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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황제, 그 이름을 말하다

스윗길 조회수 : 530
작성일 : 2013-06-12 05:19:35

동서양의 황제, 그 이름을 말하다

 

아주 오래 전 고대인이나 우리 조상들이 머리털이 솟을 만큼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던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난데없는 벼락이었다.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과 벼락은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에게도 정상적인 맥의 심장을 매순간 두려움으로 떨게 만들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쿵쾅거리는 공포의 격랑으로 우리를 밀어놓고 하늘이 무너지는 사태로 오장을 흔들어 놓는다.

 

이 천둥은 하늘을 울리고 바람을 자르며 조용히 있는 우리 궁중머리장식의 떨잠도 같이 떨게 만든다. 1752년 미국의 프랭클린이 연을 띄워서 천둥과 번개가 구름 속에 생긴 양전기와 음전기를 만났을 때 일어나는 전기적 현상임을 알아내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과학적으로 번개란 구름 속에서 전기불꽃이 튀는 것을 말하고, 이 불꽃이 튈 때 주위 공기가 갑자기 뜨거워지며 팽창되어 일어나는 우주공간을 뒤흔드는 굉음의 소리가 천둥인 것을 알게 되면서 과학적인 규명이 역사의 두려운 부분을 지워주었다.

 

서양에선 그리스 최고의 신 ‘제우스’가 벼락의 신이었다. 벼락은 오랜 고대인들에게 가장 무서웠던 자연현상이었으므로, 그들은 왜 벼락이 치는지 도무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일이었고, 오직 신만이 벼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조정자에게 모든 신들과 백성들은 절대 따라야 하는 복종이 있었다. 그 어떤 신도 벼락의 신 앞에서는 약한 신이었다. 벼락은 신의 벌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당연히 벼락을 관장하는 벼락신이 최고의 신이 됐고 그 신은 모든 신을 다 지배했다.

 

동양의 ‘황제’들도 벼락을 지배했다. 황제는 한 나라의 왕임과 동시에 신의 대표자로서 벼락을 지배했으며, 군왕의 황제는 모든 백성과 관료의 지배자인 동시에 절대자였다. 그래서 황제가 죽으면 후궁들도 다 따라 죽어야만했던 슬픈 사실이 황궁의 천장에 멍든 가슴으로 너무 아프게 매달려 있다. 황제는 백성의 아버지이자 처단자이자 위대한 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자면 참으로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때의 역사적 정황들을 상상하게 된다. 동양 최고의 신이라는 황제는 과연 어떠한 존재였을까?

 

신이자 인간 실물이었던 동양의 황제는 신과 인간의 영역, 그리고 그 경계를 상호 넘나들고 모든 것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황제였지만 한 생명 앞, 목숨 앞에선 영생염원의 영역으로 무력하게 서 있다가 태고의 역사 앞으로 황제재위라는 먹 글씨로 넘어지면 육신을 썩어 해체됐다.

 

신이었던 황제는 사방을 다 볼 수 있게 4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흙의 지기를 맡아보기 때문에 황룡이었으며, 물을 지배하고 구름, 바람, 비, 이슬, 서리, 무지개 등 특히 최고의 무기로 다스려졌던 벼락을 지배함으로써, 통치자와 신들 중에서 최고 지배 신은 황제라고 신화에서 말한다. 이 사실을 중국인들이 아직도 변함없이 믿고 있음으로 해서 자기 스스로 자신들을 ‘용의 자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 위의 용인 누런 황룡이 황제의 상징이라는데 이 황룡은 곤륜산에 머물며 여러 신들과 천상의 궁궐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황제는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모든 신들과 귀신, 요괴 등을 다스려 인간들을 지배하는 존귀한 신으로 받들어 진다.

 

황제는 최고의 신이 되기까지 다른 신들과의 처절한 전투와 투쟁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당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염제’라는 신과의 전쟁에서 이겨야 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만이 다른 모든 신들과 인간을 그리고 요괴와 귀신들까지 지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들과의 이 전쟁에서 황제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백택이라는 이상한 짐승 때문이었는데(<산해경>에는 이상한 짐승과 요괴들이 많이 출현한다) 사람의 말을 다 알아듣고 말을 할 줄 아는 이 짐승은 황제에게 1520가지의 모든 요괴와 귀신들의 정보를 낱낱이 제공하여 밀고하니, 황제는 이 정보를 토대로 모든 신들을 제압하고 복종하게 만들었다.

 

전쟁에서 이긴 황제는 신들 중 최고의 신으로 군림하고 ‘황제’로 등극 한다. 이런 바탕을 명분ㅇ으로 인간이 둔갑한 황제가 중국의 황제이다. 모든 약점을 황제에게 잡히게 됐던 수많은 신들은 전쟁에서 지며 끝내 황제에게 무릎을 꿇고 복종하게 된다. 중국의 역사가 신화로 덧씌워지면서 신으로 출발한 황제가 역사에서 겪어오면서 사람이 황제가 된 웃지 못 할 기막힌 오류의 역사가 중국의 황제인 것이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제가 황제에 즉위한 것을 필두로 시작하여 2천 년 동안 157명의 황제가 탄생됐는데, 호사스런 사치가 넘쳐난 황제가 있었던 반면 침략자의 포로로 옥중에서 죽은 황제, 피난 도중 황제로 옹립되어 즉위하자마자 쫓겨 다니다 배 난파로 사망한 황제, 몽골군에 포로가 된 황제를 불료 승려로 출가시키기 위해 티베트로 보내진 비운의 황제는 결국 자살하였으며, 어린나이에 물에 빠져 익사해 죽어버린 가엾은 황제도 있었다.

 

제국 로마의 황제들도 모든 군대를 총체적으로 통솔하는 최고 군사령관이었는데, 옥타비아누스가 로마 원로원과 협정을 맺고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으며 첫 황제로 등극한다. 그러나 평소에도 그렇지만 늘 극도의 위험과 음모의 중심부에서 권력유지에 시달리고, 멈추지 않는 반대파의 도전과 반란이 항시 존재했기 때문에, 언제 어느 때 정적으로부터 암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서 이해 안될 행동을 했던 괴벽의 황제도 있었다. 무자비한 폭군이 있었던 반면, 민중과 원로원, 군과 정부에서 사랑받았던 위대하고 유명한 트라야누스황제도 있었다.

 

동서양의 황제들은 최고의 권력을 가지며 국민 위에 군림했다. 민중들은 지금처럼 인권이 있거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행복을 나누는 자유, 여행의 자유가 있을 수 없었다. 국민의 의무이기에 국가에 세금을 내야 했고 군역을 제공해야 했으며, 사가의 경호군사들의 군력이 커짐을 매우 경계한 국가가 이를 통제하고 관리해서 세력을 약화시키다보니, 기회가 오면 수시로 집합한 집권반대세력들이 호시탐탐 통치자의 목을 제거하려 들었다.

 

지구촌 국민들은 오늘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 세상을 살아간다. 역사를 거닐며 황제도 없고 왕도 없는 이 세상에서 평온하게 모두들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끊임없이 그치지 않고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못 버리는 인간의 욕심이 문제이다. 머지않아 봄이 완연한 사계절의 연단에서 바람으로 뛰어내리면 노출의 여름이 잿빛 장맛비로 그 자리에 뛰어올라 새 계절을 메울 터이다. 앞산에선 박새들이 집을 짓고 뒤편에선 건물을 허물고 있으니까 사라짐과 나타남이 동시에 시간을 두고 이뤄지고 있으니, 이 시대가 겪고 있는 속옷과 겉옷이란 혼란의 옷을 입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처: 글마루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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