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가입했어요.
페수였나, 거기서 입소문 듣고 가입했던 것으로 기억나요.
키친토크가 있는줄도 모르고, 자유게시판 열심히 드나들며 서서히 중독 수준 되었던 것 같아요.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도 않고, 제 생각이나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여기 들어오면 외롭지 않고,
나보다 나이많으신 분들의 일, 결혼, 육아 등의 삶 이야기 들으면서 내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편하게 내 고민 이야기하고,
또 어찌나 생활 다방면에 박식하신 분들 많으신지,
여기에 인간관계와 상식선의 예절, 정치, 경제, 의식주, 여행, 문화 전반에 대한 모든 질문에
너무나 훌륭한 답변들이 달리는 걸 보고 정말 좋았어요.
게다가 말초신경 자극하는 드라마적인 상황들도 많이 펼쳐져서
어머어머어머 하며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옆집엄마, 남편, 시어머니, 남자친구, 윗층 아줌마,
아이의 선생님을 같이 맘속으로 욕해주기도 하고,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께 같이 도움의 손길을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너무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이건 가상의 공간에 가까운데,
이 곳에 들어와 읽고 쓰고 또 읽고 더 읽을 거리가 없는데도 뽁뽁이 터뜨리다 안터뜨린 곳 없나
손가락으로 훑는 것처럼 무의미한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지도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잠깐 들어와 보던 버릇이,
결혼하고 퇴근 후에도,
아이낳고 조리원에서도,
조리원 퇴소 후 애 안고 스마트폰으로도,
이젠 애 어린이집 보내놓고 해야할 일을 잔뜩 미뤄놓고 집 서재에서 보는 걸로까지 이어졌네요.
82가 변해서 그런건지, 제가 지난 몇 년을 너무 여기에 점점 더 오랜 시간 빠져들다보니 식상해져서 그런건지,
요즘엔 보면서 유익하고 즐겁기보다는 피로할 때가 많아요.
많은 글의 주제가, 인생에선 돈이 최고, 여자는 미모가 최고, 연예인들의 미모가 후져, 뒤가 구려,
아놔 시댁 짜증나, 결혼은 조건, 전업은 한심, 워킹맘은 애나 키워보라지,
또 많은 덧글의 뉘앙스가, 당신은 남자, 당신은 낚시 중, 당신은 두 번 물을 필요도 없이 알바,
당신은 나쁜 사람, 한심한 사람, 허접한 사람, 상식 밖의 사람, 계속 그렇게 살 사람, 훈육이 절대 필요한 사람.
일례로 옆에 친자식이 너무 싫다고 하신 글에도... 울컥해서 막말하신 것 다 느껴지는데,
잘못하셨지만 많은 분들이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주셨겠지... 하고 읽어내려가다가
날선 댓글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 아기엄마로부터 시작된 막말이, 달래고 어루만져주는 손길에 얼굴 붉히고 사그라드는게 아니라,
일파만파 커지는 느낌 들었어요.
뭐? 토나와? 너도 토나와. 뭐 잘했다고 여기와서 엄살이야. 어디 한 번 그렇게 살다가 늙어서 고생해봐라.
이렇게 퍼지는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제가 여길 편안한 휴식공간, 더러는 편하게 하소연할 수 있는 동료들의 공간으로 느꼈듯이, 그분도 그랬을 것 같아서요.
크고 작은 싸움, 불필요한 싸움, 유치한 싸움이 계속 보여요.
우리 날씨 더운데 사이좋게 시원하고 다정하게 지내요.
치열할 거리는 실생활에도 얼마든 있잖아요.
이 글에도 날선 댓글이 달리겠지요.
예상되는 댓글은
너나 잘하셈, 중독자 주제에. 참 할일도 읎다, 애나 잘봐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셈.
이래서 전업은 안돼(라고 하실까봐, 전업은 아닙니다.-_-), 이럴 시간에 땡땡이 치지 말고 일을 해라,
할일없음 독서나 청소를 하세요,
정도 됩니다만...
그냥 안타까워서요.
우리 조금씩 주의를 환기하고, 저부터도 82에 너무 오랜 시간 바치지 말고,
잠깐씩 들어와서 정답고 재미있게 지내다 가요~~ 네?