 과하게 되면 내과적인(간,..) 문제가 생기던지
    정신과적인(뇌,..알콜성치매) 문제로 갈수도 있어요.
    주3회이상의 음주는 삼가시도록 신경쓰세요.

    소량이라도 매일 .. 그게 몇십년 가면..
    안먹고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리고
    위기상황이 닥치면 확 무너져 내리는거 같아요..

  • 2. ...
    '13.6.16 2:30 AM (59.15.xxx.61)

    어쩌겠어요...그리 좋으시다는데...
    아버님 말씀대로 뭐 잘못한거 있냐...
    그냥 원글님과 어머님이 걱정이 되서 그러는거지
    다른 집처럼 술 먹고 때리고 부수고 그런 것도 아니고
    돈 못벌어 오는 것도 아니고...

  • 3. 누구냐넌
    '13.6.16 7:31 AM (220.77.xxx.174)

    아빠생각하는 마음씨가 기특하네요
    아빠한텐 술이 보약이다~
    생각하시고 가끔 보약차려주는 예쁜딸돼세요

  • 4. 어머나
    '13.6.16 7:52 AM (74.68.xxx.15)

    우리 남편이랑 똑같은 분이 계시네요.
    우리 남편이 매일 소주 한병 맥주 네 다섯캔을 입가심으로 일주일에 육일을 술을 먹는데...
    다른 나쁜 습관은 없고 일도 열심히 하고.....아이들한테도 너무 잘하는 가정적인 남편입니다.
    술때문에 실수 한적은 없지만. .......어느날 갑자기 술병때문에 쓰러질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미리 남편이 보험도 들어 놨는데......그것보다 아이들 커서 결혼하고 손자,손녀 재롱잔치 하는것 까지
    보면서 오래 오래 같이 살고 싶은데.......술을 너무 사랑해서 큰일입니다.
    제가 할수 있는것 그 다음날 라면이나 해장국에 콩나물 많이 넣어 끓이고 얼큰한 국으로 술국을 끓여 주는 거
    밖에 없어요.그래야 술로 부은 간을 해독 시킬수 있으니깐요.

    처음엔 죽기 살기로 말려도 보고,안산다고 협박을 했지만 술을 먹을수 밖에 없나봐요.
    해장국이라도 잘 먹고 속이 든든해야 다음날 또 하루를 버티니까 매일 이렇게
    코메디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남편은 술먹고,마누라는 해장국 끓여서 부은 간뎅이 해독시키고.......every day

  • 5. 제니e
    '13.6.16 9:44 AM (49.1.xxx.165)

    주변을 보면 남자들 진짜 알콜중독 많습니다. 일 끝난 후 모여서 술 마시며 시간 보내는 것이 취미인 남자들이 많은 거지요. 자신이 각성하지 않는 한 고치기 힘듭니다.

    은근 여자들도 숨은 알콜중독 많습니다. 치킨드링크라고 숨어서 몰래 마시기도 하구요. 저는 에어로빅저녁반 매일 다니는데 운동 끝나고 나면 회원들과 맥주 한 잔 하러 가기도 하고 합니다. 그런데 가서 마시면 제가 꼭 제일 많이 마시는 거에요. 한 잔 하러 가지 않으면 집에 와서 한 잔씩 마시구요. 1.6 패트병 반 병에서 2/3병을 마시게 되더라구요. 어느새 알콜 중독이 된 거지요. 술 끊어야겠다는 생각 좀 오래 했지만 실천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마트 가면 맥주 코너부터 가고, 몰랐던 맥주 맛도 브랜드별로 이것은 시원하고 저것은 풍부하고 저건 맛없고 등등 품평도 하게 되고.

    지금 술 끊은지 14일째입니다. 그 시원함과 여러 가지 안주의 맛있음! 아직도 생각나네요. 이젠 시원한 맥주 대신 시원한 생수 들이키고 안주는 먹고 싶은 것 사서 먹습니다. 술 안 마시니까 참 좋아요. 일단 돈이 굳네요. 한달에 최소 15만원. 14일이면 7만원. 요즘 토요일마다 옷 사러 갑니다~유훗!

  • 6. 오삼
    '13.6.17 12:12 PM (121.124.xxx.58)

    따님이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네요
    아직 미혼이신거 같은데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성숙하시구요..
    글쓴이에대해 애정이 묻어나오는.. 잔잔한 글 잘봤습니다

    전 어제 가족들 총동원해서 시골가서 마늘캐다왔는데요
    가기전 울남편 막걸리는 꼭 사가네요
    땡볕에서 일하다 마시는 막걸리...
    시아버지도 그렇게 소처럼 일만하시고 술드시다 가셨는데...

    그게 행복하시면 될것 같아요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시고 그런거니까
    남은사람 할말도 없네요
    원글님이 저어~하는 이유를 모른다는게 아니구요
    에구에구....아시져? 제맘?

  • 7. 원글
    '13.6.17 10:56 PM (122.37.xxx.113)

    고맙습니다 ㅠ_ㅠ
    다른 댁 분들도 부디 건강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9765 "'전땡' 시절에도 기자저항 있었거늘 지금은...&qu.. 3 샬랄라 2013/07/30 1,120
279764 키자니아 싸게 가는 법 갈차주세요! (미리 감사^^) ... 2013/07/30 3,387
279763 이런경우에 어떻게 하실껀가요? 1 돌직구? 2013/07/30 755
279762 유기농 배달 우유 추천해주세요~ 8 우윳빛깔 2013/07/30 1,985
279761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통화 소음 너무 싫으네여 1 출근길 2013/07/30 863
279760 제 아이는 어느대학을 갈수 있을까요 16 2013/07/30 3,371
279759 7월 30일 [신동호의 시선집중] “말과 말“ 1 세우실 2013/07/30 749
279758 pt식단중 바나나대신 넣을만한게 뭐가 있을까요? 15 ㅡㅡ 2013/07/30 5,028
279757 7월 30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3/07/30 704
279756 비밀문서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의 전말 3 샬랄라 2013/07/30 1,206
279755 부리부리한눈 큼직한이목구비는 어떤화장을해야할까요? 7 o 2013/07/30 2,483
279754 아소 日부총리 "나치 수법 배워 개헌해야" 3 샬랄라 2013/07/30 1,109
279753 어제 촛불 다녀왓어요. 5 앤 셜리 2013/07/30 1,068
279752 남편이 조건만남을 할려고 준비중인걸 알았어요 17 개버릇 2013/07/30 13,206
279751 프라하서핸드폰으로호텔에전화하려면 1 프라하 2013/07/30 1,030
279750 튼살크림방지로 바셀린 4 d음 2013/07/30 4,201
279749 코피왕창쏟고 두통호소하는 아들 4 유캔도 2013/07/30 3,164
279748 통영꿀빵 13 혹시 2013/07/30 3,195
279747 지금 깨어있으신분 계세요? 2 푸르른 2013/07/30 876
279746 내용 지울께요. 24 2013/07/30 3,282
279745 회사 다니다가 집에 있으니 생활비가 많이 드네요. 3 www 2013/07/30 3,071
279744 빌보홈피에서 주문하신분들 질문드려요 7 초보 2013/07/30 1,466
279743 혹시 부부 심리치료 받아보신분 있나요? 5 ... 2013/07/30 2,962
279742 82하면서 제가 얻은 최고의 깨달음은 "정리".. 7 많이 배웁니.. 2013/07/30 4,553
279741 삭제합니다. 40 ... 2013/07/30 7,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