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5년차
한번도 내가 먹자고 소고기를 산 적이 없어요.
갱년기에 머리는 어질거리고 식은땀나고 우울한테
어느 날, 아는 분한테 어디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서
소고기스테이크를 얻어먹었어요.
남편도 사주지 않았던... (형편상 사줄 수도 없었죠.)
38,000원짜리 스테이크를 미디움으로 먹었어요.
그 자리에는 남편과 저, 그리고 그분 셋이 먹었어요.
나이프로 고기를 자르니 가운데에 살짝 피가 베어나오더라구요.
근데 맛있게 먹었어요.
오, 먹고나니 정말 시금치 먹은 뽀빠이처럼 힘이 나면서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반짝하는 또렷함이 느껴지는 거에요.
남편은 먹다가 1/3을 저한테 주더라구요. 그것까지 다 먹었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아, 나는 고기를 먹어야 힘이나는구나~
그 날 이후, 농협에서 눈팅만 하다가
오늘 등심으로 얇게 썰어놓은 소고기를 사왔어요. 24,000원 가격이 붙어있었는데,
큰 맘 먹고 계산했어요.
내가 먹고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