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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큰언니의 삶

비오는 저녁 조회수 : 6,320
작성일 : 2013-06-11 18:06:32

올해 70세의 봄을 지나온 친정엄마는 현재 암환자세요.

5년전에, 말기3개월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았지만, 다행히도 목숨만은 지금도 살아있어요.

평생을 술과 노름(노름의 법칙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술이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뒷주머니에 삼백여만원씩의 돈을 자주 털리고 오고했음. 그 사실도 같이 자리에 앉아 거저 먹기로 나눠가진 사람들중 일행하나가 다음날 아침에 와서 일러주고 가곤 함),등등 가정경제를 책임지지 않은채 64세를 일기로 스스로 가셨어요.

스스로 가셔야 한것도 이미 자신의 온몸에 손쓸틈없이 퍼져버린 암때문이었고, 매일매일 귀신이 눈에 보인다고 공포스러워했었어요.

그당시의, 20대의 저는 아주 우울하고 암울한 세월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한마리 눈먼 물고기같은 처지였어요.

스무살때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이었지만 이십대의 끝자락이 보이는 그시절까지 제겐 돈이 있지않았어요.

아빠가 혼자 세명이나 되는 우리 자매들의 통장을 관리해준다고 해놓고 이미 그걸 혼자 다 썼거든요.

그런줄도 모르고, 나중에 자취방을 얻어야 하니 돈달라고했을때 길길이 날뛰던 아빠를 이해할수 없었다가 결국 그게 마이너스통장으로 돌려진걸 알고 얼마나 막막했던지.

우리들의 돈은 다 내돈이라고 오히려 당당해했던 아빠는, 결국은 저와 비슷한 처지의 남자를 만나 돈없이 간 제주도여행길에서조차 삼백만원만 마련해달라는 전화를 사위에게 했습니다.

그러기전에 들어온 축의금들은 다 아빠편으로 들어갔는데도 여기저기 널려진 빚잔치때문에 마침 눈먼사위가 굴러들어왔으니 전화를 한겁니다.

 

아주 오랫동안, 저는 아빠 살아생전에도 아빠라는 호칭을 부르지 않았어요.

그건 국민학교6학년때부터였어요.

준비물도 마련해주지 않았고 장대비오는 아침에도 아무 가책없이 빗속으로 우리를 내몰고 자신은 슬슬 우산쓰고 나가서 술마셔야 하니까 절대 우산을 준적이 없는 비정한 부정을 가졌어요.

그리고 더운 복중에도 신발을 사주지않아서 결국 더운 여름에도 속에까지 털이 누벼진 털신을 신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겨울이 왔던거죠.

늘 고아원에 갖다줘버린다고, 그곳은 소금국이 나온다는 부연설명을 자랑스럽게 하는 아빠의 모든것이 다 더러웠어요.

술마시고 길거리를 헤매듯이 오고 네발로 기어오고, 발로 문을 차서 들어와선 엄마의 머리채부터 나꿔채선 온동네순례를 하겠다고 마당까지 질질 끌어와 담장한귀퉁이에 찧어댑니다.

학교에서도 그런 아빠의 행적이 다 소문나버리고, 소근대는 사람들의 눈초리속에서 제가 서있을곳은 아무데도 없던 외로운 나의 학교생활.

지금도 저는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포증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뿌리를 알수없는 깊은 열등감이 있어요.

그 깊은 열등감은 바로 우리 부모님에게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알았어요.

그런 아빠는 공포그자체였어요.

아예 남자들이 다 싫었고,

결혼해라는 말도 공포스러웠어요.

 

어느날 엄마에게도

"엄마, 경찰이 어느날 우리집 문턱을 넘으면서 아빠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러 오면 좋겠어."

라고 말을 할정도로 아빠란 존재는 공포그자체였어요.

그런데도 아빠는 우리 네자매가 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 가정을 꾸린 어느날까지도 살아있었고,뇌졸중,암, 동맥경화, 좌골신경통등등의 병으로 오랜세월을 고생하면서도 절대 저세상으로 가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늘 귀신이 보인다, 귀신들이 소복을 입은게 아니라 평상복을 입었다.등등..

우리눈엔 당연히 귀신이 보이지 않았고 그런 아빠가 오히려 가슴속에 얹혀진 아픔이었어요.

 

빚쟁이들은 매일매일을 왔으니, 귀신보다 더 힘든 현실이었던거죠.

어릴때 우산한번 쥐어주지않고 30원짜리 도화지한장 챙겨주지않았던 아빠가 직장생활을 하던 스무살무렵의 우리들에겐 한번도 돈이 모일 기회를 주지않은채 혼자 다 흥청망청 쓰고 술과 노름으로 세월가는줄을 모르고 살았던 거죠.

그런데도 정작 아빠가 뇌졸중으로 암으로 쓰러졌을땐 집에 돈도 남아있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들의 돈으로 빚을 갚고 병원비를 충당하다가, 빈손으로 시집을 가고나니, 그 냉대와 수모는 가슴에 또 사무치더군요.

그런데 제게는 12살 위인 언니가 있습니다.

그 언니는 현재 51세인데, 아직도 식탁이 세개인 분식집을 월세 33만원씩 내면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요즘 장사가 안되 더 힘든데 젊은시절 술먹는 아빠가 싫어 맘에도 없는 결혼을 하고 그 댓가로 시부모공양에 가정경제능력없이 매일매일을 노는 형부와, 한겨울 강파른 서릿발같은 마음씀씀이를 가진 서른다된 자식들의 아침도시락을 싸주면서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가난함이, 관절이 다 비뚤어지게 일하고서도 일곱이나 되는 시동생들의 빚더미와 시아버지의 빚과 형부의 빚에 자신은 정작 빵한조각 사먹지 못하며 삽니다.

언니가 12살때 어떤 스님이 찾아오셨다가 이런말씀을 해주셨답니다.

19살을 조심하라고, 그때 만나는 남자를 조심하라고, 그렇지않으면 엄마와 똑같은 인생을 살것이라고.

무슨일이 있어도 공부는 다 마쳐야 한다. 지금의 네 부모는 네 공부를 마쳐줄 능력이 되지 못한다고.

그리고 중학교를 가야 할 나이에 언니는 서울의 개포동에 있는 약국에 1년간 삸을 치루고 점원으로 있게되죠.

일년치의 돈을 받은 아빠는 시골로 내려가 장사밑천을 마련하나, 결국 1년도 못가 집엔 빨간 딱지가 붙여지게 되고

이미 그일은 수시로 있던 일이었다고 엄마는 그러네요.

그리고 엄마가 그리웠던 언니는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시골로 내려왔지만 다시 소처럼 방직회사에 들어가 무려 6년을 일하고 그 돈은 정작 한푼도 만져보지못한채 아빠의 손에서 다 거덜이 나죠.

그리고 19살이 되는 봄에 친구네집에 놀러갔다가 그집 오빠의 눈에 들어 결국은 결혼까지 한거에요.

그사람이 무서웠답니다. 매일 면회보러오고, 피하면 몇날며칠을 기다리고. 집은 다 풍비박산나서 없어져버리고.

결국 그사람이 맘에 안드는데도 결혼을 이듬해에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거에요.

그러면서 가끔 그 스님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정말 언니는 서울에서 국민학교를 다닐때 공부를 잘했대요. 늘 반장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1등만 했었대요.

엄마는 그런 언니와 저를 자주 비교하면서 서로 바꿔 태어났어야 했는데.. 라는 말을 자주했었어요.

그래요..

어떻게 보면 그런말이 서운할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그말이 폐부를 찌를정도로 아프진 않더라구요.

다만 엄마의 인생을 가장많이 닮은 큰언니가 같은 여자로써, 안타깝고..

특히 20여년동안 세개의 식탁을 가지고 살아온 언니네 분식집에 앉아있으면 덕지덕지 세월의 때가 묻은 메뉴판너머로 언니의 고단한 슬픔이 느껴져서 맘이 아픕니다. 그리고 19살을 조심하지않으면 엄마와같은 인생을 산다는 그 스님의 말도 저절로 되새겨지고요. 또한 그런 업보를 남기고 가게끔 한 아빠도 다시 무서워집니다.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술과 노름으로 살수있었는지..

그 인생이 무섭습니다.

 

IP : 124.195.xxx.180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3.6.11 6:16 PM (67.87.xxx.133)

    아픈 마음이 너무 절절하네요.

  • 2. ..
    '13.6.11 6:26 PM (115.178.xxx.253)

    화가 납니다. 왜그렇게 고스란히 당하고 사셨는지..
    어릴때는 그럴수밖에 없다지만 커서더 왜그리 다 맡기고 지내셨는지..
    그리고 원글님 어머님은 뭘 하고 계셨는지..

    물론 원글님 아버지가 제일 나쁩니다.

  • 3. 원글
    '13.6.11 6:35 PM (124.195.xxx.180)

    엄마도 물론 매일을 가구나르는 중노동도 하고 밤늦게까지 철야작업도 하면서 살았었어요.
    그런 엄마를 대신해서 제가 집안일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밥도 하고..
    그와중에 제가 유독 엄마한테 많이 업신여김을 당하고 감정적으로 많이 혼난것같아 더 기를 못펴고 지냈어요.
    엄마가 뭘 가져오라고 하면, 그 물건의 위치를 제대로 설명해주지않고 그냥 어영부영 단말마처럼 말해버리는 엄마한테 눈치없다고 많이 혼나고, 빨리 못찾아주었거든요. 그리고 가장을 대신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는 입김만 불어도 다 날아가버리는 쌀이 내 뱃속에서 금새 없어지고 말아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는다. 하는데 그당시의 제가 12살이었어요. 붉게 충혈된 엄마의 눈.. 그 눈동자속에 가득담긴 원망을 토로할데가 없어 제게 쏟아붓곤했던 그 엄마한테 제가 해줄수있는게 없어 막막해하면서 서있던 게 지금도 기억나요.
    그런데 우리엄마가 참 무미건조했었어요.
    그래서 그 세월을 살수있던건지도 몰라요.
    지금도 제게 유독 자매들중에서 냉정한데, 지금도 제 말을 끝까지 듣지않고 뚝뚝 잘라서 면박을 주곤해요.

  • 4. ...
    '13.6.11 6:43 PM (220.121.xxx.73)

    원글님. 토닥토닥...
    큰언니를 바라보는 원글님 아픔이 느껴져서 눈물이 나네요.
    어머님께는 원글님과 자매님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다음 생에선 편안하고 자유로우셨으면 좋겠어요.

  • 5. .....
    '13.6.11 6:51 PM (211.234.xxx.115)

    소설같은 내용이네요.특히 큰언니의 삶....

  • 6. 아프네요.
    '13.6.11 8:31 PM (72.190.xxx.205)

    그 살아온 세월도 아픈데, 지금도 또 앞으로도 힘들거란 생각에...
    힘든 고리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
    님의 큰 언니께서 제 또래네요.
    비정까지는 아니지만, 술 좋아하시고 엄하기만 하던 아버지, 따뜻하지 않은 엄마한테서 자란 탓인지,
    님 가정의 아픔이 제 아픔인냥 참 힘들고 안타깝습니다.
    모쪼록 님의 큰 언니께도 님께도 마음의 평화라도 다가갈 수 있길 바랍니다.

  • 7. ..
    '13.6.11 9:29 PM (112.170.xxx.82)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있으시길. 글 맛있게 쓰시는거 보니까 그럴 힘이 있으세요!

  • 8. 원글
    '13.6.11 9:30 PM (124.195.xxx.180)

    그런데... 우리가 너무 어렵고 힘든 시절을 지나와서인지 웬만한 수모나 자존심 상할 일에도 그다지 반응을 하지않아요. 물론 기분나쁘고 이건 아니다라는 건 다아는데, 웬만하면 그냥 어느정도 제 마음을 다스릴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들을 가족들이면서도 이젠 하나의 가정을 가진 타인들로 살아가게 되면서 종종 놀라게 되는게 아, 저렇게 차가운 면이 언니한테 있구나, 저렇게 냉정함이 동생한테 있구나. 하는 걸 발견하게 되어요.
    엄마한테서도 이미 그런 모습들은 많이 보아왔구요. 냉정하고 이기적이었던 아빠에게서 종종 엄마가 손찌검을 많이 당하고 따귀도 많이 맞곤 했었어요. 그런 엄마가 자연스레 우리들한테도 뺨을 날리더라구요.
    아무것도 아닌일에, 갑자기 학교등교길에서 돈없는데 아침부터 준비물값달라고 하니까 몇차례 제 뺨을 수없이 날리더라구요. 착착착! 무섭게 뺨이 이쪽저쪽 돌아가고, 드디어 안경 날아가고, 그러고도 따귀는 더 ..
    아침나절이라 마당안 사람들이 그 광경을 그저 황망히 보고만 있더라구요.
    아빠한테도 맞아봤었어요. 열살때 겨울강물에 빠졌다가 돌아왔을때 바지가 젖은 이유를 추궁하던 엄마옆에서 갑자기 뺨을 때리고 목뒷덜미를 억세게 잡혀서 쫒겨난적있었어요.
    그렇게 커서 그런지 우리 가족들은 서로에게 너무도 이기적이고 무덤덤한데가 있어요.
    따귀를 때리는 행동은 답습이 되는건지 아빠에게 뺨을 숱하게 맞은 엄마는 그 손길을 우리들에게 돌리고,
    아들만 둘인 동생은, 그 행동을 아이들에게 대물려주고, 그리고 엄마가 지금은 안그러는데 예전에 동생네 집에 잠시 있을때 아이들 돌봐주다가 말을 안듣는다고 뺨을 올려붙인적이있었대요.
    그 따귀자국이 붉게 남아서 꽤 오래 남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들에겐 지난세월을 지나오면서 쌓인 앙금이 화인처럼 남아있어서 가끔 예전이야기 나올때면 감정이 격앙되어서 엄마랑 서로 말다툼할때가 있었어요.
    그게 가슴 밑바닥엔 미처 풀지못한 회한인지, 뭔가가 상처처럼 짙게 남아있어요.

  • 9.
    '13.6.11 10:33 PM (61.43.xxx.109)

    마음이 아파요.
    그렇지만 곱게만 살아온 사람들에게선 찾아볼수없는 무언가가 님에게 녹아있을겁니다.
    필력이 그 증거 중에 하나인듯 보이네요.
    엄마도, 언니도, 원글님도,
    모두 아픈 기억과 상처로부터 편안해지는 날이 오길 기도할께요..

  • 10. 공주병딸엄마
    '13.6.11 10:38 PM (117.111.xxx.8)

    어쩜 그리 글을 잘쓰세요?
    집안 식구 얘기로 소설하나 쓰세요
    겪어 보지도 않았고 그런 삶을 이해 하려는 마음도 없지만
    글만으로도 생생히 바로 옆집을 뵈온것 처럼 그 아픔이 느껴지네요

    진정성도 전해지고요

  • 11. 공주병딸엄마
    '13.6.11 10:39 PM (117.111.xxx.8)

    이런 예쁜 따님의 마음을 아실까요?
    글이나 문장이 마음을 잡네요

  • 12. 제정신이 아니었죠
    '13.6.11 11:19 PM (112.187.xxx.226) - 삭제된댓글

    원글님 아버지는 정신이 아프신 분이셨을지도.
    알콜에 뇌가 파먹혀버린거.
    그렇게되면 전두엽이 제대로 작동을 안해서
    동물같이 자기 욕구만 밝히게 된다고 하더군요.
    노름에도 빠지셨다니,
    자극에 취약한 뇌를 가지셨네요...

  • 13. 정말이예요?
    '13.6.11 11:44 PM (1.224.xxx.225)

    지어낸얘긴가요?

  • 14. 언니분
    '13.6.11 11:44 PM (122.36.xxx.73)

    이혼하시면 안되나요....혼자서는 살기가 더 쉬울것 같은데...스님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엄마닮은 삶은 스스로 끊어내실수 있으면 좋겠어요...ㅠ.ㅠ...

  • 15. ...
    '13.6.11 11:53 PM (118.37.xxx.88)

    소설 그만 쓰세요.
    비오는 저녁이라서..
    너무 티가나요

  • 16. ㅇㅇ
    '13.6.12 2:23 AM (211.209.xxx.146)

    저도 어느정도 읽다가 소설이다 싶었네요

  • 17. 원글
    '13.6.12 7:28 AM (124.195.xxx.180)

    소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갑자기 제 삶이 그렇게도 소설같이 무거운 것이었나 싶네요.
    그러게요.. 하지만 분명히 그 스님은 세번이나 언니를 찾아왔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아빠에게는 부처님이 은혜를 주러 왔다가 번번히 돌아앉을 상이라고 하셨다던데.
    사실 그런 스님을 저도 만나봤으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예언을 해주진 않겠죠.
    소설같아도 진짜 그 삶이 어떤사람에게는 진정 한발한발 박음질하듯 살아온 현실일수가 있는겁니다.
    자기의 삶이 아니고 겪지않았다고, 쓸쓸하고 속상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게 아니에요.

  • 18. ...
    '13.6.12 9:46 AM (59.15.xxx.184)

    소설이라 하는 분들,

    전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이라 사실 원글에 빠져ㅜ읽다가 댓글 보며 정신 차리거든요..

    근데 넘 담담히 풀어써서 소설같다하셔서...

    인간의 유형 중에 이런 스탈이 있어요 ...

    그러니 그런 걸로 소설이라 하지는 마셨음 좋겠어요


    원글님 아마 어머니는 삶의 무게로 감정을 닫아버렸을 거예요

    본인은 자각 못해도 꾹꾹 차서 넘칠 지경이면 가족 중 젤로 약한 사람에게 터뜨리고

    그게 마침 원글님이었을 수도 있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잘 견디고 살아오셨다고, 손 잡아드리고 싶어요..

    언니분은... 잘 드는 큰 가위로 묘하게 얽힌 시커멓고 맘에 안 드는 동아줄을 싹뚝싹뚝 잘라 훨훨 날아가게 해두리고 싶어요

    이제껏 하신 것은 백사람분 이상으로 충분하다, 남은 인생은 오로지 언니를 위해 살기 바란다고,.

  • 19. **
    '13.6.12 9:53 AM (165.132.xxx.127)

    마음이 뭉클하네요 . 원글님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삶에 영향 미치지 않도록 하는 치료중에
    emdr 이란게 있답니다. 한국 emdr 학회 홈페이지에서 치료자 있는지 알아보시고 받아보세요 .

    현재 나와있는 치료중에서 가장 추천할 만 합니다.

  • 20. 작가
    '13.6.12 11:01 AM (202.31.xxx.191)

    안타깝고....나쁜 아버지 밑에서 훌륭하게 자라신 듯.
    그러나 이러고 있지 마시고 글쓰십시오. 가정사를 소재로....소질있으십니다.

  • 21. 오삼
    '13.6.12 11:51 AM (121.124.xxx.58)

    님글을 이제야 봤네요
    우선 토닥토닥 해드리고..............
    그렇게 잔잔하게 말씀하실수 있는 내공, 참 대단하시군요

    피하지않고 ...진정 한발한발 박음질하듯 살아온 현실... 원글님 존경스럽습니다
    전 언니나이정도 되었는데...식탁세개놓고 20여년을 꾸려온 언니네 분식집...에 가슴 먹먹하고요
    여기 분위기?도 아실텐데.... 솔직담백하게 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비슷한 아버지계셨었는데 원글님 아버지보단 더 많이 사셨었네요
    어머니가 암걸리자 그제야 정신차린 케이스였지요
    원글님 어머니도 투병중이시라니... ㅠㅠ

    님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하고싶은데.... 왜이리 말이 안나오는지요



    날도 흐리고
    아침 첫읽은 원글님글때문에
    오늘저녁 집에 들어가 술한잔 건배하고 싶어졌습니다
    부디 행복하시라고......

  • 22. 위로
    '13.6.12 8:24 PM (112.145.xxx.131)

    이 댓글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위로를 해 드린다면
    첫째, 불행하고 힘겨웠던 무게를 뺀 나머지의 엄청난 행복과 안락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둘째, 정말로 어느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 같았어요 이 게시글 말고 더 좋은 작품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 23. 에효
    '13.8.15 12:59 PM (14.32.xxx.84)

    글 참 담담하게 잘 쓰시네요.
    그래서 몇몇 분들 눈에는 소설로 보이나봐요..

    80년대초반,
    제가 서울로 대학 진학해서,고속버스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제 옆자리에, 중학생 정도 되는 어린 딸을 서울에 있는 공장에 보낸다고 아버지가 버스안으로 올라오셔서,
    저한테 서울까지만 같이 잘 가달라고 신신당부하셨던 시골아버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 참 가슴아프고 먹먹했었는데...ㅠ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그런 가난이,
    그 당시엔 주변에 널려있었어요.
    요즘에야 그런 상황이면 반항도 하고,분노도 표현 하겠지만,
    그 당시엔 그러려니 하고,순종하며,,힘들게 살아갔던 사람들도 참 많았지요.

    저또한 부모의 뜻에 의해 제 의지나 목표가 멋대로 수정되고 부모 맘대로 휘둘렸지만,
    화난다고 그 표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순종하고,
    혼자 맘을 삭였고 뭐든지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시절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살아왔나 하는 후회가 들지만,
    그냥,,그 시절엔,그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 자신만 생각하는 건 너무나도 이기적인 것이라 여겼기에,
    가족을 위해 희생도 할 수 있고,
    나 자신을 우선시 할 수도 없었답니다.

    원글님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서,
    그 시절의 고단함을 같이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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