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릴적에 방학되면 꼭 외갓집에 갔어요.
외갓집 바로 옆에 으리으리하게 큰집이 있어서 가끔 놀러가곤 했었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그집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미소하는 집이었는데 아내가 죽고 남자 혼자 자식 기르며 살았대요.
정미소라지만 다 쓰러져가는 분위기여서 결혼하려는 여자도 없었는데
어떤 아가씨가 나서서 결혼이 이루어졌대요.
결혼한 아가씨가 두팔 걷어부치고 자기일처럼 정말 열심히 했대요.
그래서 정미소도 정말 잘되고 동네 알아주는 부자가 되었대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대요.
그래도 전처 아들들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고 나중에 손자,손녀 봤을때는
여자도 공부 시켜서 대학 보내야 된대서 손자,손녀들 다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보냈대요.
나중에 그 할머니는 손자,손녀 밥해준다고 서울로 와서 지냈다고 들었어요.
자식들도 친엄마 아니지만 절대 함부로 안하고
손자,손녀들도 할머니 말이라면 엄마,아빠 말보다도 더 잘 듣는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아들 중 하나가 결혼해서 친엄마 아니라고 안오겠다고 했을때도 그 할머니가 전화해서는
"네 몫으로 땅도 더 많이 해주마.와서 얼굴 보자.이번에 모임 있으니 와라."
하고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겨줬다고 하네요.
진짜 땅을 더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자식도 저러면 보기 싫다고 할판에
대단하단 생각도 들구요.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할머니의 이야기가 한번씩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